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부탄(Butan) 국민과 세종시민의 행복지수
[전대길 CEO칼럼] 부탄(Butan) 국민과 세종시민의 행복지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6.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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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행복(幸福/Happiness)은 ‘Happen’이란 영어단어에서 유래했다. 2011년 유럽 신경제재단(NEF, New Economics Foundation)은 국가 행복 조사 자료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로 부탄을 발표했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남아시아의 작은 내륙국으로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인 부탄은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를 처음으로 도입하였으며, 한때 ‘행복지수 1위, 국민 97%가 행복하다’ 는 국가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최근까지도 각종 언론이나 신문은 여전히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교국가인 부탄(Butan)을 꼽았으나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부탄 국왕 부부와 아기 공주>
<부탄 국왕 부부와 아기 공주>

수많은 정치인은 행복의 비결을 알기 위해 부탄을 방문했다. 부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치인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부탄 국민의 현재 행복지수는 세계 1위가 아니며 세상에서 불행한 나라 중 하나로 전락했다. 2019년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에 실린 결과다. “부탄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156개국 중에 95위를 차지했다” 

왜 그럴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부탄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과 자신들을 비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비교 대상이 없었기에 자기 삶에 만족했던 국민들이 이제는 자국의 가난함을 알게 된 것이다. 상황은 바뀐 것이 없지만 상대적인 비교 때문에 스스로 불행해져서 부탄 국민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우리나라 국민 140만 명을 대상으로 전국 17개 시도의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세종시다.

<수변공원 호수에 비친 세종시 야경>
<수변공원 호수에 비친 세종시 야경>

흥미로운 점은 세종시의 출산율도 높다. 세종시는 1인당 1.28명을 출산했는데 이는 서울시 출산율 0.64의 2배에 해당한다. 정부의 육아 지원방안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음도 알 수 있다.                           

이런 복지정책이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가장 핵심 이유는 구성원들인 공무원들의 삶의 수준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종시민들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타 도시에 비해서 적다. 사람들이 상대 비교를 통해서 상대적인 박탈감(剝奪感)을 느낄 때 불행해 짐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상대적인 비교에 대한 사례 연구로 ‘전기 고지서에 대한 비밀’을 밝힌다. 
2004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샌마르코스시에서 에너지 절약 관련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을 진행한 대학 연구진은 집마다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서 에너지를 아끼자'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왜 에어컨을 꺼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룹별로 다르게 설명했다. 

A그룹 주민들에게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B그룹에는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C그룹에는 '매달 U$54씩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D그룹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웃집의 77%가 에어컨을 끄고 있다`고 설명문을 적었다.  

                       
위 4그룹 중에서 D그룹만이 에어컨 사용량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사람은 비용 절약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환경보호에 동참해 달라는 설득도 효과가 없었다. 그저 이웃들이 먼저 전기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만이 행동을 바꿨다. 

위 실험을 토대로 2007년 창업한 에너지 절약 기업 오파워(Opower)는 고객들을 설득해 전기, 가스를 아껴 쓰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오파워가 절약한 전기 에너지가 5,000,000,000,000와트였다.

이는 미국 연간 태양력 발전량 또는 미국 뉴햄프셔주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 전력 에너지다. 오파워의 성공비결은 오파워가 고객들에게 보내는 전기, 가스 사용고지서에 있다. 

생활 수준이 비슷한 이웃집보다 전기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했는지를 전기고지서에 적었다. 그 전기 사용고지서 예문을 살펴보았다. "6~9월 여름기간에 당신은 냉방에 매달 U$67를 썼습니다. 이는 이웃보다 78%가 더 많은 금액입니다." 

실제로 오파워 고지서를 받은 고객 중 72%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동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웃보다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나서는 막 바로 전기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 

서울 중산층 시민이 강남 논현동, 청담동에서 사는 것 보다 우리네 가족과 생활수준이 비슷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동류의식(同類意識)을 갖고 사는 게 더 행복해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끼리끼리”란 우리말이 생겨 낫지 싶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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