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말 스키장·여행, 숙소 잡고 술자리에..코로나19방역 무용지물
[취재수첩] 주말 스키장·여행, 숙소 잡고 술자리에..코로나19방역 무용지물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2.07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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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인스타에는 여행 '인증글'이 태반
방역수칙 강화에도 개인의 참여 없인 코로나19 못잡아
코로나19 확산 지속시 이달 내 '의료체계붕괴'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주말 경기도의 한 복합쇼핑 건물에 위치한 푸드코트에서 진풍경을 봤다. 유동 고객이 많지 않은 작은 상가 건물에 있는 푸드코트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이용객만 있었다. 그런데, 이용객들은 모두 간격을 둔 식탁에서 한쪽 방향을 바라본 채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이용객 연령대가 5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역수칙이 지켜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간혹 잘 모르는 이들이 마주 보고 앉으려 하면 푸드코트 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아직까지도 직장인이 밀집한 회사 근처 식당에만 가도 서로 삼삼오오 마주 보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일상인데 말이다.

이 상점 건물은 해당 지역에만 단 한 곳 있는 소형 상가다. '동네 장사'를 해야 하는 특성상 단골에게 밑 보이면 흠이 잡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차피 가족이니 그냥 마주보고 먹게 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하루 평균 매출이 80% 가까이 떨어진 매장도 있었지만, 점주들은 당장 손님이 줄어든다 해도 코로나19가 더 확산돼선 안된다는 뜻으로 뭉쳤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언론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스키장에 몰린 인파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누군가는 생계를 걸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방역 수칙을 따르고 있는데 누군가는 이를 비웃듯 산으로 들로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615' 지난 7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스무일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는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선택해야 했다.

유럽에서 발생한 의료 붕괴는 눈앞에 현실로 닥쳐왔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브리핑에서 "전국적 대유행이 이어진다면 빠르면 일주일 뒤부터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코로나19 확산은 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타국보다 더 빠르게 N차 감염이 발생될 수 있는 탓이다.

정부는 거듭 의료체계 붕괴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국민들을 모두 통제하고 이동을 봉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간곡한 읍소뿐이다. 그리고 몇몇은 이러한 읍소나 타인의 노력을 비웃듯 사회적 거리두기를 남 일처럼 여기고 있다.

대부분 이런 이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속감으로 뭉쳐있거나, 나는 아니겠지라는 알 수 없는 믿음에 사로잡혀있는 듯하다.

뉴스로 보도되는 무증상자가 내 주변에는 없을 것이란 신념으로 파티룸이나 숙소를 잡고 술 파티를 여는가 하면, 주점과 음식점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코로나19가 지인 간에는, 증상이 없을 때는 전파되지 않기라도 한다던가. 보도에 따르면 이미 국내 전체 감염 경로 중 가까운 지인 사이 발생한 소규모 감염으로 인한 비율이 집단감염으로 인한 비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니까 괜찮다는 명목으로 여행지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좀 더 좋은 풍경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채 근처를 방황하기 일쑤다. 그러는사이 비말에 무방비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전은 예쁜 인증 사진 한 장에 묻힌다.

인스타그램에 스키장이나 여행을 검색하면 몇 시간 내에 올라온 인증 글이 수백 건에 달한다. 함께 술을 먹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올리는 것 또한 낯설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인증글에는 수백수천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즐비하다. 무엇이 당당한지 얼굴을 드러내고, 마스크를 내리며 지인들과 즐거운 모습을 오픈 공간에 올려둔다.

물론 스키장은 정부가 이용을 제한한 시설이 아니다. 지역 간 이동 제한을 할 수도 없다. 이들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정부 브리핑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서 제한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도 되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무시한 이들을 다 하나하나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운 행위였다고 일침을 가할 필요는 있다. 누군가가 올린 인증글과 경험담에 잘했다 손뼉 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멀어질수록 잡을 수 있다. 이 기로를 넘지 못하면 2021년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해로 한 해를 허무하게 낭비할 수 있다. 의료체계 붕괴에 이어 국가 경제까지 파탄 날 수 있는 판국이다. 더 이상의 피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나 하나쯤이야'하는 이기심을 버려야할 때다. 모두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 모두가 스스로 실천하는 ‘참여 방역’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힘겹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공동체 정신으로 자발적 거리두기없인 코로나19를 막아내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 12월 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본인이 직접 구매한 방호복을 입고 수험에 임했던 수험생이 화제에 올랐다. 만 19세의 청년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기 때문에 나 스스로의 방역이 중요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청년과 같은 태도가 부디 모든 이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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