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준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준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4.28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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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한 척의 배가 남태평양에서 항해를 하던 중, 때아닌 폭풍우를 만나 난파(難破)되고 말았다. 모든 선원들이 배와 함께 침몰하여 수장(水葬)되었는데 그들 중의 한 선원은 요행히 안전 장구를 잘 착용하고 열심히 헤엄을 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어느 외딴 섬에 이르게 되었다. 

기진맥진한 이 선원은 섬에 닿자마자 극도의 긴장이 풀리며 순간 기절을 하고 말았다. 눈을 뜨니 수 많은 토인들이 자신을 환호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섬에는 많은 토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토인들은 이 백인을 발견하는 순간 들것에 싣고 그들의 마을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질식한 선원을 살리기 위해 정성어린 간호와 치료를 통하여 건강회복에 최선을 다 하였다. 의식을 회복한 선원은 자기가 토인들에게 잡혀 온 것을 알고 ‘이제는 죽었구나’하고 심한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기우였다. 토인들은 이 백인 선원을 융숭히 대접했다. 서로서로 머리를 조아리고 귀하게 모시더니 그날 저녁에는 큰 축제까지 열어놓고 백인 선원을 상석에 모시어 각종 격식을 갖춘 다음 추장이 나와서 왕관을 가져다가 백인 선원의 머리에 씌우고는 왕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는 이 선원은 더욱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살려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어째서 자기를 왕으로 모시는 걸까?’ 그러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알아볼 방법조차 없었다.

그런대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선원은 왕으로, 토인들은 하인처럼 서로의 어색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말이 좀 통할 듯한 토인을 붙잡고 왜 그런지 연유를 물어보았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나를 왕으로 삼았느냐?” 이 물음에 대한 토인의 대답인즉 “우리 섬에는 해마다 백인 한 사람씩을 잡아다가 상징적 왕으로 모신 다음 일 년이 지나면 왕관을 빼앗아 버리고 저 건너편에 보이는 무인도에 갖다가 버리고 새로운 백인을 찾는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왕으로 있던 백인이 일년이 다 되어 무인도에 버리고 다시 새로운 백인을 찾던 중 당신이 제발로 들어와 왕이 된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일 년만 지나면 무인도 버려지고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선원은 그만 눈앞이 캄캄해졌다. ‘저 건너편 섬에는 풀도 자라지 않고 먹을 것이라곤 그 무엇도 없기 때문에 버려지기만 하면 곧 굶어 죽는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살아남을 방도를 찾던 선원은 드디어 한가지 계책을 떠 올렸다. ‘그렇지, 나는 일년 간은 이곳의 왕이다. 그리고 저 토인들은 나의 신하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왕이 명령을 하면 저 토인들은 분명히 내 말을 들을 거다. 그러면 먼저 저들에게 통나무를 잘라 여러 척의 배를 만들게 하고, 그리고 날마다 버려질 섬으로 데리고 가서 장차 자신이 버려져도 죽지 않을 준비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토인들을 불러 모아 왕으로서 명령을 내렸다. 토인들은 왕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배를 만든 다음 좋은 과일나무를 뽑아 싣고 건너편 섬에다 옮겨 심게 하고 좋은 집도 짓고 땅을 개간하여 곡식도 심게 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용품 따위도 미리미리 옮겨 놓도록 했다. 왕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그 이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아주 치밀하고 빈틈없이 진행하였다.

드디어 일 년이 지나게 되고 토인들은 그곳의 풍속대로 왕관을 빼앗더니 죄인 다루듯 무자비하게 끌어내 그를 무인도였던 섬에 갖다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백인은 왕 대접을 받다가 버려지는 즉시 굶다가 죽어 버리고 말았지만, 이 선원은 일 년 내내 살아남을 준비를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죽지도 않고 오히려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미래나 성공에 대해 준비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인간은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연에 기대거나 요행수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결코 저절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흘려보내거나 한번 놓쳐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흘려보낸 세월(시간)이다. 세월이나 시간이 흐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세월은 저축되거나 쌓아 놓을 수 없다. 어떻게 사람답게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지를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아까운 세월(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평균수명이 83.3(2021. 기준)세를 넘어섰다. 100세 시대를 구가하게 되었고 알파 에이지(12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길어진 수명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할 것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장수가 재앙이 될 수 있다. 축복받는 장수 시대를 누리려면 생애 설계를 제대로 하고 그에 상응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둘째, 뱉어버린 말이다. 한번 해버린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말은 언제나 바르고 곱게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파장은 엄청난 풍파를 일으키는 수도 있다. 사전에 정리되고 정제된 말을 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바른 언어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살만한 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다. 준비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그를 품격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셋째, 내게 다가온 좋은 기회가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기회는 놓쳐 버릴 수밖에 없다. 위기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일을 생각하고, 우환이 생기기 전에 미리 대비(對備)해야 한다." 

막연한 걱정보다 변화와 위기 가능성을 분석하여 다방면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학습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위기를 잘 대응할 수 있고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그 시대의 지혜를 모르면 그 시대의 모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행복한 미래와 삶을 위해서도 어떤 일의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도 준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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