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근로시간 줄이니 부업하는 가장...주52시간이 낳은 '그늘진 이면'
[초점] 근로시간 줄이니 부업하는 가장...주52시간이 낳은 '그늘진 이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2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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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도입 후 부업 인구와 가구주 부업자 모두 확대
실질임금 감소→부업으로 소득 보전...부업 인구 50만명 넘어
기업 인건비 부담 비용은 전년대비 8% 이상 증가
영세기업 대상 8시간 추가 근로 허용안, 올해 말 일몰제 앞둬
근로자들의 노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52시간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낮은 근로시간이 모든 근로자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산업 종사자들은 소득 감소를 겪으면서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근로자들의 노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52시간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낮은 근로시간이 모든 근로자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산업 종사자들은 소득 감소를 겪으면서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모든 근로자가 행복할까?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당연히 일을 덜 하길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수중에 들어오는 수익도 감소하는 이들이 있다. 대체로 시간급 근무를 하던 이들이나 야근 수당이나 특근 수당으로 소득을 올리던 이들이 이에 해당한다. 

감소한 소득을 대체하기 위해 부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증가하는 이유다. 주 52시간 근로가 일괄 적용되면서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줄어든 근로시간을 여가나 개인 생활로 대체하기보다는 부업에 뛰어들어 부수익을 올리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기준 전체 부업자 수는 54만 70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여년간 부업자 수가 50만 명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부업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구주, 즉 가장이었다. 가구주인 부업자의 수는 36만 8000명으로 전체 부업자의 67.3%에 달한다.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인 부업자 모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경제인연합회는 주업 근로시간이 줄 수록 부업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대상인 2017년의 경우 주업 근로시간은 35.7시간이다. 해당 연도에 부업인구는 41만 1000명으로 올해보다 10만명 이상 적다. 반면 올해 주업 근로시간은 32시간으로 나타나 2017년보다 3.7시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여년간 1~3분기 기준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 부업차 추세.(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주업 근로시간이 감소했고,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부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 부업자 수는 40만명 초반에 머물렀으나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지대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40만명대 중후반으로 뛰어올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어 부업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고 있고,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근로시간 규제로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실질임금이 깎인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며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로시간 감소가 근로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며 해결했던 업무량을 이제는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해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불 여력이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임금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고, 기존 근로자에게 지급되던 성과급이나 상여금 등이 연쇄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다. 더군다나 고물가와 금리인상으로 실제 임금은 지난해와 비슷하더라도 근로자 개인의 실질임금은 체감상 더 줄어든 것으로 여겨진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들다보니 부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중소 제조 기업에 다니는 A씨는 "기본급은 동일하지만 추가 근로수당이 줄면서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월 400만원을 벌다 300만원을 버니 당장 고정 생활비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퇴근 후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하루 서너 시간 더 일하면 안정적으로 벌었던 추가 수당을 비고정적으로 일하며 벌려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 부담도 해마다 높아지면서 근로자들에게 고임금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쓴 근로자 1인당 노동 비용은 전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가 2021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 결과 근로자 1인당 노동비용은 월 585만원으로 전년(540만 8000만원)보다 8.2% 늘어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직접노동비용과 간접노동 비용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노동비용은 근로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임금과 성과급 등이고 간접노동비용은 복리후생비용 등이다. 직접노동비용은 전년대비 8% 증가하였는데 액·초과급여가 382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5.3%, 상여·성과급이 2019년과 2020년 축소됐던 기저효과 영향이 더해지면서 80만3000원으로 22.9%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

간접노동비용은 이보다 큰 8.8%가 올랐다. 건강보험료율과 같은 법정 노동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제조업 등 일부 산업의 경우 성수기에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초과근로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해당 기간에만 숙련된 근로자를 단기 채용하기도 어렵고 근로자 1인을 새로 고용하면 부차적으로 발생되는 간접노동비용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며 "글로벌 경제침체로 기업은 매출과 실적 감소를 겪고 있는데 비용 부담까지 커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근로자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제한과 최저임금처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요인은 업종별로 차등 적용을 하거나 성수기나 비수기를 구분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제 적용 단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 건강권은 건강에 의한 필수조치를 법으로 제정하고 근로자 합의가 반드시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여 보호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가 종사자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법안을 연내에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함께한 발표에서 추 부총리는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법안은 시급한 민생 현안인 만큼 여야가 협치ㆍ상생의 정신으로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읍소했다.

만약 추가연장근로제가 이대로 종료되는 경우 뿌리산업ㆍ조선산업과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정보기술(IT) 분야는 인력난에 겹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주사 결과 주52시간을 초과한 적 있는 사업장 중 제도가 종료될 경우 대응 방안이 없다는 사업장이 75.5%에 달하기도 했다.

추 총리는 “최대 52시간 근로수입만으로는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가 속출하고, 중소 조선업 등 특근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급격한 소득 하락이나 삶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연장근로 일몰연장 법안은 시급한 민생 현안인 만큼 여야가 협치·상생의 정신으로 조속하게 상임위 논의를 거쳐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주 52시간제 근로제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대상이 확대됐지만 추가 인력 채용이나 설비 자동화 등 대안이 없는 63만 개의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주 8시간의 추가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인력 충원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가연장근로제는 올해 말을 끝으로 일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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