[기획] 공공조달 소액 입찰도 '경력 선호' 횡행..."실적은 어디서 쌓나"
[기획] 공공조달 소액 입찰도 '경력 선호' 횡행..."실적은 어디서 쌓나"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4.27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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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입찰 시 실적제한 폐지에도 실적에 따른 평점 부여
입찰 참여 가능해도 중소기업·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불리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높은 조달시장 문턱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조달 시장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소액입찰은 실적 제한을 둘 수 없도록 하였으나, 여전히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족한 실적으로 패배의 쓴 맛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조달 시장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소액입찰은 실적 제한을 둘 수 없도록 하였으나, 여전히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족한 실적으로 패배의 쓴 맛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새싹기업과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의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소액 입찰에 대한 실적 제한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실적에 따른 진입장벽이 존재했다. 

실적에 따른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평가 항목에 실적 건수와 총액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없는 신규 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의 경우 경쟁 입찰의 '점수 싸움'에서 시작점이 다른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셈이다. 

소규모 기업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법이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적 제한은 없지만 실적 평가는 버젓이 이뤄져 
정부는 창업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찰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한 용역계약금액 2억 1000만원 미만의 입찰은 실적제한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제5조 제1항에 의하면 제조 또는 용역의 경우에는 해당 계약목적물의 3분의 1배 이내에서 실적을 요구하되, 계약담당공무원이 계약의 특성 및 난이도 등을 감안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계약목적물의 최대 1배까지 실적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추정가격이 고시금액 미만인 제조 또는 용역계약의 경우에는 실적으로 경쟁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여서는 아니된다.<개정 2015.9.21., 단서신설 2017.12.28.>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고시 금액은 물품 및 용역의 경우 2억 1000만원으로 규정되어있다. 그러나 정작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와 있는 각종 소액 입찰공고문에서는 실적에 따른 평가항목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인천관광공사의 제안요청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적 평가 항목
인천관광공사의 제안요청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적 평가 항목

당장 오늘인 4월 27일 공고된 인천관광공사의 NCS 기반 블라인드 직원채용 대행 용역에서도 입찰 공고문에는 실적에 따른 참여 제한이 없지만 제안요청서의 상세 항목을 살펴보면 실적에 따른 평가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천관광공사의 입찰 업체 선정 평가 항목은 기술능력평가(정량평가 20점 +정성평가 60점) 80점과 입찰가격평가 20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중 정량평가 항목에서 수행실적 건수가 5점, 수행실적 총액이 5점으로 총 10점을 차지한다. 등급심사 기준은 공고일 기준일로부터 최근 3년 이내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NCS기반 채용 대행(컨설팅 제외) 용역 유사사업 실적으로 실적증명원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건수에 대해서는 10건 이상인 경우 만점인 5점을 받을 수 있고 7~9건은 4점, 4~6건은 3점, 3건 이하는 2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어있다. 총액에 따른 배점은 5억 원 이상은 5점, 3억 5000만원~5억원 미만은 4점, 2억원 이상~3억 5000만원 미만은 3점, 2억원 미만은 2점을 부여한다. 실적증빙서류가 첨부되지 않은 경우 0점 처리된다.

실적이 없는 신규 기업은 시작부터 다른 경쟁사와 10점을 뒤진 채로 경쟁에 참여해야하는 셈이다. 이렇듯 실적을 평가 항목에 넣는 일은 인천관광공사 뿐 아니라 대다수의 소액 입찰에서 발견된다. 평가 배점은 수요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소액 용역에서 실적이 평가 항목으로 반영된 행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고시금액 미만인 제조 또는 용역계약의 경우 실적에 따른 경쟁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평가 항목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참가자격을 제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액 입찰이지만 다수의 입찰 공고에서 실적에 따른 평가 항목을 발견할 수 있다.
소액 입찰이지만 다수의 입찰 공고에서 실적에 따른 평가 항목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작점이 다른 경쟁을 해야하는 중소기업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한 싸움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입찰에 참여할 이들이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한 채용대행 업무를 위탁하는 업체 관계자는 "입찰 실적이 없는 신규업체나 소규모 업체에도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결과적으로 소규모 업체들은 공공기관의 입찰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입찰에 참여하려면 견적비부터 시작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가 인력과 시간 투자도 적지않다. 애초에 질 싸움에 뛰어들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정부가 실적을 갖추지 못한 소기업들이 공공기관 입찰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법이 유명무실하게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량평가에서 실적 항목에 뒤진 업체들이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가할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 있다. 다른 기술 요인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수는 업체마다 비등비등한 까닭에 비교적 쉽게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낮은 단가 제시'가 이뤄지면서 소기업의 경영불안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사무총장은 "가뜩이나 코로나와 경기침체로 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부의 소기업을 위한다는 입찰제도가 소기업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원래 기업의 입법취지대로 2억1천만원 미만의 소액입찰에서는 실적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법 취지나 의지와 달리 중소기업은 여전히 공공조달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 약속이 원만하게 지켜지고 스타트업, 새싹기업의 성장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현명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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