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근로시간 자율성 확대에 갈등 또 갈등!...글로벌 시장 속 피할 수 없는 흐름
[초점] 근로시간 자율성 확대에 갈등 또 갈등!...글로벌 시장 속 피할 수 없는 흐름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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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 시간 투자 필요한 스타트업 등 주 52시간제에 가로막힌 기업들
미래노동연구위원회, 연장근로시간 관리범위 '월 단위' 확대 논의
노동계, 주52시간제 유명무실과 근로자 건강권 침해로 반발
"건강한 노동 보장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 적용돼야"
근로시간제 개편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우세를 점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현재 노동계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근로시간제 개편이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주 52시간제가 도입된지 몇해 지나지 않아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방안에 근로시간제 개편이 담긴 까닭이다. 

개편안을 마련 중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장하는 내용의 골자는 연장근로 시간 단위의 조정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인 '주 단위'를 '월 단위'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월 기준 생산량이나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는 초과근로를 진행하고 그 다음 달에는 지난 달에 맞춰 근로시간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권이 더 높아진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검토 중인 근로시간 제도개선 안 

그러나 해당 안에 대해 노동권의 반발은 거세다. 지나친 연장근로의 확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연장근로관리 범위를 월 단위까지 확대하면 다른 주에 연장근로를 덜 한다는 전제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면 주 69시간 근무까지도 허용된다. 2018년 개편 이전인 주 68시간제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과로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주52시간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노동계는 이와 같은 이유로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의 한 관계자는 "주52시간제로 일손이 부족한 문제는 신규인력을 고용하는 것으로 해결해야한다. 당초 주52시간제를 도입한 취지에는 분명 일자리 창출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신규 인력 고용으로 인한 기업의 재정 문제는 정부 지원 등 부차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지 다시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이전으로 원상복귀하자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유연근로의 확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집중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유연근로시간제의 개선과 확대 적용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성장 가도에 놓인 스타트업의 경우 주52시간제 근로시간 내에서는 집중적 시간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30일 발표한 '스타트업 유연시간근로제 개선 방안' 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스타트어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간 집중적 시간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글로벌 시간에 맞춰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특징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기연은 "스타트업의 특성에 맞게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 요건을 완화해 개별근로자의 동의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량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 집중적 업무가 불가피한 스타트업들은 주 52시간제의 장벽을 넘기 위해 ▲선택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인가제 등 유연근로시간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정산기간이 짧고 대상 업무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우 초과근로 발생 주기가 최소 6개월을 넘고 있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은 3개월에 기준하고 있다. 재량근로시간제의 경우에는 연구개발 등 특정 업무에만 적용이 가능해 근로자 1인이 다수의 업무를 하는 경우나 해당 업무를 맡고 있지 않는 근로자의 경우 활용하기 어렵다.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를 통해 획일적 근로시간 규율 체제를 지적했다. 

대한상공회는 보고서에서 "노사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 배제 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은 특정 직무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거나, 노사가 합의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국내에서도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근로시간 적용제외 사례 

미국의 경우에는 전문직, 관리직, 고소득자 등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 칼라 이그잼션 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부터 '고도 프로패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를 시행 중이다. 연간소득이 높은 고소득 전문가에게 근로시간 규정 적용을 제외하는 방침이다. 이 제도 하에서 일본은 1년간 104일 이상의 휴일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장근로시간인  1 주  48 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 ‘옵트 아웃 (Opt Out)  제도’와   단체협약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약정하는 ‘연단위 포괄약정제도’ 를 활용하여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주장과 복합적인 이유로 경영계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제안보다 더 강한 수준의 연장근로 관리의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확대는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대체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성수기와 그렇지 못한 비수기의 구분이 절기나 분기에 따라 구분되는 경향이 강해 월 단위의 관리는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따라 경영계는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범위를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에는 연 단위 변경도 일부 담겨있다. 

이 경우 사업장은 특성에 맞게 업무시간을 조율할 수 있게 되므로 생산성 증대 면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연 단위까지 확대할 경우 근로시간 총량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안전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과 경영계의 근로시간 총량 규제까지 완화해 달라는 요구는 팽팽히 부딪히고 있어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두고 갑론을박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현행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근로시간제도는 글로벌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질 수 있는 사업주의 횡포나 근로자 개인의 무리한 욕심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이 교수는 "자율성은 부여하되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12월 1일 경영계 의견을 청취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근로시간 개편 등에 대해 “근로시간의 자율적인 선택권 확대는 근로자 건강보호조치의 실효성이 담보되어야”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무엇보다 근로시간의 단축과 휴식 강화를 통한 건강한 노동의 유지와 이에 기반한 생산적 노동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사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이후 노동계와의 간담회도 마련해 경영계, 노동계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 방안에서 건강한 노동의 유지와 이에 기반한 생산적 노동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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