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좋은 친구 좋은 관계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좋은 친구 좋은 관계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6.2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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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런던 타임즈가 친구의 정의에 대해서 현상 공모를 한 일이 있었다. 이 현상 공모에서 당선된 1, 2, 3등의 정의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3등으로 당선된 대답은, “친구란 기쁨을 더해 주고 슬픔을 나누는 자이다.” ‘기쁠 때 만나면 기쁨이 더 커지고, 슬플 때 만나면 슬픔이 반으로 줄어드는 자, 기쁠 때 만나면 나의 기쁨을 함께 하고 기쁨을 극대화해 주는 사람’ 그가 바로 친구라고 했다. 

2등으로 당선된 내용은 “친구란 한 보따리의 동전이다.” 그저 내 모든 사정을 다 이해하고 동정하는 바로 그가 친구이다.

1등으로 당선된 내용은 “친구란 온 세상이 나에게서 떠날 때, 모두가 나를 버릴 때라도 내게로 오는 자가 진정한 친구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유대인의 격언 중에 ‘친구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음식과 같은 친구’로 매일 빠져서는 안 되고, 둘째는 ‘약과 같은 친구’로 이따금 있어야만 하고, 셋째는 ‘병과 같은 친구’로서 이를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경제는 내가 잘 관리하면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는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1937년부터 2009년까지 하버드대학에서 72년간 추적 연구한 인생 사례 결과가 그해 5월 12일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6월호에 공개되었다. 연구과제는 과연 ‘잘 사는 삶’이라는 것이 있는지, ‘잘 사는 삶’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위해 하버드대학의 남학생 268명이 연구대상으로 선발되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입학한 수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야심만만하고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이들이 대상이었다. 

그중에는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에는 하버드대 생리학· 약학·인류학· 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동원되었다. 이들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체크 하였다고 한다.

1967년부터 이 연구를 주도해온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의 조지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당시 2학년생으로 전도유망했던 하버드대생들의 일생을 72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며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42년 동안 연구를 해온 조지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대상자들의 행적이 담긴 파일을 소개하며 "기쁨과 비탄은 섬세하게 직조(織造)돼 있다"는 윌리엄 블레이크(Blake·1757~1827)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Brooks)는 "이번 연구는 대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상상력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소설 같은 삶이 현실에도 존재함을 보여준다."며 "과학의 잣대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삶은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왕도는 없다. 
직장생활을 하던 퇴직한 후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의견이나 성격이 다른 이들과 선뜻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지만 폭넓은 인맥으로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이런 사람들과의 접촉도 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포용력 있는 태도야말로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에 '피시아스'라는 사람이 억울한 일에 연루되어 교수형을 당하게 되었다. 그는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하지만 왕은 만일 허락할 경우에는 선례가 될 뿐만 아니라 그가 멀리 도망간다면 국법과 질서를 흔들 수 있으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피시아스’의 친구인 '다몬'이라는 사람이 왕을 찾아와서, "폐하! 제가 친구의 귀환을 보증하겠습니다. 그를 집으로 잠시 보내주십시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만일 ‘피시아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친구를 잘못 사귄 죄로 대신 교수형을 받겠습니다." "너는 진심으로 피시아스를 믿느냐?" "네. 폐하. 그는 제 친구입니다." 왕은 허락하는 조건으로 ‘다몬’을 감옥에 가두었다.

그런데 약속했던 날이 되었는데도 ‘피시아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다몬’은 교수대에 끌려 나왔다. 사람들은 우정을 저버린 ‘피시아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몬’이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제 친구 ‘피시아스’를 욕하지 마세요. 분명 사정이 있을 겁니다." 

왕은 집행관에게 ‘다몬’의 교수형 집행을 명령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저 멀리서 ‘피시아스’가 고함을 치며 달려왔다. "폐하, 제가 돌아왔습니다. ‘다몬’을 풀어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았고,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고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왕은 아름다운 그들의 우정에 감동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피시아스’의 죄를 사면해주노라." 그와 같은 명령을 내린 뒤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내 모든 것을 다 주더라도 이런 친구를 한 번 사귀어 보고 싶구나.”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이런 진정한 친구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런 좋은 친구 관계보다 혼자가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대만의 한 산속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네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모두 잘 장성해 교수가 되었거나 해외에 나가 큰 사업을 하고 있었다. 노인은 부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자식들이 모두 떠난 고향의 산골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과 손자들이 멀리서 찾아온다는 소식에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온갖 솜씨를 발휘하여 정성껏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식들을 기다리던 노인에게 갑자기 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준비했던 음식들은 주인을 잃고 만다. 

크게 상심한 노인은 음식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친한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색조차 바래어 버린 낡은 수첩을 한참 동안 뒤적거려 보았지만 더불어 식사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 자연만이 그의 친구였을 뿐, 사람 친구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창밖의 하늘마저 잔뜩 흐리다가 비가 쏟아져 내리고 망연자실해진 마음을 달래던 노인은 부엌 식탁에 다가앉아 가득 차려진 음식을 홀로 먹게 된다. 노인의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은 “인생의 후반생을 함께할 친구가 있나요?” 
대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우뤄취안(吳若權)이 지은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내용의 일부이다.

노후의 미래에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이 될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좋은 친구는 상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만들어야 한다. 

친구 사이가 아무리 다정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우리는 가까운 친구라고 막 대하고 막말 나누고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구 사이는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 교류하여야 한다. 눈에서 멀면 마음도 멀어지고 사이버에서 멀어지면 기억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서로 노력하지 않고 좋은 친구, 좋은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면 친구가 최고의 자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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