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The BUCK STOPS Here!_세종의 독단위지(獨斷爲之)
[전대길 CEO칼럼] The BUCK STOPS Here!_세종의 독단위지(獨斷爲之)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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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The BUCK STOPS Here!”는 “내게 모든 책임이 있으니,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다”라는 뜻이다. ‘해리 트루먼(Harry SW. Truman/1945~1953년 재임)’ 미국 제33대 대통령의 백악관 책상 위 명패에 새겨진 좌우명이다.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윤 석열 제20대 대통령에게 선물한 명패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이 명패 뒷면엔 'I'm from Missouri'라는 글도 있는데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란 의미다. 심사숙고하고 자신의 최종결단임을 은연중에 과시한다.  

“The BUCK STOPS Here!” 명패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처음 만든 게 아니다. 선물 받은 것이다. 1942년, 네바다(Nevada)州의 한 신문은 ’A. B. 워필드(A. B. Warfield) 대령’ 책상 위에 있었던 슬로건이 'The Buck Stops Here'라고 보도했다. 

어떤 경로를 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명패는 오클라호마州 엘 리노(El Reno)의 보안관인 ‘프레드 캔필(Fred M. Canfil)’의 눈에 띄었다. 강한 인상을 받은 그 보안관은 이 명패를 트루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The BUCK STOPS Here!”의 유래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포커 게임에서 공정하게 딜러(Dealer)의 순번을 결정하기 위한 ’Buckhorn Knife’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손잡이가 사슴뿔로 만들어진 칼을 딜러에게 넘겨주는 것(passing the buck)이 곧 '책임과 룰을 전가한다'는 관용어(慣用語)로 굳어진 것이다. ‘Buck’란 단어는 본래 ‘수사슴 또는 1달러(U$)’란 의미였는데 ‘책임’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1953년 해리 트루먼 미국 제33대 대통령이 이임식 때 행한 연설문 내용이다.  
"The President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 전가를 할 수 없다.)
No one else can do the deciding for him. (그 누구도 대통령의 결정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That's his job (<최종>결정은 온전히 대통령의 책무(責務)다)“

2010년1월7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2009~2017년 재임)’ 미국 제44대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조직한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Al Queda)’의 미 항공기 테러를 기도한 사건에 대해 연설했다. “The buck stops with me(모두 내 책임입니다)"라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연설문을 원용(援用)한 것이다.  

‘Buck’은 ‘달러(U$)’란 뜻으로도 쓰인다. 속어(俗語)로 ‘in the bucks’의 뜻은 ‘돈이 있는’이다. 그렇다면 달러(U$)를 왜 Buck이라고 했을까? 

미국 서부에선 포커 게임에서 쓰던 Buck의 용도로 한때 1달러짜리 은화(Silver dollar)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1865년부터 이런 연유로 'buck=dollar'라는 뜻이 사용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디언이 쓰던 ‘Buckskin(사슴 가죽)’을 물물교환의 단위, 즉 사실상 달러(U$)로 쓴 데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Buckhorn Knife>
 <Buckhorn Knife>

그리고 ‘Buck fever’란 단어는 초보 사냥꾼이 사냥감을 처음 마주하고 느끼는 흥분처럼 새로운 경험 전(前)에 느끼는 흥분(興奮)을 뜻한다. Buck(사슴) 사냥에 나선 초보 사냥꾼은 막상 Buck(사슴)을 보게 되면 방아쇠(Trigger)를 당기기 전에 초조해지고 손에 땀이 나는 등 긴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보다 500년 전에 세종대왕은 “The BUCK SDTOPS Here! (홀로 판단하여 결정한다.)’를 ‘독단위지(獨斷爲之)’란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세종(1418~1450 재위)은 평소에 신하들의 말을 존중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분고분한 임금은 아니었다. 세종은 신하들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 창제를 최종적으로 혼자 결정, 시행했다.  

동영상으로 보는 

 


세종실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1433년(세종 15년) 세종은 대신들이 불가하다고 적극 반대했다. 그러나 압록강 중류지방의 여진족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서 ‘파저강 야인정벌[婆猪江 野人征伐]’ 방침을 최종 결정하고 단행했다. 파저강(일명 동가강) 일대에 거주하던 야인(여진인)들은 원말명초(元末明初)의 혼란기를 이용해서 조선의 강계·여연 등지를 침입해서 사람들을 살상하고 우마(牛馬)와 재산(財産) 등을 약탈했다. 

1433년 4월 10일, 세종은 평안도 절제사 최윤덕(崔閏德)을 정벌군 총사령관에 임명하고 평안도 마보정군(馬步正軍) 10,000명과 황해도 군마 5,000필을 징발, 총 20,000명의 군대로 정벌(征伐)했다. 

조선은 태종 이래 북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압록강 유역을 개척하고 여연·자성·무창·우예 등에 4군을 설치했다. “내가 여러 가지 일에서 다수의 의논을 쫓지 않고, 대의를 가지고 강행한 적이 자못 많다. 수령육기, 양계축성, 행수직(行守職)을 자급(資級)에 따르는 일은 남들은 다 불가하다고 하지만 내가 홀로 여러 사람의 논의를 배제하고 행했다”고 세종은 말했다.

세종의 의사결정 방식은 크게 3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만장일치(滿場一致)다. 
관계된 사안과 사형집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의 참석자 중 어느 누구라도 제기한 문제를 해소한 후에 최종 결정했다.

둘째 다수결(多數決)이다. 
세종은 고을(州)을 합친 후 그 고을 이름을 결정할 때와 세제개혁(稅制改革)을 추진할 때 "여러 사람이 말한 것을 참작해서 많은 것으로 따르면 비록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한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다수결 원칙을 채택했다. 

셋째 독단결정(獨斷決定)이다. 
관료제 개혁, 영토 개척, 한글 창제 등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그 결정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세종은 “의심이 없는 것은 독단으로 하는 것(獨斷爲之)”이라며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하고 단행했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세종대왕은 그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때 만장일치라는 방법으로 신중히 처리했다. 고을의 이름 등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나 구성원들의 지지와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때에는 다수결 방법으로 결정했다.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회의 참석자의 이해관계로 그 과업이 좌초될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미리 충분히 묻고 다수의 지혜를 얻었다. 옳다고 판단되는 일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서 세종이 최종적으로 결단하고 강력하게 추진했다.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겠다”는 세종대왕의 사군 설치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서 결정했다. 
최 윤덕에게 명령을 내려 여진을 정벌하게 한 게 그 중요한 사례다. 또한 최 윤덕에게 전권을 주어 군대를 지휘하게 한 것도 사군설치가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The BUCK STOPS Here!”를 국가지도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남용되고 있어 안타깝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우스개까지 생겨날 정도이니 말이다.
 
경영학에서는 <권한과 책임의 위임(Delegation of Authority & Resposibility)>을 중요시한다.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법령에 따라 소신껏 일하고 행사한 권한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독단위지(獨斷爲之)’와 ‘The Buck Stops Here’는 그 뜻이 같은 의미이지 싶다. 
세종의 ‘독단위지(獨斷爲之)’는 해리 트루먼의“The BUCK STOPS Here!”보다 500여 년 전에 쓴 표현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가 지도자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 영문 명패와 함께 세종의 ‘독단위지(獨斷爲之)’ 명패도 만들어서 나란히 놓으면 어떨까?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어린이 사랑
    국가지도자의 어린이 사랑

2023년 5월 5일, 101번째 어린이날을 맞았다. 어린이는 대한민국 미래의 꿈나무다. 
국가지도자 용산 집무실에 꿈나무 어린이들이 활짝 웃고 신나게 뛰어노는 사진을 걸면 어떨까? 
국가기관, 공공기관과 지하철 역사와 버스 정거장에도 해맑고 밝게 자라는 어린이들 사진을 걸었으면 좋겠다.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싶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남녀 젊은이들이 결혼하고픈 욕망도 높일 수 있다. 물론 젊은이가 결혼하면 필요한 주택 문제와 아기들 보육과 양육 문제 해결이 급선무이다.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결혼해서 출산하고 아기를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인구감소 문제 해결대책은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는 게 급선무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 울음소리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온 천지에 넘쳐나는 그날이 오길 간절히 고대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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