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루머(Rumor)는 세 사람을 망친다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루머(Rumor)는 세 사람을 망친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4.21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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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이 부장은 사내외에서 알아주는 젠틀맨이다. 의리 있고 소신 있으며 인간적 매력이 넘치며 관리능력과 리더십 또한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사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점잖은 개 부뚜막에 먼저 앉는다더니 그게 아니고 뭔가” 정보통으로 알아주는 박 과장이 흥분하며 떠들어 댔다. “아니 무어여 세상에 그럴 수가 있냐 말이여, 부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여직원을 건드리다니... 야! 사람 속은 알 수 없어.” 이날 따라 많은 사원들이 모여 하는 이야기는 온통 이 부장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휴게실에 모여 앉은 그들의 화제란 이런 것이었다. 
이 부장이 매일 아침 카풀을 하는데 전산팀의 노처녀인 김대리와의 관계가 보통 수준이 넘는다고 수군 거렸다. 아침에도 꼭 같이 나오고 퇴근길에도 같이 다닌다는 것이었으며 언젠가는 병원에 함께 갔다 온 것을 보았다느니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느니 별별 이야기가 다 오고 갔다. 

그러다 이부장이나 김대리가 나타나면 모두 꼬리를 내리고 흩어지기 일쑤였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며 듣던 최 부장도 점점 확대되어가는 루머(rumor)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부장과는 입사 동기인데다 사내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그로서는 소문의 진위를 가리기전에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정말일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처음에는 사원들의 이야기에 야단을 치던 그도 확산되기만 하는 루머를 차단할 수 없어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언젠가 확인해 봐야지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자판기 앞에서 이부장을 만난 최부장은 “이부장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 그게 사실인가?” “무슨? 이부장이 김대리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 “짜식들 할 일 없으면 게임이나 하던 지 웬 입방아야. 최부장도 그걸 믿나?” “아니 글쎄 그렇지는 않지만 소문이 너무 무성해서... 됐네  그만가지.” 이부장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피던 최 부장도 쓸데없는 루머라 생각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루머는 점점 더 확대되어 갔다. 급기야는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적극적 해명을 못 들었던 최부장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이야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대리가 결근을 했는데 이부장 또한 결근을 한 것이 아닌가?

“거봐라, 내가 뭐라 그랬냐” 박 과장은 자신의 정보는 틀린 적이 없었다며 이부장과 김대리의 사이를 기정 사실화 했다. 그간의 근거 없는 입방아를 찟는 사람들의 속성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부장은 루머의 실체를 확인하고 최부장과 박과장을 휴게실로 불렀다.

긴장된 얼굴로 마주앉은 두 사람에게 이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내가 김대리와 기깝게 지내온건 사실이야, 그러나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관계는 아니야. 어느날 김대리가 내게 상담을 청해왔어, 자신은 일찍 부모를 여위었는데 어머니처럼 보살펴주신 한 아주머니가 암에 걸려 홀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는데 시한부 동안만이라도 간병을 해야 하는데 병원을 아는 곳이 있느냐고 묻기에 마침 내가 잘 아는 병원이 있어 소개를 해주고 출퇴근을 힘들어 하기에 조금 도와준 것뿐이야. 그리고 엊그제 돌아가셨는데 장례 절차를 도와주느라고 나도 결근을 했었어, 은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준 김대리의 성정이 얼마나 바르고 착한지 나도 감동했어. 자네들이라면 외면했겠나?” 

그 이야기를 들은 최부장과 박과장은 좌불 안석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용서 하십시오.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박 과장은 연신 굽실거리며 사과를 했다.

다음날 이부장이 박과장을 불렀다. “퇴근 무렵에 나 좀 보지” “예, 알겠습니다.” 퇴근 준비를 한 이부장은 폐기(廢棄)할 문서를 세단기에 넣고 아주 잘게 분쇄했다. 그리고 그것을 봉투에 담은 다음 박과장을 불러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한강 하류 고수부지로 데리고 갔다. 

차에서 내린 이부장은 봉투에 담긴 가루같은 휴지를 박과장에게 주며 그것을 바람에 날리라고 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휴지는 멀리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는 “박과장, 지금 날려버린 그 휴지를 모두 주어 오게” “아니 날아간 휴지를 어떻게 주어올 수 있습니까?” 박과장은 바람에 날려가 버린 휴지를 무슨 수로 줍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자, 이부장은 박 과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나에게 용서를 구하니 용서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 번 퍼져버린 루머는 다시 되돌려 담지 못하지 않나?. 

잘못된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살인보다도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 것을 아는가?. 살인은 한 사람만 상하게 하지만 루머는 한꺼번에 세 사람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네. 첫째는 루머를 퍼뜨리는 자신이요, 둘째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들이며 셋째는 그 루머의 화제가 된 당사자일세”

“엉뚱한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부족함만 드러내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네. 날려 버린 휴지를 주어 올 수 없듯이 퍼져버린 루머를 다시 원상회복 시킬 방법이 없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그렇게 퍼트린 것은 한때 흥미는 있었겠지만 그것으로 상처받는 사람 생각은 왜 하지 않았나? 두고두고 그런 망령이 붙어 다닌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루머(rumor)는 충분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발생한다. 
갑작스레 일상이 단절됐을 경우, 조직 환경에 변화가 일어났을 경우, 결과가 불확실함에도 어떤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 사람들이 끊임없는 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 등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조직의 상황이나 경영의 내용이 불투명할 때, 의사 전달 통로나 조직원 간에 대화가 원활하지 못할 때, 정보와 상황이 공유되지 못할 때, 또는 특정 계층의 욕구불만 등이 쌓일 때 루머(rumor)의 발생과 소통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전달경로가 일정하지 않고 내용도 당면의 상황을 그럴듯하게 설명하지만 보통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때때로 특정 의도하에서 행해지는 허위제보와 같은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전달자는 반드시 의도적으로 왜곡 날조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과 구별되기도 한다. 

사회나 조직 환경이 투명하게 되면 루머가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조직의 정보나 상황을 공유하고 수직 수평적으로 자유스러운 대화의 풍토를 조성하게 되면 루머(rumor)는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자유스런 의사소통의 통로가 막히면 루머가 기생할 수밖에 없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혼란을 가져 오듯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조직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직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공유하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기회의 조성이 그만큼 더 필요해진다.

루머가 나돌지 않게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루머는 자연발생적이므로, 발생된 루머가 악성이라면 전사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사실에 바탕을 둔 공식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조직원들의 ‘민심’을 바로 잡는 ‘액션’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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