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농심(農心)으로 사는 삶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농심(農心)으로 사는 삶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04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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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한다.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란 세상의 중요한 바탕,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농업이 국가 유지의 근간이 되는 사회에서 한해 농사가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내거는 기치로 많이 쓰인다. 곡식을 심고 거두는 일이 제대로 되어야 백성의 삶이 풍요롭고, 백성의 삶이 안정되어야 국가가 잘 다스려지므로 그만큼 농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다. 상자천하지대본(商者天下之大本)으로 상업(비즈니스)이 국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상업이 국가의 기본이 된다고 하더라도 농사를 짓는 농심(農心)의 마음은 반드시 길러지고 가꾸어져야 한다. 농심에 깃든 정신이 우리의 마음이나 행동에서 그대로 실천되어 지면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란 말이 있다. 농심으로 행동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되살려야 할 마음가짐이 바로 농심이다. 농심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순수한 마음,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본마음, 깨끗하고 때 묻지 아니한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농심은 농사짓는 농민의 마음이며 생명을 가꾸어가며 농사짓는 마음을 말한다. 농심이야말로 우리가 가치철학으로 가져야 할 마음이다. 어느 사이인가 우리 사회의 신뢰가 무너져 불신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무너져 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농심을 새롭게 가꾸어야 한다.

농심 이란 무엇인가?
첫째, 농심은 소박하지만,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말한다. 과학적인 사고라고 함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 것이다. 과학이란 실험, 관찰, 측정, 비교, 분석을 토대로 증거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의미한다. 뿌린 만큼 거두며 정성을 들인 만큼 수확한다. 결코 요행이나 우연의 결과는 없다.
 
둘째, 농심은 말대로 계획한 대로 실행하는 성실한 실천을 의미한다.
농사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씨 뿌리고, 거름 주고, 김매고 애정을 가지고 정성껏 가꾸어가는 과정으로 하나하나 성실히 실천해 나가야 결실을 얻는 것이지 그중 한 과정만 뛰어넘어도 제대로 된 결과를 획득할 수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기대하는 수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자연은 응답해 주지 않는다.

셋째, 농심은 수고하고, 공들이고, 가꾸어준 만큼 결과(결실)를 가져다주는 인과응보의 원리를 말한다. 농작물은 정성을 들여 노력한 만큼 수확을 거둘수 있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정성과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을 피울 수 없다.

넷째, 농심은 이른 비, 늦은 비와 눈을 참고 기다리며, 서리나 바람, 더위나 추위 등 대자연의 온갖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강인한 인내력과 왕성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초근지시(草根知時)란 말이 있다. 풀과 나무뿌리도 그 시기와 때를 알아서 자연에 순응하는 현명 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사람은 그 원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가 일쑤이다. 때를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라 한다. 그러나 자연은 정직하다. 기다릴 줄 알고 참을 줄도 안다. 그것이 농심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농심은 거짓과 협잡을 모르는 정직하고 순박함을 지니고 있다. 농작물을 가꾸고 가축을 기르는 등 자연을 상대로 하는 일에는 부정과 부조리가 통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온갖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며 시기와 질투, 사기(詐欺)가 어우러진 인간의 세계보다 속임수도 없고, 앞서지도 않고 뒤서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 진실만이 있는 것이 바로 농심이다.

여섯째, 농심은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겸허한 자세를 지니고 있다. 벼 이삭은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며 겸손함을 드러낸다. 사람도 인격을 갖출수록 머리를 숙일 줄 알게 되며 겸손해지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빈 독은 출렁이지만 가득찬 독은 움직임이 없다. 교양있는 사람이 결코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농심은 겸손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일곱째, 농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적극적인 생산성을 지니고 있다. 농사는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면 그 가치는 몇백 배 증가하는 것이다. 농심은 창조에 바탕을 둔 것이다. 

여덟째, 농심은 모든 생성발전의 원초적 질서인 자조와 협동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 농작물의 뿌리와 잎이 서로 긴밀한 협동을 통하여 땅에서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고 햇빛을 받아 동화작용을 통하여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자조와 협동으로 함께 일을 추진하면 이루어 내지 못할 것이 없다. 농심은 협동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농심은 백행의 근본인 근면성을 지니고 있다. 농심은 인간의 본성이요, 자연의 이치(理致)이며, 보이지 않는 진리의 표상이다. 따라서 농사짓는 농민의 정신(마음)인 농심을 우리들의 가치관과 조직의 가치관으로 삼아 새롭게 인식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과제 해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농심의 마음을 가득 채운 개인의 인격이 건전하게 형성될 때 조직 구성원의 건전한 인격이 형성될 것이며 건강한 사회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농심은 영원한 진실, 영원한 진리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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