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0] 범사에 감사하라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0] 범사에 감사하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4.18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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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거의 한두 달에 한 번꼴로 가는 공주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강의할 때 끝 무렵에 꼭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남은 인생을 살도록 권유하는 일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시각으로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수감 생활이라도 좀 더 밝은 마음으로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에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라고 강조했는데 요즘 몸이 불편해지면서 나 스스로 그렇게 생활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반성하게 된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된 다리 통증이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집 근처 정형외과에도 가보고, 대형 병원처럼 입원실까지 마련된 제법 큰 규모의 한방 병원에 가서 봉침까지 맞았지만, 엉덩이와 다리 통증이 여전하다.

앉을 때나 앉았다 일어날 때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온다. 왜 자기 앞에서 더 앓는 소리를 내느냐는 아내의 타박 아닌 타박에 서운한 생각이 들다가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속상해하는 마음에서 나온 투정이라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암에 걸린 중병도 아니고 다리가 부러져 걷지 못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신경성 질환이지만, 걷거나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보니 짜증이 나고 인상이 찌푸려진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 보니 감사하는 마음보다 불평이 앞선다.

성경을 읽는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구절이 있다.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 18)고 권고한 말이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말이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 정도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서신에서 방점을 찍는 단어는 ‘범사’(凡事)라는 말이다. 영어 원문에는 ‘모든 것(일)에서’라는 의미의 ‘in every thing’으로 되어 있는데, 이 말은 헬라어로 ‘엔 판티’ (en panti)에서 온 말로 ‘어떤 형편에서든지’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감사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는 쉽다. 물론 개인적인 성공이나 성취를 자기 능력으로 치부하며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기쁜 일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감사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다. 특히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역경 그리고 불행을 겪을 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모 텔레비전 방송에서 박윤경 화가(54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젊었을 때 제초제를 음료수병에 담아두었는데 모르고 먹어서 양손과 양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사람보다 잘 살아오다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가 고통과 좌절감을 이겨내기 더 힘들 거라 생각된다. 

박 화가도 사고 후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져 생활하다가 우연히 우드버닝(인두) 작품을 보고 흥미를 갖고 시작하여 지금은 어엿한 우드버닝 화가가 되었다. 

손에 특수 제작된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간단하지만 실용적인)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비장애인도 힘든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을 만드는 일도 놀랍지만, 내가 감명받은 것은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하는 내내 늘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감사해하는 태도였다.

이 화가의 태도야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형편에서든지’ ‘범사’에 감사하라는 바울의 권고를 온전히 따른 훌륭한 예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내가 동기 부여에 관한 강의를 할 때마다 인용하는 닉 부이치치를 들 수 있다. 닉은 박윤경 화가와는 달리 유전질환으로 양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고 왼쪽에는 본인이 ‘드럼 스틱’이라 부르는 짤막한 발만 있는 장애를 입고 태어났다. 

자신이 친구들과 달리 장애가 있으므로 인해 8살 때 우울증을 겪고 자살까지 시도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장애를 선용(善用)하여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동기부여 연설가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닉은 장애가 있지만 아름다운 사명을 갖고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한다.

닉 부이치치나 박 화가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 또는 살면서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보다 더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사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장애를 이겨내고 인생을 감사하며 기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은 바꿀 수 없었지만, 이들은 모두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 여건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신체적 아픔으로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감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아프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걱정해주는 고마운 지인들이 곁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다.” (빌 헬름 윌러)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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