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1] 자기 찾기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1] 자기 찾기
  • 편집국
  • 승인 2022.03.02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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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넘어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가족 일로 한국에 돌아온 게 2014년이었다. 한 이 년 정도 거주할 계획이었지만, 벌써 이곳 생활도 10년이 다가오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과 떠나 살다 돌아와 보니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특히 너무 변해 있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유롭기만 했던 뉴질랜드 생활에 젖어 살다 보니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생활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아산에서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관공서에 가서 강의도 하는 전문 상담사인데 급하게 공주 교도소에서 강의해줄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원래 강의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상담소장에게 급하게 도움을 청했는데 마침 내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한다고 하면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인사부장으로서 직원들 교육을 하느라 여러 차례 강의를 한 적은 있지만,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생판 모르는 사람, 더군다나 내가 생전 가보지도 않은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고 하니 너무 막막하고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제는 수감자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유발할 내용으로 무려 3시간짜리 강의라고 했다. 첫 대중 강의에 그것도 3시간을 해야 한다고 하니 중압감이 대단했다.  

할 수 없이 오랫동안 방송 작가도 하고 다양한 강의 경험이 있는 대학 선배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선배는 자신이 안 가본 데 없이 수많은 곳에 가서 강의를 해봤지만, 딱 안 가본 곳이 바로 교도소라고 하면서 그것도 3시간짜리 강의라고 하니 나보다 더 난감해했다.

강의 날짜가 잡혀있고 다른 강의 대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못한다고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이 몇 날 며칠을 끙끙대며 강의 교안을 만들었다. 제목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라고 지었고 인생이 길기 때문에 지금 나이가 몇 살이던지, 과거 어떤 삶을 살았던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고, 3시간짜리 강의니까 세 부분으로 나눠서 첫째 시간은 ‘자기 찾기’, 둘째 시간은 ‘행복 찾기’ 셋째 시간은 ‘결심하기’로 소주제를 만들어 강의 교안을 준비했다.

첫째 시간을 ‘자기 찾기’로 잡은 이유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알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보면서 살다 보니 자신보다 상대방을 훨씬 더 잘 알고 파악하고 있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알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내지 않는 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 시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면서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자 자신에 관해 적어 보는 시간을 주면 제대로 적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친한 친구에 대해 적으라고 하면 쉽게 줄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나보다 타인에 대한 생각과 의식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에 관한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쉽게 타인에게 의견을 묻는 데 익숙하다.

‘자기 찾기’로 시작하여 ‘행복 찾기’ 그리고 마지막 ‘결심하기’로 마무리짓는 강의 교안대로 진행된 나의 첫 대중 강의는 걱정했던 것보다 수감자들의 호응도 좋았고 무사히 잘 마칠 수가 있었다.

한 번 대타로 끝나는 줄 알았던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 강의 시간 내내 참관했던 교도관이 다음에도 강의해줄 수 있는지 요청을 해왔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 공주 교도소에 거의 두 달에 한 번 정도 강의를 몇 년째 해오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은 곳이 바로 교도소이다. 

그것은 교도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한 강의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강사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내가 강사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혀 계획에도 없던 강의 요청으로 인해 나 자신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되었고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다.

내가 자기 찾기 강의를 하면 꼭 빼놓지 않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유람선을 타고 지중해를 여행하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열심히 돈을 모아 간신히 유람선 티켓을 장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분의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여행 중 먹을거리들을 잔뜩 장만하여 유람선 여행 중 내내 자기 선실에서 홀로 통조림을 까먹고 크랙카를 먹으면서 유람선에서 행해지는 쇼나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리고 선상에서 주어지는 맛있는 음식을 얼마나 먹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이 가고 싶었던 도시들을 구경은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객실에 머물며 준비해간 음식만 먹었다. 

마지막 날이 되어 승무원이 작별 파티에 참석하겠느냐고 물어보러 왔을 때 그제야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맛있는 선상 음식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던 파티 및 공연이 모두 뱃삯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지닌 특권에 훨씬 미치지 못한 생활을 한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 능력, 잠재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일부러라도 자기 찾기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과제이기도 하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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