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삐걱거리는 일자리 정책.. 자리 못 잡는 지방일자리 사업
[분석] 삐걱거리는 일자리 정책.. 자리 못 잡는 지방일자리 사업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4.0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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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82% 수도권에 집중.. 지방은 극소수
지역 실정 반영 힘든 중앙정부 주도적 사업 한계 명확
재원 배분 유연성·효율성 증대 차원의 포괄보조금 적용해야
지방에서 일자리 찾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역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사진은 채용박람회 한 장면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일자리 창출에 관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지방 일자리 사업의 효율적 전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자리 정책에 있어 지역 및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일자리 정책은 중앙정부의 역할에만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내용은 4월 5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조세재정 브리프' 통권 제78호에 실린 '일자리 정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의 정립'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정부가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을 10대 중점과제로 설정하는 등 지역 일자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국토교통 분야의 경우 정책 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전환하면서 지역 경제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있거나 영향력을 지닌 조직 중심으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하는 등 일자리 정책이 하향식으로 추진되는 경향을 보이는 게 문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 인재 채용 확대, 지역별 ‘국가산단’ 조성을 통하여 지역 일자리 창출을 창출하려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이런 시도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지역의 상황과 정책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자체는 수백 개의 일자리 사업에 대해 여러 정부부처와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실질적·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란 것. 

■ 수도권에만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
지방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할 만한 곳이 없어서 못 간다는 푸념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닐 정도로 지역 일자리 여건은 열악하다.

조세재정연구원이 경기도 성남시,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지역의 사업체 및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0.3%가 현재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에 있다고 답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불과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역 일자리 여건은 열악하다고 해도 무방한 정도다. 3월 2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고용동향브리프' 보고서를 보면 좋은 일자리는 거의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정보원이 252개 시군구별로 일자리 질 지수를 분석한 결과, 상위지역이 39개였는데 이 가운데 32개(82%)가 서울 종로, 수원 장안, 용인 수지, 과천 등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 것. 

좋은 일자리 분포지도. 색이 짙을수록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다. 자료제공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원은 "일자리 질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계층 분포는 수도권 도시지역 및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위 계층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통계적 수치로 확인했다"며 "양질의 도시 인프라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면서 세대 간 계층이동성을 약화시킬 경우, 노동시장의 공간적 분단으로 인해 사회통합이 저해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모든 일자리 사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는 예산 반영 액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4년 기준 전체 일자리 사업 예산 13조 9000억원 중 중앙정부 단독사업은 9조 8000억원으로 전체 사업 대비 70.1%인 반면, 지자체 단독사업은 8000억원으로 전체 일자리 사업 대비 6.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 일자리 사업예산. 자료제공 조세재정연구원
지자체 일자리 사업예산. 자료제공 조세재정연구원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중앙 정부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지자체가 일자리 정책에 관한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건 조성 자체가 힘들다는 의미다. 

지자체 스스로가 움직이지 못하는 현 상황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질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조세재정연구원 윤성주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전국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역의 일자리 사업 수행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일자리 포괄보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중앙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일자리 사업 재원을 지자체에 이전재원의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 중 지자체의 일반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일반교부금(지방교부세)과 지자체의 특정 사업을 지원하는 조건부 사업보조금(국고보조금)의 사이에 위치한 이전재원인 포괄보조금이 지자체의 자체 역량을 키우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일자리 정책을 포괄보조금에 편입하면 지방 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게 정책을 수립하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여러 국고보조사업이 하나의 포괄보조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사업들 간 재원 확보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재원 배분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리란 판단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역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연구원은 ‘지역주도의 일자리 창출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앙정부 주도의 재정 일자리 정책에서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시장지향형 일자리 정책으로 점진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며, 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부합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지역 중심의 일자리 창출전략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어야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파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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