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6] 눈물은 나이 탓(?)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6] 눈물은 나이 탓(?)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4.05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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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는 종종 나이를 잊고 산다. 아직도 마음으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 같고 기구를 이용하지 않고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니 나이 들었다는 것을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나이를 따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하얘진 머리에 눈두덩이가 처진 낯선 얼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게 될 때나 주민센터에서 처음 마주하는 착하게 생긴 아가씨가 나에게 ‘아버님’이란 호칭으로 응대해 줄 때나, 지갑 속에서 어르신 교통 카드나 시니어 패스 카드를 무심코 꺼내 들 때 어느새 공식적으로 ‘노인’이 된 나를 깨닫곤 한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이가 들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물을 안정시키는 기름 막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든지 눈꺼풀이 노화가 되었다거나 눈물 배출로가 좁아지기 때문에 눈물이 많아진다는 의학적 이유보다는 감정에 영향을 받아 눈물을 흘리거나 울컥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눈물을 흘리게 되는 대표적인 감정은 슬픔일 것이다.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여의었을 때 우리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나라가 망했을 때 한 번 울어야 한다고 하면서 남자가 남에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슬플 때도 마음껏 울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대신 몸의 다른 장기가 운다”는 말이 있듯이 슬플 때 참기보다는 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 감정적 울음은 웃음만큼 심신을 이완 시켜 혈압을 낮추고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라는 말이 있다. 1997년 영국의 왕세자 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많은 나라에서도 애도했지만, 특히 영국 전역은 큰 슬픔에 빠져들었고, 많은 영국인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이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이 정신적인 치유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슬픔뿐만 아니라 우리는 감동을 하거나 강하게 공감할 때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얼마 전 내가 쓴 ‘내 편 네 편’이란 제목의 수필에서 뉴질랜드 사는 쌍둥이 손자 중 재서가 특히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따랐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큰 며느리가 지금도 재서는 여전히 할아버지 바라기라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재서가 내 앨범에서 젊었을 때 찍은 사진들을 여러 장 가져다가 자기 책상에 걸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나는 울컥했다. 어렸을 때 그렇게 할아버지를 따랐던 손자가 이젠 컸다고 이전 추억을 다 잊고 데면데면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리워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아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모 방송국에서 선보인 ‘뜨거운 싱어스’라는 프로그램에서 나문희 배우가 “나의 옛날 이야기”라는 노래를 불렀다. 

절정기를 넘긴 노배우가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듯 담담한 어조로 담백하게 읊조리는 노래는 나이를 먹은 우리 또래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출연자들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아내와 나는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뉴질랜드에 사는 큰 며늘아기가 어머님 생각이 나서 보내드린다고 하면서 그 영상을 보내주었다. 아내는 처음엔 아들이 보내주었나 생각했는데 며느리가 보내주었다는 걸 알고 엄청나게 울었다고 한다. 자신과 똑같이 공감하고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고 너무 고마웠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처지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경험이 많아서 타인의 고통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타인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트로트 가수 경연 프로그램은 될 수 있으면 빼먹지 않고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트로트라는 장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른 노래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덜 인정받고 낮게 취급받았던 트로트라는 분야에서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가수들이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난 어려웠던 시간을 이겨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나도 공감하며 함께 눈물 흘리게 된다.

얼마 전 작고한 한국의 지성인 이어령 교수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 한 방울’이라고 했다. 대립과 분열을 넘어 다른 이들도 함께 품고 살아가는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관용, 용서, 사랑, 공감, 감동, 기쁨, 위안으로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은 결코 약한 자의 눈물이 아니다. 

김옥림 시인은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눈물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마음이 맑다는 것이다. 눈물은 진실할 때만 보일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 순수다”라고 했다. 

내가 눈물이 많아진 것이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나이든 처지가 구질구질하게 생각되기도 했었는데, 눈물이 많은 사람이 마음이 맑다고 하니 얼마나 위안이 되고 감사한지 모른다. 

그 말에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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