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구독경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피해야 하는 ‘다크넛지’의 함정
[경제이슈-구독경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피해야 하는 ‘다크넛지’의 함정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11.2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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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넛지’의 피해 없도록 합리적인 소비생활 해야! 
무료체험의 경우 유료전환에 대한 고지 내용 확인 생활화
결제주기 확인하여 원치 않은 장기 구독 않도록 주의 필요
다크넛지의 인터넷 검색결과 갈무리

[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여가 생활을 즐기는 OTT 서비스부터 가족의 생필품, 회사 간식까지 '구독'하는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경험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구독'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유나 신문, 잡지 등 기존 정기구독에서 볼 수 없었던 상품을 배달하는 독특한 스타트업이 잇달아 등장했다. 세탁 정기구독 '런드리고', 프리미엄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나 영양제를 정기 배송하는 '필리', 꽃과 전통주, 고기, 생활쓰레기 처리 서비스까지 구독하는 시장으로 확장했다. 

연세대학교 임일 교수는 구독경제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형태(예: 넷플릭스), 두 번째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번 이용하는 형태(예: 무비패스-매달 9.95달러만 내면 매일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세 번째는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형태(예: 와이즐리, 런드리고 등),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소비성 내구재 렌탈 서비스(예: 정수기, 자동차 등)로 구분한다.

넷플릭스 이미지 (사진 제공=Unplash)

이들의 공통점은 매일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거나 정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제품들이다. ‘관리’라는 귀차니즘을 서비스화한 사업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젊은 1인가구나 MZ세대에게는 이 서비스들을 통해 매번 구매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편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년 6월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서의 구독 경제’에서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구독경제를 이끄는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은 저성장의 장기화로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소비자로서의 욕구가 즉각 충족되는 소비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또한 가성비와 소확행을 중시하는 20~30대의 싱글족과 맞벌이 등 경제활동으로 시간 여유가 부족한 가구를 중심으로 큐레이션 형태의 맞춤형 제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반면 구독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계속 증가한다는 문제점도 상존한다. 유료전환과 해지·환불문제는 물론 기존 업계와 마찰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계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작년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탄력요금제 시행 문제다.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를 우선 매칭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주간 1천원, 심야 2천원 요금을 적용했던 것을, 작년 8월부터 탄력요금제 적용으로 실시간 수요 및 공급 상황에 맞춰 최대 5천원까지 수수료를 올린 사건이다.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카카오가 스마트호출 서비스 이용료를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면서 고객과 택시기사들은 “카카오택시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반발했다. 결국 카카오측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카카오택시(카카오T)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재조정하며 한발 물러났다.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br>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택시 서비스 이용료 인상 논란은 구독경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문제다. 일부 구독경제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이 해당 서비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그머니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축소한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구독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구독서비스는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독 서비스는 매번 서비스를 결제하지 않아도 한 번의 구독으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자칫하면 소비에 무뎌진다. 최초 계약 후 정기적인 결제가 이뤄지면서 다크 넛지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넛지(Nugde)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듯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넛지라는 말은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책 ‘넛지’에서 사용되면서 널리 쓰이게 된다. 기존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넛지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선택지가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반면 ‘다크 넛지(Dark Nugde)’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어떤 서비스도 적응하고 나면 불편함도 체화(體化)되어 바꾸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크 넛지의 대표적인 피해 유형으로 최근 일부 업체들이 한번 자동 결제를 한 뒤에는 수개월이 흘러도 확인을 잘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습관을 파악, 첫 달 무료로 결제를 유도한 후 자동결제 연장 통보 없이 매달 요금을 받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홈페이지에서 해지코너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와의 연락도 사실상 어렵게 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하루만 특가 판매' 등의 소비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문구로 구매를 압박하는 유형도 있다. 소비자가 연 단위 구독 상품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으로 표시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호텔의 숙박요금에 세금, 봉사료가 고지되어 있지 않은 등 총액 표시가 미흡한 경우를 들 수 있다.

구독경제 이미지(기획재정부 블로그 갈무리)

한국소비자원 2020년 1월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 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77건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함으로써 해지포기를 유도하는 ‘해지 방해’가 38건(49.3%),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 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이외에 사실과 다른 한시적 특가판매 광고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압박판매가 4건(5.2%), 가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는 가격오인 1건(1.3%) 등이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애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구독 서비스 앱 25개를 조사한 결과 18개가 사실상 청약 철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콘텐츠의 분량이나 사용 기간 등을 나눠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관련 계약은 콘텐츠 제공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18개 앱 가운데 6개는 약관을 통해 '구매 후 사용 내역이 없는 경우'에만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도록 한정했다. 나머지 12개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환불 정책에 따른다고 밝혀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을 2일로 제한했다.

소비자가 구독을 해지할 경우 결제 범위의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대금을 환급하는 앱은 25개 중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개 앱은 다음 결제일부터 해지 효력이 발생해 잔여기간에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아도 대금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도 이렇게 구독경제 피해가 늘어나자 지난해 3월 구독경제 정의를 새로 규정하면서 유료전환과 해지, 환불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약 사항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한다. 이후 지난해 8월에 구독경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용카드업 겸업 시 진입요건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구독경제 업체는 상품 또는 재화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전환 시점 기준으로 최소 7일 전에 서면이나 전화, 문자 등으로 관련 사항을 소비자에 통지해야 한다. 할인이벤트가 종료돼 정상 요금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지 절차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결제 해지 때 사용한 만큼만 부담하고 해지 전에 대금을 냈으면 카드 결제 취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즉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환불 선택권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크 넛지 예방법으로 ▲매월 결제 명세를 꼼꼼하게 확인할 것 ▲가격, 기간을 여러 번 확인 후 결제할 것 ▲무료체험 시 유료 전환 고지 내용을 확인할 것 ▲경품 제공 이벤트에 신중히 참여할 것 ▲압박성 문구로 인한 섣부른 구매를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겸임교수는, “작은 돈을 지출한다고 무시하지 말고 일정 기간을 정해 전체 지출 규모를 면밀하게 추적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독 신청 전에 부채와 공과금, 식료품비 등 다른 지출 부문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라며, “구독경제 시대,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대응하는 위해서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지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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