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④]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 왜 업무상 사고가 될까?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④]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 왜 업무상 사고가 될까?
  • 편집국
  • 승인 2020.04.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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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의 지배 관리'가 산재 판결에 중요 요건
점심시간 중 사업장 내 축구하다 다쳐도 산재로 판결
구내식당이 없어 회사 밖에서 점심식사 중 다치면 '산재'
오혜림 대표노무사-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오혜림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업무상 사고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사고를 생각하기 쉽다. 회사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여하던 중 일어난 사고도 사업주의 지시가 있으니 ‘행사’를 업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업무 수행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도 업무상 사고로 인정될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휴게시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란 회사 안을 뜻하는 것인지, 회사 밖에서 일어난 사고는 인정이 안 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란 어떤 형태인지 알고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는 휴게시간 중 사고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1. 휴게시간 중 회사 밖에서 일어난 사고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통상적으로 주어진 휴게시간에 회사 밖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회사로 다시 복귀하던 중 발목을 접질려 삼복사 골절을 진단받았다. 이후 해당 상병명으로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심사청구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정받아 불승인 처분이 취소되었다. 공단은 재해발생 장소가 사업장 관할이 아니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상태였다고 보아 원처분을 내렸었다.

하지만 A씨는 사업장 내 구내식당이 없고 회사에서 따로 식당을 지정해두지 않아 밖에 있는 외부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점심식사를 목적으로 주어진 휴게시간에 다른 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생리적, 필요적 행위에 해당하는 식사 후 휴게시간 내에 복귀하는 중에 일어난 사고였으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워 이의를 제기한 심사청구에서 요양 신청이 승인됐다.

2. 점심시간 중 사업장 내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다친 사고
B씨는 점심시간에 직장 내 동료들과 축구경기를 하다가 넘어져 발목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요양 신청을 하였다.

회사 측은 축구 등 과격한 운동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을 낸 적이 있었고 B씨가 축구경기를 한 잔디밭은 축구장으로 제공한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B씨가 돌부리에 넘어졌다고 하여 이를 사업장의 시설물 관리 소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업무상 사고라고 하면 업무수행성이 있거나 그에 기인한 사고로 보여야 하는데 B씨의 행위는 업무와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심사청구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사 측은 축구경기를 권장하지 않았지만 재해가 발생한 장소의 사용을 제재하거나 금지한 적이 없다. 해당 장소에 미니 골대가 철거되지 않고 계속 사용되어 왔음을 사업주도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사업주의 지시를 고의로 위반했다고도 볼 수 없다. 또한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축구경기는 통상적·관행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였다.

3. 휴게시간에 흡연 중 제3자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위 같은 사례는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관행적인 행위라면 근로자는 휴게시간에 이를 행할 수 있고 사업장 내 시설물에도 하자가 있었다고 보아 요양이 승인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장 내 시설물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C씨는 잠깐 주어진 10분간의 휴게시간에 사업장 입구 옆에서 흡연을 하던 중 14톤 트럭의 측면이 입구 철문과 부딪히면서 넘어진 담장에 깔려 사망했다. 함께 있던 동료들은 피했지만 청각장애인이었던 C씨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원처분에서는 불승인이 났는데 ‘C씨의 흡연 행위가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정리행위라고 볼 수 없고 사업장 시설물의 하자로 일어난 사고도 아니’라며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업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사업주의 지시가 있으면 복귀해야 하는 대기시간과는 구분된다.

이 사례에서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잠깐 쉴 수 있는 대기시간이었고 사업주의 관리 하에 있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점, C씨 이외에 다른 근로자들도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어 재해 발생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온 점, 이에 대한 사업주의 제재가 없었던 점들로 보아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취소되었다.

휴게시간 중 사고는 사업주의 관리가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났거나 사업장 내 시설의 부족 및 하자로 일어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근로자가 산재신청을 한다면 휴게시간에 자유로운 행위가 허용된다고 해도 사내규칙 등에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사업주의 경고 수준의 제재를 어겨서는 안 된다. 업무상 사고인지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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