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1]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고 하는데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1]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고 하는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7.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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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지인이 ‘좋은 생각’이라면서 읽어 보라고 글을 하나 보내왔다. 제목이 ‘세월은 유수와 같다’인데 몇 문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눈 뜨면 아침이고 돌아서면 저녁이고, 월요일 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고, 월 초인가 하면 어느새 월 말이 되어 있네. 새해 인사한 지가 어제인 것 같은데 어느새 연말이 되어 있네.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급한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진 건지. 거울 속에 나는 어느새 늙어 있고 마음속의 나는 그대로인데 어느새 세월은 빨리도 가네…(후략)

마치 나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내 머릿속에 들어앉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이 되고 깊이 공감이 갔다. 

젊었을 때는 그리 시간이 더디 가더니만 나이가 들고 보니 정말 시간이 총알처럼 지나가는 것같이 느껴진다. 2023년이 시작됐다고 새해 계획을 세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가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은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비유의 표현이다. 장자는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고 세월이 마치 흰 망아지가 문틈을 지나가는 것처럼 매우 빨리 지나간다고 묘사했다.

우리가 농담처럼 20대 때는 시간의 속도가 20마일이고, 30대 때는 30마일, 40대 때는 40마일이지만 60대 때는 60마일, 70대 때는 70마일의 속도로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고 했는데, 그 시간의 속도를 느끼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는 생각이 감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상임을 뒷받침해 주는 주장이 있다. 미국 듀크대학교 애드리안 베얀(Adrian Bejan) 교수는 시간의 개념을 ‘물리적 시간’과 ‘마음의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시간의 개념이고, ‘마음의 시간’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의 개념이다.  

즉 ‘마음의 시간’은 일련의 이미지들로 이뤄져 있는데, 같은 시간 속에서도 나이에 따라 이미지를 처리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단시간 내에 많은 이미지를 빠르게 처리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미지 처리 속도가 느리고 한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연결하는 시간도 늦기 때문에 같은 시간이라도 젊은이들보다 이미지를 적게 처리하게 되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젊은이들과 노인들에게 3분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서 맞춰보라고 하니까 젊은이들은 3분에서 3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노인들은 3분 40초 정도 되어야 3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만큼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의 길이보다 실제는 짧으니까,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룬 목표가 많고 성취한 것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보다는 보람을 더 느끼게 된다. 

반면에 변변히 내세울 만하게 이룬 것이 없다면 미련과 후회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열심히 살았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의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후회만 남은 지난 시간도 다 좋은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명언이 있다. 

“초등고학년: 저학년일 때가 좋았지
중등: 초등  때가 좋았지
고등: 중등 때가 좋았지
대학: 고등 때가 좋았지
취업: 학생일 때가 좋았지
퇴사: 일할 때가 좋았지 
노인: 젊을 때가 좋았지

이제 눈치채셨나요? 당신의 인생은 항상 좋았다는거.”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 남더라도 나는 대부분의 남편과 아버지가 그렇듯이  매순간 최선이라 생각되는 길을 택해 열심히 살았다. 다시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못 이룬 일을 하더라도 돌아보면 역시 후회는 남게 될 것이다. 

어디 완벽한 삶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후회가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할 몫이지 애꿎은 시간을 탓할 일은 아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속에는 시간이 물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는 뜻도 있지만,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듯이 시간과 세월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내가 즐겨 부르던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란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후략)

흘러가는 시간은 누구도 잡을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간다. 엎질러진 물과 쏘아버린 화살 그리고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고 미련을 갖는다고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막으려 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결국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든지 간에 지나고 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성실하게 사는 일이 중요하다는 뻔한 말로 귀결된다.

영어로 ‘present’라는 말에는 ‘지금’ ‘현재’라는 말도 있지만,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단지 나이 먹고 늙어가는 게 아니라 잘 ‘익어 가면서’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한탄만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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