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108 번뇌(煩惱)와 참을 인(忍), 마디 절(節)
[전대길 CEO칼럼] 108 번뇌(煩惱)와 참을 인(忍), 마디 절(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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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2023년 5월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와 관련된 108 번뇌를 살펴본다

어느 스님의 말씀이다. 
"세속에서 산 세월이 20년이요. 부처님하고 산 세월이 60년이니 갈 날이 꼭 1년밖에 남지 않았구나.” 석가모니 부처님은 81세에 열반했다. 부처님처럼 81세까지 살려는 스님들이 많지만, 부처님보다 장수(長壽)하는 스님들도 많다. 

그렇다면 사람이 오래 사는 조건은 무엇일까? 
사람이 오래 살고 싶으면 우선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즉 육근(六根)이란 여섯 도둑이 있다. 이 도둑들의 욕심이 지나치면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러한 여섯 도둑을 열거(列擧)한다.    
1, 예쁜 것만 보려는 "눈(目)"이라는 도둑놈, 
2, 좋은 소리만 들으려는 "귀(耳)"라는 도둑놈,
3, 좋은 냄새만 맡으려는 "코(鼻)"라는 도둑놈,
4, 맛있는 것만 먹으려는 "입(口)"이라는 도둑놈,
5, 쾌감만 얻으려는 "육신(肉身)"이라는 도둑놈, 
6, 명예와 권력에 집착하는 "생각(思)"이라는 도둑놈이다. 

그런데 이 여섯 도둑을 다스리는 게 바로 "마음(心)"이다.  이 여섯 도둑은 자꾸 번뇌를 일으켜서 우리 몸을 일찍 망가뜨린다. 따라서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사는 게 지혜로운 삶이며 진정한 자유인(自由人)이다.

불가(佛家)의 ‘108 번뇌(煩惱)’는 ‘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운 것’을 일컫는다. 육근(六根)은 눈. 귀. 코. 혀. 피부. 뜻(眼耳鼻舌身意)이다. 육진(六塵)은 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법(色聲香味觸法)이다.

‘육근(六根)’이란 감각기관과 ‘육진(六塵)’이란 감각 대상이 서로 마주칠 때 육식(六識)이 일어난다. 육식(六識)이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의 총칭(總稱)’이다.  

육근이 육진을 만나면 ‘좋다(好)’ ‘나쁘다(惡)’ ‘그저 그렇다(平等)’는 3가지 느낌을 일으킨다.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樂受),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들인다(受苦). 

그저 그런 것은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하는(捨受) 마음이 생긴다. 좋고(好) 나쁘고(惡) 평등(平等)하며 괴롭고(苦) 즐겁고(樂) 버리는(捨) 6가지 감정이 표출된다.  

따라서 6X6=36이다. 서른여섯 가지의 번뇌가 생겨난다. 이런 36 번뇌가 과거, 현재,  미래에도 끊임없이 유전하기 때문에 36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면 108(36X3) 번뇌가 생겨나는 것이다. 108 번뇌(煩惱)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작용한다. 

108 번뇌를 소멸(消滅)하기 위해 불자는 부처님께 절을 한다. 이게 바로 108배(拜)다. 이런 줄 모르면서 일부 불자들은 무턱대고 불상을 향해 두 손 합장, 108배를 한다.   

그러니 육근이라는 번뇌의 도둑들을 조종하는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가 있다. 몸에 익으면 마음이 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마음에 익으면 몸 또한 스스로 옳게 행동한다. 

“마음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니 남이 어찌 내 주인이 될 수 있으랴? 스스로 주인 된 이는 영원한 진리를 얻으리라”는 게 부처님 가르침이다.  

삶의 이치는 어느 나라,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자신이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다르다. 즉 좋게 보느냐, 나쁘게 보느냐,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 내 위주로 보느냐, 상대방 위주로 보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지 차이다.  

그래서 감정과 이성으로 조화로운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인체(人體)는 소우주(小宇宙)와 같다. 자연(自然)의 이치에 따라 태양과 바람과 같은 에너지를 충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마음으로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디. 

이것을 다스리는 핵심이 바로 마음이다. 그 마음이 곧 우주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정처 없이 떠도는 구름이 태양과 바람의 도움을 받아 우리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빗물을 만든다. 우주의 기(氣)와 같은 것이 마음(心)이기에 심통(心統)을 잘 다스리는 것이 참으로 바람직하다.  

  <야구공을 관찰하면 108 땀으로 되어 있다>

숫자 108은 불교에서 108 번뇌와 연관된 숫자이다. 
불자의 염주는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염주 알로 구성되어 있다. 야구공의 표준무게는 141.7~148.8g(5온스~5온스 1/4)이다. 야구공 표준둘레(22.9~23.5cm)에 맞추어 똑같은 모양의 가죽 2장을 약 223cm의 빨간 실(絲)로 꿰매다 보니 108 땀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 유래한 야구(野球)가 불교 교리의 108 번뇌와 연관이 있지 싶다.  

골프도 108이란 숫자와 연관이 있다. 
골프장(18홀) 그린(Green)의 Hole 직경은 약 108mm이다. 초창기에 수도 파이프를 골프의 홀 컵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수도 파이프 지름이 108mm이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홀 컵에 골프공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성인 남자가 손을 넣어 공을 꺼낼 수 있는 적당한 크기다. 골퍼가 공을 칠 때 나름대로 번뇌의 과정을 거치므로 108 번뇌와 골프 홀컵의 지름이 108mm임이 우연(偶然)일끼? 필연(必然)일까?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참을 인(忍)’자는 ‘칼 도(刀) + 마음 심(心)’자가 아니라 ‘칼날 인(刃) + 마음 심(心)’자로 되어 있다. 참을 인(忍)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가슴에 칼날을 얹고 있다는 뜻이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시퍼런 칼날이 내 가슴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자칫하다가 가슴 위에 놓인 칼에 내 가슴이 두 동강이로 찔릴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누가 와서 짜증 나게 건드린다고 뿌리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겠는가? 움직여봤자 내 몸만 다친다.
 
화(火)나는 일이 생겨도 죽은 듯이 꾹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참을 인(忍)자는 참지 못하는 자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일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면 참아야 한다. 이게 바로 인내(忍耐)다.

참을 인(忍)자에는 또 다른 가르침이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때로는 죽순(竹筍)처럼 쑥쑥 솟아오르는 게 있다. 온갖 미움, 증오, 분노, 배타심 그리고 탐욕 등이 싹틀 때마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칼날로 이들을 싹둑 잘라 버려야 한다. 

이렇듯 인내에는 아픔이 필요하며 결단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108 번뇌’와 ‘참을 인(忍)’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가 있다. 

992년간 56명의 군주를 거친 고대 한반도의 군주제 국가인 신라시대(BC57년~AD935년) 향가(鄕歌)에 실린 처용가(處容歌)에 나오는 설화(說話)다. 

“용(龍)의 아들인 처용(處容)이 헌강왕을 따라서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 와서 벼슬을 했다. 어느 날 밤에 역신(疫神)이 자기 아내와 동침(同寢)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용이 이런 광경을 보고도 참고 태연하게 노래를 지어 불렀더니 그 역신이 처용의 관대함에 감복해서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향후 대문에 처용 얼굴 그림을 붙여놓으면 그 집안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처용가에 나오는 역신이 여성 천연두 귀신인 ‘호구별성’이란 주장이 있다. 그 역신이 헌강왕이란 주장도 있다.    

예전에 학창 시절 공부 시간에 역사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기억난다. 
처용이 밤늦게 귀가해 보니 아내가 삭발한 남자와 같이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방 안에 있던 다듬돌을 들어서 아내와 그 사내를 향해서 내려치려다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말했다. 여승(女僧)이 되어 언니 집을 찾아온 처제(妻弟)와 같이 잠을 잤노라고. 참고 또 참았던 처용은 살인을 면했다. 

그래서인지 “‘참을 인(忍)’자 3개 면 살인(殺人)도 면(免)한다“는 이야기가 생겨났다. 

그리고 ‘참을 인(忍)’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사례다.  
예전에 어느 학자에게 골칫덩이 제자가 있었다. 다른 제자들에 비해 현명하고 이해력이 높아 스승의 가르침을 금세 습득하는 뛰어난 제자였지만 한 가지 큰 문제점이 있었다. 술을 마시면 금방 흥분하고 자제를 하지 못해 다른 사람과 주먹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를 고민하던 스승은 어느 날 그 제자를 불러 나무상자 하나를 제자에게 맡겼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은 오래전부터 우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도자기가 들어있다. 너는 내가 누구보다 믿고 아끼는 수제자이니 한 달간 그 도자기 상자를 맡긴다. 

한 달 동안 이 도자기 상자를 절대로 몸에서 떼놔서는 아니 될 것이다."라면서, 스승의 보물을 보관하던 제자는 한 달 후 스승에게 도자기를 되돌려주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참은 것 같구나.  그 연유가 무엇이냐?"고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혹시 싸움이 벌어지면 품속에 잘 보관했던 스승님의 보물이 깨질까 두려워 도저히 화를 내거나 싸울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제자가 답했다. 

그러자 스승은 제자에게 '참을 인(忍)'자를 종이에 크게 써서 주며 말했다. "칼날 인(刃)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놓여있다. 네 마음속에는 이 도자기를 보관한 상자보다 훨씬 무겁고 날카로운 칼날이 있다. 이래도 네가 깨닫지 못한다면 그 칼날이 너를 심하게 찌를 날이 올 것이 분명할까 걱정되어 심히 두렵다." 

이처럼 스승의 깊고 넓은 사랑을 깨달은 제자는 '참을 인(忍)'자가 쓰인 종이를 항상 품 안에 지니고 생활했다. 그 후 제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더라도 절대로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않았다. 

108 번뇌(煩惱)와 참을 인(忍)자는 ‘끊고 맺음’을 뜻하는 '마디 절(節)'자를 동반한다.  
스스로를 절제(節制)하여 절검(節儉) 절약(節約)하라. 정도(節度)와 절개(節槪)를 지켜나가며 술을 적당히 마시어 절주(節酒)하라. 절기(節氣)에 맞춰 농사일에 부지런하라. 

절(節)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적절하게 절(節)을 조절하라.  
절(節)의 중요성을 모르면서 무절제(無節制)하게 사는 사람을 절(節)을 모르는 철부지(節不知)라고 한다. 절(節)을 지키면 생활에 안전을 찾을 수 있어서 안절(安節)이다. 

절(節)을 잘 지키지 않으면 부절(不節)되어 고난과 고통을 수반(隨伴)한다. 절(節)을 망각한 게으른 삶은 불안(不安)하고 초조(焦燥)해서 안절부절(安節不節)하게 된다. 

끝으로 ‘108 번뇌(煩惱)’를 씻어내기 위해서 ‘참을 인(忍)’자와 ‘마디 절(節)’자를 마음에 새기고 부처님 가르침을 명심하고 실천하자.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이란 3가지 번뇌(煩惱)인 <탐(貪)·진(瞋)·치(癡)>란 ‘삼독(三毒)’의 늪에 빠지지 말도록 자각(自覺)하고 자성(自省)하자. 

어느 독자가 3독(毒)과 명상(冥想)에 관해서 보내온 글이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맹렬히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해서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자기 반대 측과는 결혼을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편을 갈라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3독(毒)의 늪에 빠져서 싸우고 있다. 3독의 늪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자유인(自由人)이기 되기 위해서는 수양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 방법으로 명상(冥想)이 있다. 불교의 종교의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가톨릭 종교의식에도 묵상(默想)한다. 서양인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명상(冥想)을 연구한다“ 

불경(佛經)의 종류가 84,000가지라고 한다. 이런 불경을 믹서기(機)에 넣고 갈았더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5글자가 튀어나왔다. 다시 끝까지 갈았더니 <덕감사>란 3글자가 남았다. 이게 바로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란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끝으로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다”라는 유대교 율법 모음집 탈무드(Talmud)에 나오는 이야기로 맺는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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