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9% VS 94%, 장시간 근로 규제완화 두고 입장차 '시끌'
[초점] 9% VS 94%, 장시간 근로 규제완화 두고 입장차 '시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8.30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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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등 취약업종 대상 근로감독 결과 근로시간 미준수 기업 9%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노동법 위반 사례는 94% 사업장에서 발생
근로시간 제한 규제 완화 VS 근로감독 강화 두고 경영계-노동계 논쟁
고용노동부가 장시근 근로환경 실태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한 후 노동계와 경영계가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장시근 근로환경 실태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한 후 노동계와 경영계가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의 발표가 나온 후 각종 기사와 여론이 쏟아졌는데 입장차가 분명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초과한 사업장이 근로 감독 결과 10곳 중 1곳에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기업의 자발적 규제 준수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반면 일부는 90%가 넘는 사업장에서 가산수당 과소 지급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들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52시간제 규제 완화'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어 주52시간 근로에 대해 불붙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싸움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나치게 엄격한 근로시간 규제? 경영계 "빗장 풀어야"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 개선과 근로시간단축 및 법 준수 독려를 위해 매년 장시간 근로감독을 실시해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포함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돌봄종사자의 장시간 근로가 논란이 일면서 돌봄업종에 대한 집중 감독이 진행되었다. 조사 대상은 돌봄업종 340개소와 지역별 취약업종 158개소 등이다. 

근로감독결과 감독 대상 498개소 중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곳은 48개소로 9.6%에 불과했다. 10곳 중 1곳이 채 되지 않는 비율로 장시간근로를 준수하지 못하고 주 52시간을 초과한 것이다. 이들의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평균 주 6.4시간으로 하루 한두시간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돌봄 업종 340개소 중 연장근로 한도 위반은 8개소(2.4%), ▲해당 사업장의 주 52시간 초과근로시간은 주 9.7시간, ▲지역별 취약업종 158개소 중 연장근로 위반은 40개소(25.3%), ▲해당 사업장의 주 52시간 초과근로시간은 주 5.8시간으로 확인됐다. 주요 위반 사유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초과근무를 하게 된 경우에도 한두시간 초과 근로로 인해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유연근무제나 탄력근로제를 확대 도입해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인 A씨는 "성수기때는 일이 몰려오지만 비수기일때는 일감이 전혀 없을 때도 있다. 일감이 없는 시기에 줄어드는 매출을 성수기때 올린 매출로 상계하는 것인데, 성수기 때 근로시간 제한 때문에 일을 더 수주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 순익에 차질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점검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충원이나 갑작스러운 물량 증가로 인해 발주가 급증하는 등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돌봄 업종은 교대제 근로자의 백신 접종, 코로나 확진 등으로 남은 근로자의 업무량 증가, 돌봄서비스 대상 인원 증가ㆍ예산처리ㆍ감사 준비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이 주요 위반 사유라고 해석했으며 지역별 취약업종은 수주 후 생산을 진행하는 방식 때문에 작업량 예측이 어려움, 발주물량 폭증(예: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골판지 수요 증가), 상시적인 구인난 등을 이유로 꼽았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대해 이정한 노동정책실장은 “사업장 전체적으로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2명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현행 근로시간 규제방식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하면서 “간헐적·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주 52 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면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52시간 초과 근로자 현황

■ 연장근무 수당도 안주면서 근로시간만 넓혀라? 노동계 "감독 더 강화해야"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노동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규제 완화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장시간 근로환경에 대한 지도 점검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10곳 중 1곳이 법 위반 사항으로 적발된 것은 결코 '적은 숫자'로 치부할 수 없다는게 노동계의 의견이다. 

노동계의 주장도 제법 일리가 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평균 초과 근로시간 6.4시간을 들며 하루 한 두시간 내외를 지키지 못한 상황이 범법까지 내몰리는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 58.4시간을 5일 근무로 환산하면 근로자는 하루 평균 11시간을 근무한 것이 된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노동으로 보내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연장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있다. 

근로감독 결과를 살펴보면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포함해 감독대상 498개소중 무려 470개소가 2252건의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빈번히 발생한 사유가 바로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과 연장, 휴일근로가산수당 미지급 등 임금과 직결된 내용이었다. 

이렇게 미지급된 금액은 무료 16억 9361억원에 달한다. 돌봄 업종의 경우 5억 5000만원이 체불되었으며 3000만원 이상 체불한 6개소가 약 3억 4000만원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취약업종의 체불액은 11억 4000만원으로 3000만원 이상 체불한 9개소에서 8억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무를 한다거 하더라도 정당히 받아야할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런상황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이나 주52시간 근로제한 규제를 푼다면 근로자들의 '공짜노동'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기업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의 고용부 발언은 근로감독 결과마저 노동정책의 규제 빗장을 풀기위해 활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노무법인 길 안진명 노무사는 "휴가나 연차, 연장근무 등에 대한 규제가 계속해서 달라지고 근로시간 규제 역시 아직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은 몰라서 위법을 범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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