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0] 짝퉁 인생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0] 짝퉁 인생
  • 편집국
  • 승인 2022.02.22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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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미국 인터넷 매체 넥스트샤크는 얼마 전에 재밌지만 생각해 볼 만한 기사를 실었다. 중국 베이징 중앙예술원에 다니는 조우 야치라는 학생이 만든 ‘사회 실험’이라는 졸업 작품 동영상에 관한 것으로 실험 내용은 간단했다. 

에르메스나 샤넬 등 짝퉁 명품을 두르고 상류층 행세를 하면서 공짜로 베이징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이 학생은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베이징의 고급 호텔과 공항 VIP 라운지 등에서 보내며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조우는 구찌 매장에서 받은 공짜 쇼핑백을 들고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가짜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루이뷔통 매장을 찾아가니, 다른 고객을 응대하던 직원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제품을 보여주며, 심지어 루이뷔통 전시회에 초대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베이징 고급 호텔에서 가짜 이름과 가짜 방 번호로 사우나 같은 고급 호텔의 시설을 무료로 맘껏 이용할 수 있었고, 공항 VIP 라운지에 마련된 소파에서 잠을 자고 뷔페로 세 끼 식사를 해결했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고가의 명품들로 그녀의 사회적 신분을 판단하고 대우를 해주었던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함께 일하던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통역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후 종로에 있는 한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당시 잘 나가던 기업체 사장들이나 타고 다니던 고급 중형차를 구입했다. 

아직 학원 강사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수입도 많지 않았고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았기에 그런 값비싼 고급 차를 구입한 것에 의아해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그런 고급차를 끌고 다녀야 잘나가는 강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차 안내를 받는 식당에 가도 소형차는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게 하지만, 고급 차는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하도록 안내를 받는다고 하면서 차의 종류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달라지고 대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품을 지니거나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인정받고 더 잘 대접받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아마도 지금이 그때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명품 추구 현상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 심리로 인해 값비싼 명품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고가 시계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35%나 늘어났고, 신세계백화점에서도 17%나 증가했다고 한다. 단지 명품 시계뿐만 아니라 가방, 의류, 쥬얼리 등도 각각 전년 대비 6.4%, 6%, 5% 등이 증가했고 지난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조 원을 넘겼다고 한다.

일부 인기 있는 명품이나 한정품의 경우에는 돈이 있다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기 있는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좀비런’이 있고, 매장 문이 열릴 때까지 길바닥에 주저앉아 밤새 기다리는 ‘노숙런’이란 말도 있을 정도로 명품 구입 열기가 뜨겁다.

명품을 소지하고 싶은 욕망은 강하지만, 금전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짝퉁으로 눈을 돌린다. 짝퉁일지라도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때 사람들의 인정과 부러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듯 관세청 국정 감사 자료에 의하면 짝퉁 명품 가방 하나만 보더라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적발된 건수가 1,866건으로 합계 금액만 4,670억에 이르고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짝퉁에도 ‘미러급’(거울에 비쳐 본 것같이 거의 똑같은 제품이라는 뜻), ‘특S급’ 등으로 등급이 세분되고 정교해져서 전문가가 감정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짝퉁 가방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것도 있고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의사, 대학교수 등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전문직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요지경 짝퉁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짝퉁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진품이 될 수 없다. 짝퉁은 짝퉁일 뿐이다. 짝퉁 명품으로 진짜 명품인 체 하려다 보면 자신의 인생도 진정한 자신이 아닌 ‘~인 체 하는’ 모방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짝퉁을 살 때마다 자신의 인생이 짝퉁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고백한 사람의 심정이 이를 반영해 준다.

거의 진품 같은 짝퉁으로 남의 눈을 속여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짝퉁으로 포장된 인생은 영원히 짝퉁 인생일 뿐이다. 

나는 명품을 구입할 형편도 못 되지만, 딱히 명품을 지니고 싶은 욕심도 없기에 짝퉁 명품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없다. 

내가 굳이 명품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면 뉴질랜드에 살 때 큰 며느리가 한국 다녀오면서 면세점에서 사다 준 M 브랜드의 서류 가방이 하나 있다. 노트북이 필요하지 않은 강의 다닐 때마다 PPT 인쇄물과 USB, 그리고 포인터 등을 넣고 다니기 좋아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재정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값비싼 명품을 구입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명품은 갖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짝퉁이라도 구매하여 심리적 만족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가치와 자존감을 자기가 지닌 명품 가방으로 평가받길 바란다면 진정한 자신이 아닌 짝퉁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강의하러 갈 때마다 M 브랜드가 잘 보이도록 가방을 들고 가는 걸 보면 나는 짝퉁 인생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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