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직업명에 붙는 사(事), 사(士), 사(師), 사(使) 
[전대길 CEO칼럼] 직업명에 붙는 사(事), 사(士), 사(師), 사(使)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7.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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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일 사(事), 선비 사(士), 스승 사(師), 부릴 사(使), 등 4글자(事, 士, 師, 使)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위 4글자가 어느 직업 끝 자에 붙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변한다. 

법정에서의 재판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있으며 법정 서기인 속기사가 있다. 한자 표기는 각기 판사(判事),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 속기사(速記士)다.  

자세히 보면 끝에 쓰이는 ‘사’자의 한자가 서로 다른 ‘일 사(事)’자와 ‘선비 사(士)’자다.  왜 그럴까? 다 같이 법을 다루거나 법정에서 일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흔히 ‘사’자 붙은 사람들은 권력이 있거나 돈벌이가 잘되는 사람을 얘기할 때 열거하는 직업들이다. 위에서 언급된 판·검사와 변호사 외에도 이를테면 의사, 약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회계사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들 직업의 한자 표기는 각각 의사(醫師), 약사(藥師), 변리사(辨理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회계사(會計士) 등이다. 여기서 끝에 붙는 ‘사’의 한자가 ‘스승 사(師)’자, ‘선비 사(士)’자는 각기 다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일 사(事)’자가 붙는 직업은 ‘그런 일을 맡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무원일 때는 나라에서 그 일을 맡기며 일반 기관에서는 각 기관에서 일정한 직무를 맡길 때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판사는 판결 업무를, 검사는 검찰 업무를 맡긴 사람이라서 판사(判事), 검사(檢事)로 쓴다. 법인의 이사나 감사를 이사(理事) 감사(監事)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지방자치 기관인 도(道)의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일을 맡는 사람이 도지사(道知事)다.  예전에는 나라에서 맡겼지만, 지금은 도민들이 선거에서 투표로 맡긴다. 그래서 직업명 끝에 ‘일 사(事)’자가 붙는다. 

‘선비 사(士)’자가 붙는 직업은 변호사(辯護士), 속기사(速記士), 변리사(辨理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회계사(會計士) 등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가기관 또는 공인기관에서 일정한 조건,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만 주어진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 밖에도 ‘선비 사(士)’자가 붙는 직업으로는 기관사(機關士), 장학사(奬學士)와 각종 기사(技士), 그리고 프로바둑 기사(棋士/碁士) 등이 있다. 프로바둑 기사만 해도 일정한 나이를 넘기기 전에 경쟁이 치열한 입단 대회를 거쳐야만 주어지는 자격이기 때문에 ‘사(士)’자를 붙인다. 

‘항해사, 석사, 박사, 세무사, 관세사, 조종사’ 등에도 ‘선비 사(士)’자를 붙인다.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 목사(牧師), 간호사(看護師)는 ‘스승 사(師)’자를 쓴다. 스승이란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으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보면 ‘사(士)’자와 같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있다. 이들 직업은 몸으로 힘들여 애쓰는 사회봉사가  곁들여져야만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할 때, ‘선비 사(士)’자가 붙는 변호사나 변리사 등은 주로 문서와 행정 위주로 일을 하지만, 이들은 직접 몸수고를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몸수고를 하는 마술사(魔術師), 정원사(庭園師)도 ‘사(師)’자로 표기한다. 요리사(料理師)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도지사 격인 ‘평안감사’, ‘충청감사’ 등이라고 했는데 위에서 다룬 일 사(事)자가 아닌 ‘부릴 사(使)’자의 관찰사(觀察使)로 썼다. 관찰사 자리가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관찰사(감사)는 종2품으로서 도내 수령 방백들의 근무 평가는 물론 즉석 탄핵하는 권한까지갖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의 사헌부에 대비되는 외헌(外憲)이라고까지 했으며 심지어는 군권까지도 거머쥐고 병마절도사• 수군절도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수군절도사가 따로 있는 곳에도 관찰사가 그들보다 상위였다. 

이처럼 직급이 높은 정3품 당상관 이상의 관헌에게는 ‘일 사(事)’자가 아닌 ‘부릴 사(使)’자를 붙여 우대해 주었다. 한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최고위 외교관은 대사다. 그 표기를 ‘대사(大使)’로 쓴다. 그보다 한 급 아래인 공사도 ‘공사(公使)’로 적는다. 

그러나 주재국 대사관의 영사(領事)는 ‘일 사(事)’자로 쓴다.

직업명의 끝 글자에 붙는 각기 다른 ‘사’자의 한자 표기를 요약 정리한다. 

○ 일 사(事) : 일정한 책임을 맡은 임명직(선출직)이다. 
(예) 판사(判事), 검사(檢事), 이사/감사(理事/監事), 도지사(道知事). 
이 중에서 고위직의 경우에는 ‘사(使)’로 표기한다.  
(예) 관찰사(觀察使), 대사(大使), 공사(公使), 어사(御使) 등 당상관 이상.

○ 선비 사(士) : 일정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자격증이 있는 사람
(예)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회계사(會計士), 
기관사(機關士), 장학사(奬學士) 등 
각종 기사(技士), 운전기사(運轉技士) , 바둑기사(棋士/碁士), 석·박사(碩·博士),
항해사(航海士), 세무사(稅務士), 관세사(關稅士), 법무사(法務士), 조종사(操縱士) 등

○ 스승 사(師) : 전문 분야에서 정해진 능력을 갖추고 주로 몸수고로 업무를 하는 사람 
(예)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 목사(牧師), 간호사(看護師), 마술사(魔術師), 
정원사(庭園師), 요리사(料理師) 등이다. 
참고로 간호사는 명칭이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간호부(看護婦)라고 했는데 
1951년 간호원(看護員)으로 1987년부터 현재의 간호사(看護師)가 되었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지만 직업명에는 귀천(貴賤)이 있지 싶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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