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칩4동맹과 공급망 자립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칩4동맹과 공급망 자립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29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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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바이든 정부는 2021년 2월 24일 회복력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주요 품목과 산업에 대한 공급망 검토를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는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 광물(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과 방위, ICT, 에너지, 운송, 농업 등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 정부는 해당 품목과 산업의 경제적 측면은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검토 결과 중국 편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검토 결과 보고서는 2021년 6월 8일 발간되었다. 산업연구원의 “바이든 행정부의 4대 핵심 품목 공급망 검토 결과 및 시사점” 제목의 보고서는 미국의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검토 결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이에 따른 시사점을 도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고서 검토 결과, 4대 품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리스크 요인은 공급망의 특정 단계에서 지나치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경우 완제품 판매, 배터리의 경우 원료가공 및 제조, 핵심광물의 경우 광물 매장량, 의약품의 경우 원료/완제 의약품 제조에 대한 중국 편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공급망 검토 결과에 따라 자국의 국가안보와 경제 위협요인 제거를 목적으로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 감소와 향후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본격적으로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료물자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해당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이 국가안보와 경제에 대한 위협요인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관련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했다
반도체는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현대인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반도체는 현대인의 삶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하는 사회 인프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공급망을 공략함으로써 적대하는 나라의 사회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핵무기나 미사일은 물론이고 반도체 공급을 끊는 것이 유효한 공격 수단이 될지 모른다.

이런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500억 달러 투자 계획과 함께 반도체 인프라 투자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2016년 파운드리(foundry)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인텔은 2022년 3월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인텔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인터뷰에서 “지리적으로 균형 잡힌 공급이 필요하다. 세계는 혼란과 도전에서 벗어나 더 균형잡힌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2022년 4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GM 등 자동차 테크기업 관계자들을 화상회의로 초청했다. 

바이든대통령은 ‘반도체 CEO 서밋’에서 정부, 의회, 산업계가 하나가 되어 중국과 거국적인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 선언하며, 중국을 제치고 반도체 기술패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20세기 인프라가 도로나 다리라면, 21세기 인프라의 주역은 반도체다.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확보 경쟁에서 중국에 뒤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지 않다”며 "우리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하겠습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은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며 공격적 반도체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는 워싱턴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TSMC는 이미 2020년 120억 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이자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2021년 11월에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EU 내 반도체 자립 움직임은 EU 집행부와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만큼이나 또 다른 거대 경제권인 유럽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다. 워싱턴이 반도체 전략을 본격화할 무렵, 유럽연합(EU)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을 향한 산업전략 '디지털 컴퍼스'를 발표했다. 

EU는 현재 세계 시장의 10% 내외인 EU산 반도체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EU 회원국의 반도체산업에 총 430억 유로를 투자하는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제안했다.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집행위원장은 2021년 9월 연례정책 연설에서 반도체 공급 안정화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역내 반도체 자급자족 생태계 조성을 언급했다. EU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 달성, 2나노급 생산설비확충, 역내 R&D 역량 강화 등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는 2021년 5월 신산업전략을 발표하고 EU가 수입하는 5,200개 제품 중 역외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민감 품목이 13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민감 품목의 대다수를 중국(52%)과 베트남(11%)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밝히며 주요 산업분야에서 전략적인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스(NXP Semiconductors),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분야 기업을 모두 모아 '유럽반도체연합’을 결성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EU는 코로나19 사태의 대책으로 창설한 부흥기금 '차세대 EU 펀드'의 약 20%를 디지털 산업에 돌렸다. 

작년 6월 3일, EU 27개 회원국 정부는 '연산자와 반도체 기술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하여, 지역 내 반도체 산업 강화가 회원국의 공통 목표임을 확인하고 역내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TSMC조차 아직 시험 단계에 있는 '2나노미터'급 초절정의 미세 가공 경쟁에 유럽 기업이 뛰어들게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나 아시아 세력의 뒤만 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초조함의 표현일 것이다. 높은 목표를 세웠으니 EU는 공적자금을 반도체 산업에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다.

◆EU는 ‘반도체 자립(自立)’ 기반 만들기에 나섰다
EU는 반도체 자립론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칩 후공정이 주로 이뤄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조립라인이 멈춰 서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를 포함, 전 세계 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겪었다. 

자동차산업이 EU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이르는 가운데 핵심부품 공급 지연에 따른 타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EU집행부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EU는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설계 기술에서는 미국에, 제조 기술에는 우리나라와 대만에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유독 약품에 의한 환경 오염과 근로자 건강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반발도 컸다. 

유럽 최대 전자기업 필립스는 지난 2006년 반도체 사업부를 해외 사모펀드에 83억 유로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U 회원국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반도체 자립(自立)’ 기반 만들기에 나섰다. 독일은 2022년 7월 미국 인텔의 반도체 공장을 북동부 마그데부르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텔은 이곳에 170억 유로를 투자해 CPU부터 메모리까지 다양한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최대 8개의 생산라인을 만든다. 2023년 상반기에 공장 건설을 시작, 오는 2027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독일은 대만 TSMC와도 독일 내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 중이다. 독일이 반도체산업에 투자키로 한 자금은 총 140억 유로에 달한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손잡고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 57억유로을 투자해 선폭 18나노미터(nm)의 공정을 적용한 생산 라인을 여러 개 만들 예정이다. 18㎚ 공정은 자동차·가전제품·산업 장비용 반도체 제작에는 충분한 기술이다.

중국도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 반도체 기업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자국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기업의 접근 통로를 줄여가고 있다. 이에 중국지도부는 독자적인 과학기술역량을 강화하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해 독자 발전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1년 경제 정책의 중요 목표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 회의에서 ‘산업망·공급망 통제 능력 향상’을 8대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중국지도부는 산업망과 공급망은 안전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이는 새로운 발전 패턴을 만드는 기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초 부품과 기술, 소재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을 묶는 이른바 칩(chip)4 반도체 동맹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논란에서 미국 국방 관계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가 두 가지 있다. 'Trusted Foundry' (신뢰할 수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Zero Trust'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다. 

첫 번째는 거기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이면 믿을 수 있다는 공장을 미리 지정해두는 식이다. 두 번째는 자재를 조달하거나 통신망을 사용할 때 디폴트로서 어떤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음을 전제한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 영역이지만 미국이 볼 때 믿을 만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산업용의 범용품을 포함해 반도체 체인 관리를 강화해갈 것이다. 7나노 이하의 최첨단 기술을 장악하고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10나노 이상의 생산 공급을 중국에 의존해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미국은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이나 엔비디아 같은 설계 전문기업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일본은 소재와 부품 영역에서 독보적이다. 파운드리라고 불리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대만의 TSMC가 부동의 1위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압도적이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에 이어 2위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을 보면 한국 21%, 대만 22%이고 미국은 12%, 일본 15%다. 

칩4는 네 나라가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칩4 협의에 중국을 타깃으로 한다거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말하는 대목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반도체 제조 능력 발전을 억제하려는 뜻은 명확하다. 

2022년 7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 등에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그중 390억 달러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회사에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이 보조금을 받는 회사는 중국에서 최소 10년간 28nm(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 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미국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반 제조업은 물론 군수산업까지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반도체가 갖는 절대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 시도를 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칩4 문제를 다른 어떤 문제보다 다급한 이슈로 받아들이는 데는 반도체만은 아직 ‘굴기’를 이루지 못한 중국의 내부 사정도 있다.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 달러(약 458조5700억 원)로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였다. 원유와 전체 농산물 수입액보다 많다. 특히 프리미엄급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는 아직 기술격차가 크다.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은 동맹쇼어링(Ally-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받으면서 공급망 자립정책과 동맹쇼어링, 프랜드쇼어링이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고서에서 드러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은 모든 품목을 미국이 생산하는 것이 아닌 해당 품목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우방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칩4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발 리스크, 미국발 리스크를 협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배제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경기규칙을 정한다면, 한국은 스스로의 강점을 부각시킬 기회도,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도 모두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신냉전시대의 도래에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만을 위한 과제가 아니다. 세계 반도체 기업의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미국은 반도체칩(51%), 설계 소프트웨어(96%), 요소회로 라이선스(52%), 반도체 제조장치(46%) 분야의 1위이다. 

대만은 파운드리(71%), 제조 후공정(54%)이고, 일본은 웨이퍼(57%)로 1위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침(18%)로 2위, 파운드리(9%)로 3위, 웨이퍼(12%)로 4위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협하는 기술탈취, 인력탈취, 수출금지 행위는 경제안보를 위협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본격적인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맞춘 리스크 관리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기업별로 자사가 속해 있는 공급망 구조를 파악하고 자연재해, 팬데믹, 미·중 갈등 등 외부충격에 따라 예상되는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택일 구도가 첨예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1980년대 미국은 미국 반도체 시장을 위협하는 일본을 압박해 반도체협정을 맺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쇠퇴시키고 그사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운 전적이 있다. 

일본에 있어 반도체는 비즈니스 문제였지만 미국은 국가를 지키는 문제였을 것이다. 반도체가 국력의 기둥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일본의 활력을 떨어뜨린 후, 그렇게 번 시간을 사용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는 정치적, 군사적 동맹이기 때문에 경제에 있어서는 시장 논리와 민간기업의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030 반도체지정학>의 저자 오타 야스히코는 “‘신뢰관계’의 의미가 동서양에서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유지 방법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흘렀고, 우리는 지금 불꽃 튀는 미·중대결을 보고 있다. 이번에는 가치관이 다른 국가의 충돌이기 때문에 미·일 마찬과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다. 

미국은 심지를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WSJ, Bloomberg 7월 18일), "미국의 정치적 압력 하에 한국이 미국 중심의 '집4'에 동참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중국공산당 기관지 계열 글로벌타임스 논평 7월 18일) 등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오타 야스히코는 과거 ‘미·일 반도체협정’을 예로 들며 일본의 교훈을 살려 한국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미국에 파운드리가 없어 TSMC와 삼성을 미국으로 초대했지만, 한편으로는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대한 지원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상황에 따라 어떠한 동맹이라고 해도 경쟁과 긴장 관계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칩4동맹, 중국의 홍색공급망, EU의 유럽반도체연합 등 다자간, 동맹간 반도체 자립전쟁이 시작되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가 TSMC와 삼성의 기술을 따라잡으면 어떻게 될까? 혹시 중국이 TSMC와 삼성을 넘어선다면? 우리정부와 기업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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