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집중과 몰입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집중과 몰입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26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고전은 고전이로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자님 말씀 중에 “온고지신가이위희(溫古之新可以爲希)”란 말이 있다. 옛것이나 옛 책, 성현들의 말씀을 듣고 보아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發見)하면 가히 스승이 될 만하다는 말이다. 

진리(眞理)란 고금(古今)이 마찬가지일진대 옛사람의 훌륭한 사상(思想)이 많이 들어 있는 고전(古典)은 실은 옛날 책이 아닐 수도 있다. 언제 들어도 우리들의 삶이나 일상생활에 교훈이 되는 얘기들은 무수히 많다.

「열자(列子)」라는 2천500여 년 전에 나온 책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옛날 중국에 ‘비위(飛衛)’라는 궁술(弓術)에 능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활을 어찌나 잘 쏘는지 1백 미터 거리 밖의 표적에 백발백중(百發百中)의 솜씨로 콩알을 떨어뜨릴 정도의 명궁수였다고 한다. 

현재 과학은 명왕성에 로켓트를 쏘아 불과 몇 초 정도의 오차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라 표현하면 맞을까? 아마 롯데 타워 꼭대기에서 코엑스 53층 꼭대기에 콩알 하나 놓고 쏘아 맞추는 재주와 비견 될 만하다고 하는데 너무 과장법이 심한 것인가?

어느 날 ’비위‘ 선생의 명성을 듣고 기창(紀昌)이란 젊은 청년이 활 쏘는 법을 배우려고 찾아왔다. “선생님! 소생이 오늘부터 선생님께 활 쏘는 공부를 하고자 불원천리를 찾아왔습니다. 1백 미터 밖의 콩을 놓고 활을 쏘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하고 간청을 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비위가 “그러느냐, 확실한 결심이 섰느냐?” “예, 결심이 섰습니다. 죽을 각오로 하겠습니다. 하오면 활과 살을 준비할까요?” “아니다. 네가 먼저 할 일은 활과 살이 문제가 아니라 눈을 깜빡이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한다. 너 장가를 들었느냐?” “예, 장가를 갔습니다.” “그럼, 아내는 집에서 무얼 하느냐?” “베를 짜고 있습니다.” 

“잘 되었다. 그럼, 집에 돌아가서 베를 짜는 아내의 발끝에다 송곳을 매어 놓고 그 발이 들락날락하는 밑에 가서 한 치 정도 앞에 눈을 대고 송곳이 가까이 다가와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 연습을 하여라.” 그것이 되거던 찾아오라고 했다.

스승과 약속한 ‘기창’은 집으로 돌아와서 ‘비위’ 선생이 시키는 대로 집중해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석 달 열흘이 넘을 즈음 송곳이 아주 가까이와도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되었구나, 생각하고 다시 ‘비위’ 선생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 이젠, 송곳이 아무리 가까이와도 눈을 깜빡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활과 살을 준비할까요?” “아니다. 아직 멀었다. 이번에는 집에 가서 ‘이’를 잡아 머리카락으로 이의 허리를 잡아맨 다음 기둥에 매달아 놓고 멀리 앉아서 반복해서 ‘크다. 커 보인다, 얼마나 크냐? 굉장히 크다.’고 연상해서 아이의 머리 통 크기 만큼 크게 보이거든 다시 찾아오너라.”

이 말을 들은 ‘기창’은 날마다 ‘이’를 바라보며 “서까래 보다 크다. 기둥보다 크다.”고 몰입하게 되니 정신일도(精神一到)면 하사불성(何事不成)이라, 처음에는 밥 알 만하게 보이더니 석 달쯤 지나니 주먹 만해 보이고 여섯 달쯤 되니 점점 커져 아이의 머리통 만큼 크게 보이게 되었다. 

 다시 ‘비위’ 선생을 찾아가서 “아이 머리통 만큼 크게 보입니다.”라고 그간의 훈련 상황을 말씀드리자 그제서야 활과 살을 준비해 오라고 허락을 했다. 

그 후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 ‘기창(紀昌)’은 ‘비위(飛衛) 선생만큼 궁술(弓術)에 능통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창의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바뀌더니 스승을 없애버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위‘ 선생만 없으면 내가 이 나라에서 최고의 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쁜 마음을 먹고 스승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루는 ’비위‘ 선생과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비위‘ 선생이 꿩을 잡느라 빈 전통만 남게 되자, ’기창‘이 화살을 장전하고 스승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오늘 선생님을 쏘아 죽이고 천하제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비위‘ 선생은 태연히 “오냐! 내 그럴 줄 알았느니라. 그래서 네게 화살을 막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느니라. 못된 놈, 쏠 테면 쏘아보거라.”하며 나뭇가지에서 가시 하나를 뽑아 들어 ’기창‘이 쏜 화살을 떨어뜨려 버렸다. 

“자! 이제 나도 화살이 생겼다. 나도 은혜를 모르는 네놈을 죽여야겠다.” 이리하여 스승과 제자가 다 같이 화살을 쏘니 기이하게도 화살은 중간에서 서로 맞아 땅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사제(師弟)의 재주는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기창‘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었다. 정성껏 궁술을 가르쳐 주신 천하에 제일이신 스승님을 제가 죽이려 했다니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스승님 저를 죽여 주십시오” 하면서 처분만을 기다렸다. 

’비위‘ 선생은 ’기창‘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내가 덕이 부족했느니라” 재주는 가르치며 궁사의 품격을 가르치지 않았구나. 나의 탓도 있느니라 하면서 제자를 용서해 주었다. 순간 사제는 똑같이 감동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였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동지애를 느끼며 감격(感激)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갖는 뜻은 무엇일까?
첫째, 기술을 단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이고 둘째,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으며 셋째, 재주에 더하여 품격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가지는 같은 분야에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동지애를 발휘하게 되면 보다 나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조직원들도 서로 돕고 보듬으며 동지애를 발휘하여 보다 나은 조직 창조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고전(古典) 속에 맥맥히 흐르는 옛 뜻은 살아있는 교훈이며 고전이지만 현재에도 큰 가르침을 주는 좋은 스승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