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2] 닮아간다는 것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2] 닮아간다는 것
  • 편집국
  • 승인 2022.03.0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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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지 않은 것 같다.
어렸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무렵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하고 무려 14살이나 차이가 나는 누나는 누가 봐도 엄마와 얼굴이며 체형도 많이 닮았지만, 나는 부모님과 닮은 점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님이 지천명을 넘기신 연세에 누이와 10년 넘게 터울을 두고 늦둥이로 나를 낳으셨기 때문에 그 당시 수명으로 따지면 이미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연령이셨고, 늘 수염을 길게 기르고 한복을 입고 계셨기 때문에 어린 내 눈에는 나하고 닮은 점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내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첩에서 나와 아버지의 얼굴을 나란히 놓고 보니 내 얼굴형이 묘하게 아버지와 닮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늘 수염을 길게 기른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수염을 제거하면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제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살도 빠지고 키도 쪼그라들며 왜소해 지다 보니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닮아가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게 인위적으로 닮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영국에서 52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이란 청년은 2013년 한국에 거주할 당시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무대를 보고 팬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지민을 닮기 위해 눈, 이마, 코, 턱, 지방 흡입 등 무려 스무 번 넘게 성형수술을 받았고, 그렇게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사용한 돈이 무려 25만 달러(약 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고 싶어 성형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런던의 경우는 연예인을 닮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보다는 병적 집착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형수술에 관한 헤프닝으로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한 타블로이드 잡지가 ‘성형 가족사진’이란 제목의 가족사진을 실었는데 단란한 다섯 식구의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이었다. 

준수한 외모의 아버지와 미모의 어머니와는 전혀 닮지 않은 들창코를 물려받은 3명의 아이 모습이 찍혀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 잡지는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결혼 사기로 남편에게 고소를 당해 12만 달러를 배상했다는 기사를 덧붙였다. 결국 그녀는 결혼 전 성형수술을 했다가 자신과 닮지 않은 자녀를 낳게 되고 이 사실이 들통나 이혼당한 것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 뉴스는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고 그녀를 비난하는 온갖 패러디 사진과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결국 그녀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며 마침내 일까지 끊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인 예완청이란 배우는 대만에서 잘나가던 인기 모델이었고, 문제의 사진은 현지 성형외과병원의 홍보용으로 찍은 광고 사진이었으며 실제로 그녀는 성형한 사실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해당 성형외과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사실이 아닌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무분별한 성형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은 단지 외모만 닮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렸을 때 읽었던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란 단편 소설에서 마을에 있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큰 바위 얼굴과 닮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다.

숭고하고 웅장하고 표정이 다감하고 온 인류를 포용할 것 같은 사랑을 지닌 모습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동경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스스로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오래 흠모하고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애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대상과 닮아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 의무적으로(?) 위인전을 읽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그 당시엔 국민학교) 다닐 때 우리 집에 처음으로 들어온 책도 위인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집으로 된 위인전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여러 위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분들의 생애를 그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닮고 싶은 누군가를 찾는 행운은 갖지 못했다. 

우리가 닮아가게 되는 요인은 다양하다. 부전자전(父傳子傳), 모전여전(母傳女傳)처럼 유전적으로 닮아가게 될 수도 있고, 부부와 같이 시간과 공간을 오래 함께하다가 닮아가게 되기도 하고, 고부간처럼 미워하다가 닮아가기도 한다.
 
유전적으로 닮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남남이 만나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하며 닮아간다는 것은 축복받을 만한 일이다. 

그리고 시어머니로부터 구박을 받으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워하던 시어머니를 닮게 되는 것은 한이 미련으로 남아 시간이 지나며 용서하는 마음이 그리움으로 바뀌게 된 연유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닮아가고 싶은 누군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행운이고, 인생의 소풍 길을 마칠 무렵에도 아직도 닮아갈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닮아가기 위해 평생을 사는 동안 나를 닮으려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인생에서 그보다 더 큰 보상은 없을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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