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만 하면 현대차 입사…현대차-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학부’ 계약학과 설립
졸업만 하면 현대차 입사…현대차-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학부’ 계약학과 설립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05.2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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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동안 매년 50명의 우수 인재 선발
통합 과정 5년 동안 전액 장학금 지원...졸업후 입사 보장
성균관대, 서울대, 카이스트 등 계약학과 설립 러시 중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과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이 설립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현대자동차가 고려대학교와 함께 수소,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할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채용조건형 학·석사 통합 과정의 계약학과를 설립한다고 26일 밝혔다.

계약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 제8조에 근거해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직업 교육 체계를 대학의 교육과정에 도입한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창의적 융합 역량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공학 리더를 양성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와 고려대는 26일 오전 고려대 서울 캠퍼스 본관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모빌리티 학부’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했다.

국내 최초 채용조건형 학·석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인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수소 ▲로보틱스 2개 분야의 특화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둔다.

입학생들은 학사, 석사과정 수업 연한을 각각 1학기씩 단축해 5년 만에(학사 3.5년+석사 1.5년) 석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 또한 2023년도 첫 입학생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동안 매년 50명의 우수 인재를 선발한다.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현대차 맞춤형 교수 및 학습 시스템을 적용한 수요자 중심의 특성화 교육 과정으로 운영된다.

커리큘럼은 졸업 후 별도의 직무 연수 없이도 일선 연구개발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현대차와 고려대가 공동 개발했으며, 현대차 소속 현업 연구원이 겸임교수로 참여해 현업 밀착형 강의로 진행된다.

또한 해당 직무 관련 전문적 기술 역량은 물론 창의적 종합 사고 역량을 갖춘 차세대 공학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문 사회 ▲기술·소통 등 기초역량 ▲수소·로봇·소프트웨어 등 전공역량 함양에 중점을 두고, 유연하고 다양한 학기제와 온·오프라인 강의 및 모듈형 과목이 개설·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전자, 컴퓨터와 같은 공학 계열뿐만 아니라 인문학, 심리학, 경영학 등 소양 교육을 접목한 학제적 융합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입학생에게는 학업 성취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혜택도 제공된다. 통합 과정 5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게 되며 산학과제 참여, 학회 발표, 해외연구소 견학, 현업멘토링 등의 기회도 주어진다.

졸업 후에는 현대차 입사가 보장되는 한편 전공 분야별 최우수 인재의 해외 대학 박사과정 진학 시 지원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등 현대차그룹은 2013년부터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과 협력해 자율주행·소프트웨어·전자제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석사 과정의 계약학과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0여 명의 현대차그룹 연구원을 배출했다.

또한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우수 인재를 선발해 장학금 지원과 함께 현업 멘토와의 연구과제 수행과 실습 교육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졸업 후에는 현대차그룹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연구장학생 제도’도 운영 중이다. 2003년부터 시행된 연구장학생 제도를 통해 배출된 연구원은 2000여 명에 달한다.


고려대 이외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살펴보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효시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로 삼성그룹이 성균관대를 인수한지(1996년) 10년 뒤인 2006년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개설한 학과다.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을 포함해 2년간(4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채용절차를 통과하면 졸업 후 삼성전자에 100% 입사하게 된다. 대학원 연계 진학 시 전액 장학금 및 학업 장려금도 지원하며 반도체 실무중심의 산업체 지향적인 교육과정이 이 학과만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020년 4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2021학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채용계약형 계약학과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입사가 보장된다는 의미로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장학금 및 특전, 교육혜택은 거의 동일하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사진 제공=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연세대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분야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개설해 2023년 신입생을 모집한다. 더불어 LG디스플레이는 한양대, 성균관대, 연세대와 2023학년도부터 매년 각 대학원 별로 1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재학 기간 학비 전액과 학비 보조금, 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LG디스플레이 취업을 보장한다.

앞서 살펴 본 고려대도 삼성전자와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 현대자동차와는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해 2023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삼성전자는 카이스트(KAIST)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포항공대와는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한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강대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와는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2023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LG전자는 2013년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석사과정으로 처음 시작한 채용계약학과를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석사과정, 고려대 스마트융합학과, 서강대 스마트융합학과, 한양대 지능융합학과 4개 대학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연세대학교와 인공지능융합대학과 인공지능학과 석사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미리 선발해 장학금을 주며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하고 졸업 후 자사 신입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유로, 미래 성장 산업분야 인재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우수 인재를 직접 양성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의 우수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교에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는 계약학과의 수도권 집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러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지방 및 비수도권 청년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각해져 비수도권 지방대학들이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방대학 총장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SML 홈페이지 갈무리
ASML 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기초 분야의 인력 부족과 투자 부족이 더 문제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작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 기업 'ASML' 본사 방문이 화제가 됐다. 그 이유가 n나노대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ASML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EUV는 대당 가격이 1억2000만~1억5000만달러(1545~1931억원) 수준의 초고가 장비이고 공급량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ASML은 소위 ‘슈퍼을(乙)기업’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반도체 인력 부족이 가장 높은 파트는 ASML 같은 설계 분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필요한 인재풀이 석·박사 위주의 고급인력들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발전을 위해선 노광 공정 등 핵심 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소부장 기업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회사가 많다 보니 기업의 급여와 근무환경이 MZ세대가 원하는 빅테크 기업들, 네카라쿠배 수준이 되지 못해 인력 수급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겸임교수는, “반도체는 전기, 전자, 화학, 소재 등 여러 학문이 어우러진 종합 분야인 특성상 기초학문이 중요하다. 따라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분야 전반에 걸쳐 균형 있게 다뤄져야 한다.”면서, “가능하면 학부에서 기초학문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반도체 전공을 통해 심화학습을 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보는게 학생들이 향후 사회 진출 시 산업구조나 기술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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