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4] 홀로서기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4] 홀로서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16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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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요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독신 연예인들이 대세인 듯하다. 예전 같으면 노총각 소리를 듣고도 남을 연령의 미혼 연예인들을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을 돌려봐도 쉽게 볼 수 있다.연령도 30대, 40대 심지어는 50대의 미혼 연예인들이 함께하다 보니 30대는 결혼 얘기를 꺼낼 군번도 되지 않는다.

여성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평균 결혼 연령을 넘긴 연예인들에게 예전에 쓰던 ‘올드 미스’나 ‘노처녀’라는 용어는 금물이고, ‘골드 미스’라는 그럴듯한 명칭을 붙여 미화하고 있고 본인들도 조급해하거나 결혼에 목말라하지 않아 보인다.

어디 미혼 독신 연예인들뿐이랴. 심지어는 이혼하고 돌아온 연예인들도 ‘돌싱’이란 명칭으로 당당하게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이혼한 것을 흠으로 여겨 쉬쉬하고 알리지 않으려고 활동을 자제하고 몸을 움츠렸지만, 이젠 이혼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랑할 것은 못 되지만, 그렇다고 흠결로 보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혼한 것을 심지어 희화화하기도 한다.

난 개인적으로 평균 결혼 연령을 훌쩍 넘긴 연예인이나 ‘돌싱’이라는 명칭으로 이혼한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알게 모르게 청춘남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우려한다.

결혼 연령대를 넘긴 연예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혼자 사는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또한 돌싱 연예인들을 보면서 결혼해서 안 맞으면 이혼해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젯거리가 될 일이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어 결혼 생활을 너무 안일하고 쉽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런 노파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 연령은 점차 더 늦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비혼주의자들도 늘면서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더니만 이제는 더 나아가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에는 철저히 경제적인 준비와 환경을 따지며 결혼하려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다. 심지어는 ‘결혼 견적’이라고 나이, 직장 근속 연수, 결혼 자금으로 모은 돈과 양가 부모님의 결혼 지원금 액수, 부모의 자산 액수와 노후 보장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고 두 사람이 결혼할 경우 만족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결혼 생활의 만족도가 이런 수치들로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경제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사람도 있지만, 나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 중에는 홀로서기에 만족하며 굳이 결혼이라는 틀에 매이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 여부뿐만 아니라 결혼해서도 사별이나 이별로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고, 자녀와 아내를 외국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런 범주에는 들지 않지만 스스로 선택으로 요즘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아내 없이 홀로서기를 한 지 벌써 보름이 되었다. 아내가 한 달 예정으로 미국 방문을 하고 있으니 아직도 보름을 더 혼자 지내야 한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외국 출장으로 홀로 지냈던 기록을 깰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의미의 ‘홀로’는 아니다. 장인어른 및 장모님과 한 울타리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다 보니 다른 무엇보다도 먹는 게 제일 문제가 된다. 나 혼자라면 이제는 먹거리도 풍부해졌고 배달 서비스도 편리해져서 크게 불편할 게 없겠지만, 집 요리에 익숙하신 부모님들의 입맛을 맞추는 일이 제일 큰 고민거리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뉴질랜드에서 살 때 가족들이 좋아했던 닭도리탕이나 아주 오래전 총각 때 집 떠나 살면서 만들어 먹은 김치찌개나 볶음밥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수십 년 요리를 해온 아내의 맛난 음식에 길든 입맛에 맞추기는 애당초 힘들고, 같은 음식을 두 번 드시지 않는 까탈스러운 아버님의 입맛을 맞추어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따라서 내 검색 역량을 총동원해서 맛집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럭저럭 2주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던 데는 맛집의 공로도 있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이들이 곁에 있는 덕분이다. 

주방을 책임지던 아내 없이 고희를 눈앞에 둔 사람이 구순이 넘은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접한 지인들이 제 일처럼 걱정해 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우리 가족을 식당으로 초대하여 음식 대접을 해준 분들도 있고, 입맛에 맞아야 할 텐데 하면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준 사람, 어르신들 좋아하실 만한 음식을 직접 주문해서 보내준 사람 등등 주변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순수한 베풂은 우리 가족을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풍족하게 해주면서 견딜 힘을 주었다. 

홀로서기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거나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맞게 ‘홀로서기 심리학’을 쓴 라라 이 필딩(Lara E. Fielding) 작가는 홀로서기를 어렵게 하는 최대의 적은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홀로서기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믿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일부로 의존하거나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관대하고 배려심 많은 선한 사마리아인들 덕분에 제대로 된 홀로서기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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