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이 세상에 없는 네 가지 ‘변비 공정’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이 세상에 없는 네 가지 ‘변비 공정’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06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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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실즉허(實卽虛)요 허즉실(虛卽實)이라는 말이 있다. 될 것 같은데 안되고 안될 것 같은데 되는 것이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는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게 있고, 없는 듯하면서도 있는 것이 수없이 많다. 나만 고민이 많은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고민 많은 사람이 있고 나만 잘난 줄 알았는데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이 많은 것이 세상이다. 

친구를 믿고 큰돈을 빌려주었더니 먹튀해 버려 평생에 웬수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세상에 없는 것 네 가지를 들라면 ‘많은 월급’, ‘좋은 상사’, ‘예쁜 마누라’ ‘믿을만한 정치인’이라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있고 없고의 시시비비를 떠나 진짜로 없는 게 4가지가 있는데 많은 사람 들이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첫째,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마치 죽은 것 같던 마른 가지에서 싹이 돋고, 마냥 푸르기만 할 줄 알았던 나뭇잎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하나 둘 떨어진다. "우주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變)한다'는 사실뿐이다(宇宙中唯一不變的是變化)"라고 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BC 540?~BC 480?)’의 말은 불변의 진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흐르는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씻을 수 없고, 올해 보지 못한 단풍은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 강물도, 단풍도, 그것을 바로 보는 주체도 모두 변한 시점에서 이미 변한 그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주역’에 담겨져 있는 철학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 그 유명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이다. 

“변하고 변해야 오래 간다. (久:구)”는 ‘주역’의 기본 철학은 세상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이 되어 지구의 동서남북의 끝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이말 만 빼고 다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무사안일(無事安逸)이나 현실안주(現實安住)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비밀이 없다. 한두 사람을 오래 속일 수 있으나 여러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잊을만하면 터지는 유명인의 다양한 스캔들이나 눈살 찌푸리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드러나는 것만 봐도 세상에 비밀은 없는 듯하다.

나에게만 알려줬다던 비밀이 어느새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사실이 되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받고 또 받았으나 자신의 입을 떠난 순간부터 자신만 모르고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난처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들 겪어 보았을 것이다.

중국 후한(後漢)왕조 때 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며 박학하고 청렴결백한 ‘양진’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안제(安帝)때 동래군(東來郡) 태수(太守)로 임명되어 부임하러 가는 도중에, 창읍이란 고을에 묵게 되는데 현령 ‘왕밀(王密)’이 찾아와 준비해온 황금 상자를 양진에게 꺼내 놓았으며 은근한 청탁을 했다.

깜짝 놀란 양진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왕밀’은 “이제 어두워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디 안심하시고 받아주십시오”라며 거듭 황금 상자를 들이밀었다. 양진은 성난 목소리로 “그게 무슨 말이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있지 않소(천지지지 피지아지 天知地知 彼知我知)” 그런데 어찌 아무도 모른단 말이오”라고 꾸짖자 왕밀은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에 몸을 움츠리고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고 한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링컨은 “거짓은 잠깐은 통할 수는 있으나 영원히 통할 수는 없다. 속이고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며 진실의 힘을 강조했다.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셋째, 공짜가 없다. ‘변화’나 ‘비밀’보다도 더 ‘꼭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짜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다.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공짜 의식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불로소득이나 사기 사건, 보이스피싱 등이 일어나는 이유도 공짜심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공짜심리 하나만 잘 다스려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이솝우화에 ‘야생나귀와 집 나귀’ 이야기가 있다. 산속에 사는 야생나귀는 집 나귀를 보고 매우 부러워했다. 자기는 항상 거친 산속에서 무서운 천적에게 쫓기고, 먹이가 부족해 배를 곯기 일쑤인데 집 나귀는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주인이 주는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편하게 살기 때문이었다. 야생나귀가 보기에 집 나귀는 먹이 걱정도, 천적 걱정도 전혀 없이 마냥 행복한 듯했다.

어느 날 야생나귀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집 나귀가 커다란 짐을 등에 싣고 힘겹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나귀 주인은 집 나귀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사정 없이 채찍질을 해 대는 것이 아닌가? 야생나귀는 기겁하며 산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자신이 부럽게만 생각했던 집 나귀의 생활이 실은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주인의 채찍질을 맞는 대가를 담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옛날 어떤 왕이 나라의 현자(賢者)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살아가면서 익혀 두어야 할 귀감(龜鑑)이 될 만한 책(지혜)을 써서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자들은 세상의 지혜를 모은 12권의 책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으나 왕은 백성들이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책의 분량을 줄이라고 했다. 줄여서 단 한 권의 책으로 줄였으나, 여전히 책이 두껍다 하여 한 권의 책을 한 장으로 줄이고 또 줄여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한 문장을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이를 본 왕은 매우 만족해하면서 “바로 이것이다. 이거야말로 여러 시대 최고의 지혜”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 ‘천하에 무료는 없다.’라는 말과 무한불성(無汗不成)이란 말이 있다. ‘땀을 흘리지 않으면 성공을 이룰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을 건달(乾達)이라 한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저절(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넷째, 정답이 없다. 사는 이유 또는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큰돈을 벌고, 명예를 높이고, 권력을 거머쥐면 사람들이 원한 정답대로 산 인생인가? 먹고사는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매사에 스스로 만족하면 오답(誤答)은 피한 것인가?

어릴 때부터 잘살아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시험지에 정답을 써야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 교과서만 달달 외우는 교육을 받아 온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과연 그것이 정답이었을까?

세상을 사는 정답이 있는 교과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당연히 없는 것이다. 그저 하나라도 더 가지고 지키는 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아간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가진 것을 잃으면 잘못 살고 있은 게 아닌가 싶어 힘 들어 하기도 한다.

만약 인생의 정답을 찾는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있다면 모범(模範) 답이 있을 뿐이다. 그 시대의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답은 변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 내 삶의 모범 답은 내가 찾아야 한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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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인 2022-05-06 22:08:04
세상사는 지혜가 담긴 통찰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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