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인주문기 도입에 뜨거운 정부, 장애인·고령자에겐 차가운 현실
[기획] 무인주문기 도입에 뜨거운 정부, 장애인·고령자에겐 차가운 현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2.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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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영향평가 결과발표회서 "키오스크 도입 후 매출 확대"
KFC, 매장 98% 키오스크 도입..롯데리아,맥도날드도 60% 넘어
디지털 소외 계층, 무인기기 앞에서 까막눈 신세..소외감 부추겨
비장애인에 맞춰진 키오스크,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다
인건비 인상, 코로나19 등으로 무인기기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종업원을 두지 않는 무인 창업도 인기다.
인건비 인상, 코로나19 등으로 무인기기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종업원을 두지 않는 무인 창업도 인기다.(고객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기계에서 음료가 나오는 무인 카페 모습. 일반 카페처럼 자리에 앉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사회적거리두기 방역 수칙에 이해 테이블이 치워진 상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도시 곳곳에 위치한 외식업계에서 무인기계는 더 이상 생경한 모습이 아니다. 대형 패스트푸드점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외 소규모 업체에서도 키오스크 기기를 활용하며 무인 주문을 도입하고 있다. 사장도 종업원도 없는 무인점포도 생겼다.

몇 년 전부터 인건비 인상 등의 문제로 키오스크 도입을 고려하는 업체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보다 기기를 통한 주문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무인주문기 도입은 더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무인주문기 확산을 견인했다.

하지만 무인기기의 확대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약자를 위한 배려가 함양되지 않은 탓이다. 일부 매장은 모든 주문이 키오스크를 활용해야지만 가능하다. 주문을 받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지 못한 어린이나 고령층은 주문부터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단지 디지털격차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이 경우에는 키오스크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인주문기로만 이루어진 매장이 많아질수록 시각장애인들의 활동 폭은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키오스크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고려는 미진하다. 평균에 속하지 못한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발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 4대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 70%에도 못 미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뒤에는 소외되는 계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디지털 정보 격차와 소외 현상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디지털 소외와 관련한 문제는 중요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진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지털 기술이 익숙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일상 전반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이제 사용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생활 자체도 어려워지는 시대가 됐다.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디지털 격차는 소외감을 가중시킨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디지털 소외 현상은 사회 소외 계층에서 뚜렷하다. 70대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저소득층 등에서 디지털 정보화 격차가 짙어진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올해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 했을 때, 70대 이상 노년층의 정보화 수준은 35.7%에 불과하다. 60대도 73.6%로 기준점보다 크게 낮다. 장애인의 경우 75.2%로 나타났다.

고령자,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자료제공=한국정보화진흥원)
고령자,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자료제공=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 취약 계층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낯선 기기 앞에서 머뭇거리며 주문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같은 공간에 키오스크 기기에 대해 안내를 돕는 직원을 배치한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나치게 '평균화'된 무인주문기
키오스크 기계가 외식업계와 영화관 등 서비스업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주문이나 응대하는 직원의 역할을 기기가 해결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주문 오류 등의 문제를 줄이고 다른 직원들은 보다 생산적인 일에 매진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2월 9일 2020년 고용영향평가 결과발표회에서 '키오스크 확산이 외식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 발표에 따르면 무인주문기 도입으로 외식업체의 매출은 평균 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키오스크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기기를 도입하려는 업체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조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맘스터치를 제외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주요 4대 업체가 전체 매장에 절반 이상이 키오스크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의 경우 전체 매장 420곳 중 260곳인 62%가 롯데리아는 1350개 매장 중 917곳인 68%가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버거킹은 339개 매장 중 77%가 키오스크를 도입했으며 KFC는 200개 매장 중 단 네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키오스크를 도입하며 98%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도입 현황(자료제공=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도입 현황(자료제공=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조 교수는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업체 48개 중 12개 업체가 무인기기를 도입할 수 있어서 창업하였다고 응답하는 등 무인주문기가 창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데 좀 더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키오스크가 지나치게 평균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있으므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키오스크 기계는 터치패드가 키가 작은 사람 손에 닿지 않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당연히 화면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사용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키가 작은 어린이나 장애인을 위해 발판을 마련해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에 대한 불친절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발판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일부 키오스크는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으니 사용하려는 용기조차 낼 수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화면을 눌러 주문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데다, 소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어느 위치를 터치해야하느지 LED 모니터 상에는 구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경우에도 음성을 통한 주문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 않으므로 키오스크를 활용할 수 없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키오스크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정부 정책에는 온기가 담겨야
고령자와 장애인 소외와 관련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민원을 위해 활용되어온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행정사무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이 개정된 것.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9일 장애인을 고려한 화면 확대 기능과 휠체어 사용자 조작 편의 기능을 필수 규격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행정사무정보처리용 키오스크 표준규격'을 개정했다. 제품 개발과 성능평가와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하면 빠르면 내년 7월부터 현장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행정처리용 이외 프랜차이즈 등 민간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키오스크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은 전무하다.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배려하기 위해 키오스크 제조시 ▲충분한 조작 시간 부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부착형 키보드 설치 ▲휠체어 대비 높이 기준 설정 ▲음성 안내 기능 제공 ▲음량 조절 기능 제공 ▲손떨림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경우 헬프 데스크를 설치하거나 문의 전화번호를 게시하도록 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아직까지 민간의 키오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유일한 키오스크 관련 정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무인정보단말기 정보접근성 개선 지원사업' 예산 또한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속도감 있는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내년 2021년 예산안에 무인화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소상공인 디지털화를 역점 사업으로 두고 4924억 원의 실탄을 장전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대비 무려 8배 이상 확대된 편성이다. 점원이 없는 무인 스마트 슈퍼는 800개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프랜차이즈학회 이용기 회장은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무인화는 기술 발전에 따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면서도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빨라진 무인화 속도에 소외받는 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제언한다.

정보 불균형이나 신체적 차이로 기술을 따라가기 어려운 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의견이다.

기술에는 온도가 없다. 그러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기술에는 없는 온기가 있다. 국민, 즉 사람을 위한 정부 정책에 온도가 담겨야 하는 이유다. 기술적 발전·경제부흥과 함께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며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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