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0] 친구 따라 강남 간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0] 친구 따라 강남 간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0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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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맺고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살고 있다. 
부모와 자식과 같은 필연적인 인연뿐만 아니라 남남끼리 만나 부부가 되는 인연도 있고 학창 시절 맺게 되는 친구와의 인연,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 연결되는 직장 동료, 후배 또는 상사와의 인연도 우리 인생에서 무시할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런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에게도 삶의 행로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끼친 두 친구가 있다. 둘 다 배재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들이다.

첫 번째 친구는 지금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S라는 친구이다. 이 친구는 종교에 관한 관심과 생각도 없었던 나를 신앙의 길로 인도하여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친구이다. 

더 정확하게 자초지종을 밝힌다면 이 친구가 중학교 때 같은 반에 다니던 K라는 친구(현재 강릉 대학 교수로 재직 중)에게 교회를 소개했고 K가 나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바람에 교회에 다니게 되었으니 직접 S 친구로부터 인도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당구로 치면 쓰리 쿠션으로 맞아 교회를 다니게 된 꼴이지만, 어쨌거나 시발점은 S 친구가 시작했으니 그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나한테 교회 가자고 꼬드긴 K는 내가 교회에 발을 담근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은 발을 뺐다는 것이다.

S 친구가 내 인생 행로에 끼친 영향은 또 있다. 바로 우리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S와는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것뿐만 아니라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었다. 

오래전부터 이민을 준비하던 S가 나한테도 같이 이민을 가자고 처음 권했을 때만 해도 전혀 외국에서 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거절했었다. 나라를 떠나 이민을 간다는 것이 괜스레 나라를 배신(?)하는 것 같은 근거 없는 애국심에 차 있었을 때였다. 또한 함께 모시고 살던 노모 걱정도 한몫했다. 

S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리를 잡을 즈음에 나에게도 새 출발을 생각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고 그때 마침 뉴질랜드에 사는 S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로 답사 가서 친구 집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살 집을 계약하고 차도 장만해 놓고 한국에 돌아와 이민 절차를 밟아서 그 해 한국을 떠났다. 아무 사전 준비도 없이 벼락치기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친구의 영향이 컸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카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이민지를 놓고 따지고 있을 때 뉴질랜드에 S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뉴질랜드로 이민 가기로 결정할 수 있었고, 우리 가족이 낯선 곳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여러 도움을 받았다. 말 그대로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다.

두 번째 내 인생 행로를 바꿔준 친구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면서 재뉴욕 배재 총동창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Y 친구이다. S 친구가 나라를 바꿔 외국 땅에서 새로운 인생 여정을 걷게 해주는 데 영향을 미쳤다면 Y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해준 친구이다.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내가 재수하고 있는 학원에 Y 친구가 찾아왔다. 법과나 경영학과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나에게 평범한 직장인의 삶과 예술가의 삶을 비교하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나에게 예술인의 길을 걸으라는 그의 웅변은 힘이 있고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과감하게 진로를 바꿔 학원 진로 상담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술대학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냈고 그로 인해 나의 인생 행로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짧은 그의 방문과 권유로 무엇에 홀린 듯 내 인생 행로를 바꾼 것에 대해 그 당시 친구들과 교류도 없이 홀로 재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친구의 방문에 감성적으로 되어 그의 말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중학교 때부터 유인물을 돌리면서 선거판에 뛰어들었고 고등학교 내내 쟁쟁한 정치인들 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말솜씨를 익히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키웠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면서 나와 같이 어수룩하고 순진한 사람이 그의 말에 넘어간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Y 친구의 경우는 친구 따라 강남 간 것이 아니라 친구 꼬임에 빠져 강남 간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제비가 9월 무렵이면 추위를 피해 중국 양쯔강 아래 강남(江南)으로 먼 길을 떠나는데, 몇 마리씩 무리 지어 가는 모습을 보고 했던 말이다. 

이 말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됨을 이르는 말’로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경우는 친구의 말에 따라 이민을 간 일이나 친구의 설득에 진로를 바꾼 일들 모두 결국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니 꼭 친구 탓만 할 것은 못 된다.

내 인생 행로를 바꾸게 해준 Y 친구는 처음에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나중에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나를 뉴욕으로 초대하겠다고 한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볼 때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보자고 얘기를 꺼내는 게 사뭇 진지하고 진심이 담겨 있다. 

이참에 또 친구의 꼬임에 빠져 강남으로 가볼까 보다. 그나저나 이놈의 코로나가 문제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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