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28] 계획된 우연은 성공과 가깝다(1)
[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28] 계획된 우연은 성공과 가깝다(1)
  • 편집국
  • 승인 2019.12.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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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서 우연한 사건이 주는 긍정적 영향
직업학박사 신의수
직업학박사 신의수

나는 현재 주)제이비컴 대표이사다. 어릴 적 꿈은 군인이었고 교수였고 경찰이었지만 그러한 꿈을 꾸면서 관련대학과 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다. 학생 운동하는 누나의 영향으로 학부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했고 대한적십자사라는 첫 직장의 영향으로 석사는 사회복지를, 그리고 현재하고 있는 직업상담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박사는 직업학을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폴 샤르트르(Jean Paul Sartre)는 ‘인생은 B(birth,(출생)와 D(death, 죽음)사이에 C(choice,선택)다', ’우연이 운명을 결정 한다‘라고 하였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은 한 인간의 삶에서 온전히 자신이 주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우연히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진로에서 우연은 내 삶의 경로를 바꾸어 갔고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을 통해 나의 진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여나갔다. 나만 그런 것일까? 아니다 상담을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이일을 하게 된 이유는 우연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진로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 아니면 정해진 진로의 흐름에 운명처럼 따라 가는 것인가? 내가 지금 직업학 박사로 살아가는 것은 우연일까? 계획일까?  나는 시시때때로 주어지는 일들에 충실했고, 때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 하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곤 하였다. 가끔은 이런 충동적인 행동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개발이 이루어지는 일도 있고 우연하게 개발되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인 발명은 막대한 자금이나 조직, 인력 그리고 오랜 연구시간이 요구되며 성공의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우연히 발명을 하게 된 경우에는 당연히 그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나 인력 등이 불필요하고 또한 성공의 확률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의도적인 발명과 우연한 발명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든가 또는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연한 계기에 대단한 발명을 한 대표적인 예는 바로 영국의 미생물학자이자 세균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페니실린 발명을 들 수 있다. 어떤 병원균에 대하여 실험을 하던 중 실수로 배양기의 뚜껑을 닫지 않아 푸른곰팡이가 그 안으로 들어가서 번식하게 되었는데 푸른곰팡이가 번식하는 곳에는 그 병원균이 접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이상히 여기고 병원균을 푸른곰팡이가 서식하는 곳에 놓아두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원균이 사멸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 푸른곰팡이는 병원균에 대하여 항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발명한 것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또한 비아그라도 우연한 기회에 발명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원래 협심증치료제로 개발되던 성분인데 임상실험을 하다 보니, 이 성분이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을 확장시킬 뿐 아니라 성기의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지속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발견하고 협심증 치료제로서의 개발을 포기하였고, 부작용이 오히려 발기부전환자의 발기부전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전환하여 발기부전 치료제로 성공하게 된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직업적인 성공에 대하여 직선적인 상향이동보다는 삶의 전반적인 질에 대한 관심 즉,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인 성향이 짙어지는 세태에서 발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은 자신의 성장, 여가, 일과 가족 간의 우선권을 재검토하면서 자기성장을 향하여 자발적으로 진로전환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공 변경, 편입, 이직과 전직의 보편화, 실직 및 조기퇴직 등 진로과정에서 진로전환은 전 생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되었다. 

인간의 진로전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발달된 이론들은 크게 구조론적 관점의 ‘직업 선택이론’과 발달론적 관점의 ‘진로발달이론’으로 양분되는데 이 두 관점의 공통점은 진로결정은 근본적으로 우연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규범적이고 합리적인 원리나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진로결정이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나 기회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크롬볼츠 이후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한 사람의 진로발달과정에서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 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건은 그 사람의 진로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를 가리켜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 부른다. 계획되지 않았지만 이미 발생한 사건들을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서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이처럼 계획된 우연이론은 2019년 타계한 스탠포드대학의 교수였던 존 크롬볼츠(John D. Krumboltz)에 의하여 정립되었다. 인생에서 우리는 계획과 달리 우연한 사건들에 맞닥뜨리게 되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로에 있어서 우연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한다.

계획된 우연이론은 송나라 학자 호인(胡寅) 독사관견(讀史管見)에 나오는 글로 삼국지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인 ‘노력을 다한 후에 천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과도 통하는 말이다. 

우리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영국의 속담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유럽 속담인 ‘모든 것은 신의 뜻에 달려 있다(Everything depends on God's will)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하늘에 도움을 받을 일로 복을 짖고, 결과가 안 온다하여 탓하거나 조바심 내지 말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드리며 기다리라는 뜻이다.

송병국(1998)이 성인노동자 270명을 대상으로 직업결정과 우연성간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약 59%가 직업결정 과정에서 ‘우연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직업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알아보는 연구에서는 ‘기업의 노사분규’(83.3%), ‘홍수, 태풍 등 천재지변’(80.2%), ‘갑작스런 실업자의 증가’(7.6%), ‘우연하게 얻은 학교나 훈련 에 대한 정보’(46.7%),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43.0%)이 직업결정과정에서 우연히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다음 호에 계속)

신의수
- (주)제이비컴 대표이사 (현) 
-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박사 
- 직업상담 NCS개발위원, 학습모듈 검토위원
- 직업상담사2급 과정평가형 자격증 개발위원
- NCS컨설턴트
- (사)직업상담협회 이사 및 공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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