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1] 아버님은 슈퍼맨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1] 아버님은 슈퍼맨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10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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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이번에도 이겨내셨다. 
올해 96세가 되시는 장인어른이 한 번도 안 걸리고 용케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치명적이라는 코로나에 두 번이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지만 모두 이겨내셨다. 

누구의 삶이나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고 파란만장하겠지만, 장인어른의 생애는 죽음과 연관된 절체절명의 경험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시작은 어렸을 때부터였다. 부산 출생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낙동강이 범람하여 김해평야가 잠길 정도의 큰 장마로 인해 집이 침수되는 바람에 첫 번째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몸만 빠져나와 가족들이 모두 만주로 이민하게 된다. 

외국에서 타지 생활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한국에 돌아온 후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군대에 자원입대해서 소대장으로 직접 전쟁에 참전하시면서 전쟁 중에 두 번째로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셨다.

정전 후 사업을 하시다가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시면서 세 번째로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위급한 상황에 놓였지만, 구사일생으로 스텐트를 네 개나 삽입하고 겨우 목숨을 건지셨다.

그 후 수십 년을 잘 견디셨는데 90을 넘긴 연세에 코로나에 걸려 다시 한번 생명이 위태로운 경험을 하셨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를 얘기할 정도로 감염이 되더라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는 초기에 걸리셨고 고령에 기저질환도 있으셨기 때문에 가족 모두 아버님이 코로나를 이겨내시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었다.

장인어른은 코로나로 병원에 20일 넘게 입원하셨다. 코로나 증상뿐만 아니라 기침과 가래가 더욱 심해지더니 마침내 폐렴 증상까지 보이셔서 담당 의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 

결국 심정지까지 오게 되어 심폐소생술로 겨우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셨다. 그 후 기적처럼 모든 증세가 사라졌고 마침내 95세의 연세에 코로나를 이긴 기록을 세우시고 병원 간호사와 의사의 놀라움 속에 퇴원하셨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실 거로 생각하면서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었던 우리의 예상을 깨고 아버님은 또 한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오셨다.

그러나 그 기쁨도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 초에 다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며칠 소화가 안 되고 복부에 통증이 있다고 하셔서 병원에서 진료받아보니 담낭염 치수가 너무 높아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는 게 좋지만, 너무 고령이시라 일단 복부에 호수를 넣어 염증을 빼기로 했다. 

며칠 입원을 하면서 염증을 뽑아 냈지만, 여전히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아무래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담낭 제거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중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하던 중 오래전에 삽입한 스텐트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어 스텐트 시술을 먼저 하기로 했다. 

시술을 위해 더 세밀한 검사를 해보니 다른 쪽 혈관도 막혀 있는 것이 발견되어 새로 스텐트를 두 개 더 삽입했다. 이제 아버님 몸에는 6개의 스텐트가 심겨 있는 셈이다. 그 후 담낭 제거 수술을 받으시고 며칠 더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경과를 본 후 마침내 집에 돌아오셨다. 또 한 번 오뚝이처럼 일어나신 것이다.

아버님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에 목이 칼칼하고 잔기침이 나신다고 하여 이비인후과에 가서 상담받던 중 의사가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신속항원검사를 해보니 다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셨다. 

지난번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셨기 때문에 퇴원 후에 예방접종을 3회 모두 맞으셨는데도 다시 재감염되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증세가 심하지 않아서 입원은 하지 않고 집에서 격리하도록 조치를 받으셨다. 그리고 코로나 치료 약을 처방받아 꾸준히 드시고 다시 두 번째 코로나 감염도 이겨내셨다.

장인어른은 장기간 입원으로 인해 쇠약해지셔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으실 텐데도 다시 일어나시기 위해 집안에서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하시면서 기력을 회복하고 계시다.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있더라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시며 죽음까지 당당히 맞서 이제 백수(白壽)를 바라보고 계시다. 

젊었을 때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땀을 흘리셨고, 나이 들어서는 거주하시는 아파트 노인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노인회 회장 및 고문으로 봉사하시고, 지금도 얼마 되지 않는 참전 용사 수당으로 매달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계시는 아버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슈퍼맨이시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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