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불확실 시대, 중소물류기업의 전문화와 협업화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불확실 시대, 중소물류기업의 전문화와 협업화
  • 편집국
  • 승인 2022.03.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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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코로나 팬데믹과 반도체 공급난, 미국 서부항만의 공급난 대란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세계의 공급망을 교란시켜 유가 급등과 원자재나, 식량난까지 번질 기세다. 이 사태는 글로벌 경기의 급격한 침체와 더불어 불확실성이 더욱 키우고 있다. 제조나 유통의 종속변수 경향이 큰 물류산업은 실물경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불확실시대, 대부분의 중소물류기업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중소물류기업은 기우러진 운동장에서 고객을 두고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다국적물류기업, 플랫폼기반의 공룡 유통기업과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형물류기업은 그룹물량을 기반으로 대형화, 글로벌화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다국적물류기업은 글로벌 네트웍을 통한 영업으로 국내진출 자국기업과 글로벌기업 수주와 운영을 싹쓸이하고 있다. 

사업의 한계 상황에 이른 영세 물류기업은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고객은 물류회사 근무 경험과 선진 기술을 체득한 물류전문가 들이 포진하면서 더욱 똑똑해지고 자사물류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의 물류를 대행하는 사업진출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중소물류기업은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자들과 생존차원의 격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먼저 대형물류기업, 다국적 물류기업, 물류 스타트업과 경쟁하고 있다. 더불어 물류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던 아웃소싱 기업 중 능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 또는 대형 인력 아웃소싱 기업과도 경쟁관계에 놓였다. 

더 심각한 것은 전통적 고객이었던 유통기업, 제조기업은 고객이 아닌 경쟁자로 돌변했고, 플랫폼기업도 수퍼앱 구축의 중심에 물류를 놓고 물류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모그룹의 물류의 내재화를 통해 고객 서비스 향상, 비용절감, 긴밀한 고객관계 구축, 그룹물류의 통합과 조정 역할이라는 직접적인 목적에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그룹의 제조·유통·물류의 수직계열화, 경영자원과 사업의 내재화, 지배구조와 경영권 상속문제의 해결이라는 전략적 목적은 물류자회사 설립을 더욱 가속시켰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증가한 물류자회사가 다른 기업의 물류 대행에 도전한 계기는 정부의 제3자물류 활성화 정책 영향이 크다. 물류자회사의 모그룹 물량비율을 50%이하로 줄이려는 정책과 이에 따른 공정위의 내부거래의 단속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룹 물류자회사의 대응은 50%초과 물량을 물류기업에 아웃소싱하지 않고, 기존에 물류기업에 외주 주던 협력회사의 물류업무를 수주하여, 전체 매출규모를 2배이상 늘리는 방법으로 그룹 물량을 50% 이내로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여기에 모자라는 물량은 그룹 간의 물량교환(스와핑)을 통해 해결했다. 이에 물류기업은 기존의 물량마저 뺏기는 정책의도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대형유통기업이 기존의 물류 인프라와 물량으로 물류를 사업화하고 있다. 쇼셜커머스 기업인 쿠팡, 마켓커리 등도 직접물류에 이어 물류사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과 쇼셜커머스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과 같이 언제든지 자사취급 물량에 자사의 협력사, 벤더, 셀러의 물량을 더하여 풀필먼트와 배달 업무를 대행하는 물류사업을 런칭할 수 있다. 이 현상은 기존 물류기업의 물량 이탈과 함께 기존의 고객을 두고 서로간 물량확보 경쟁을 하게 되었다.

새롭게 각광받는 신선 새벽배달 기업인 마켓커리(샛별배송), 헬로네이쳐, 쿠팡(로켓프레쉬), GS(GS Fresh) 등도 물류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택배사업자로 지정받은 쿠팡과 마켓컬리는 로켓배송, 샛별배송의 노하우를 집약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단순 새벽배송 물류대행뿐 아니라 물류 전반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중소물류기업의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물류기업은 최저임금상승, 주휴수당 적용, 주52시간제 등 인건비 상승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보건의무 비용과 코로나방역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화물차량의 도심진입규제 등 환경규제, 물류센터 조성의 인허가 절차의 어려움, 민원 해결 등 물류부문 투자비의 증가와 물류원가의 상승과 절차의 복잡화 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물류 환경의 어려움에 더하여 중소 물류기업 만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먼저, 고객(화주)은 물류기업과 화주기업 모두를 경험하고 다양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똑똑해졌다. 고객이 물류시장의 가격, 서비스 수준, 서비스 공급자(물류기업)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물류기업을 다룰 줄 아는 똑똑한 고객은 물류기업 간의 출혈 경쟁 유도와 가격·비가격적 추가 요구 사항을 통해 물류계약에서 화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력 없고 의욕만 있는 물류기업(일부 물류자회사)은 마케팅 비용이라는 명분아래 저가수주(덤핑)을 통해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화주 또한 이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대부분의 중소물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취약하고, 단일 화주에 의존도가 높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며, 대규모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母 그룹도 없다. 영업 필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과 로컬 네트워크의 확보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는 급격한 경기변동과 경기 침체 위기시 이를 극복하는데 한계점이 되어 기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셋째, 경영의 한계 상황에 몰린 영세물류기업 중 일부는 근로자의 4대보험 미가입, 불법 외국인 고용, 불법파견 인력 고용, 퇴직금 편취, 매출누락 등 각종 편법을 통해 낮춘 조달 원가를 바탕으로 물류시장을 더욱 혼탁한 싸움터를 만들고 있다. 이들 한계 기업은 정상적인 영업 이익 보다는 차량번호판 TO비, 영업권 프리미엄, 유류보조금 전용, 차량 부가세 환급금 편취 등 비 정상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에 더욱 혼탁한 싸움터가 되고 있다.

◆중소물류기업은 ‘전문화·차별화’와 ‘수평적 협업화와 공동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해야 한다
이 어려운 시점에서 중소물류기업은 환경과 현실을 탓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 현실로 닥친 위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물류기업의 자구책은 ‘전문화와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수평적 협업과 공동화’를 통한 시너지와 경쟁력 확보를 들 수 있다. 

중소물류기업은 자신이 잘하고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 상품, 서비스 지역, 서비스 범위 등 특화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전문 분야(시장)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화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수평적 협업과 공동화’는 공동브랜드, 협동조합, 동맹(alliance), 가맹사업 등을 통해 가능한 전략이다. 서울특별시 중소기업의 공동브랜드인 ‘하이서울’, 중소유통의 공동브랜드인 ‘나들가게’ 한국관광공사의 중소호텔 공동브랜드인 ‘베니키아’, 아웃소싱전문 11개 기업의 공동브랜드인 ‘yes KON’ (Korea Outsourcing Network)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물류산업에서도 공동브랜드를 통해 수평적 협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태국에서는 Alfright International 등 30개의 중소 물류기업들이 다국적 물류기업의 물류시장 장악을 막으려고, 태국물류동맹(Thailand Logistics Alliance)을 구성하였다. 30개 기업들의 간접비용을 줄이는 관리의 시너지효과로 다른 서비스 제공자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국내 중소물류기업의 수평적 협업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물류협동조합을 통한 물류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사업자협동조합(생산자협동조합)에 대한 협업화 지원사업은 중소물류기업이 내륙운송, 통관, 포워딩, 창고운영 등 각사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수평적 협업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제조·유통업 중심으로 중소 물류기업을 위한 지원은 거의 없다
물류산업이 산업 전반과 화주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는 물류산업 내 대-중소 물류기업 간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중소물류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간 중소물류기업과 관련한 정책지원은 거의 전무했다. 다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제도 중 다음의 경우는 중소물류기업까지 확대가 가능한 정책지원이라 할 수 있다. 

①’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의 건립시 정부와 지자체는 90%를 지원하고 중소유통업자는 자부담 10% 만을 부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② KOTRA의 해외공동물류센터 경우 전 세계 84개국 127개의 물류센터를 통해, 중소 수출업체가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③슈퍼마켓 등 점포 총면적 300㎡이하인 소매점포인 ‘나들가게’ 지원사업은 시설현대화 자금(융자)은 점포당 1억원 이내 신청 가능, 점포개선 및 경영컨설팅, 교육, POS 지원, 상품배열 최적화, 간판교체 지원, 마케팅 지원 등 정부지원이 있다. 

또한 ④일정금액 이하 건설공사의 ‘원 도급자 직접시공제도’ ⑤판로지원법 상 공공기관 중소기업 제품 공공 구매제도 ⑥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⑦중소기업간 경쟁의 방법으로 구매하는 계약인 ‘직접생산확인제도’는 중소물류기업에도 준용이 가능한 지원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SBA의 mento –protégé program(연방 조달시장 상생프로그램)은 전문분야 아웃소싱, 건설, 설계 입찰에 있어서 중소기업을 주계약로 하고 대기업은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국내중소물류기업 측면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물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지원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물류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온 오늘날, 연이은 글로벌공급망 불안사태는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물류기업의 99%와 95%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중소물류기업은 부족한 자금력으로 인해 스스로 ICT와 물류 인프라를 구축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중소물류기업들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물류서비스 경쟁력은 국내 화주기업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수직적 협업관계에 있는 대형 물류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현재 진행중인 물류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 도심과 인근 지방 주요거점에 위치한 철도부지, 유수지 등을 활용해 ‘행복주택’ ‘보금자리 주택’ 개념의 중소물류기업 공공임대전용 스마트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해 지원한다면 많은 중소물류기업들의 물류서비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물류기업의 열악한 배송망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동배송망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 물류 정보시스템은 정부 주도로 중소물류업체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된 시스템을 개발해 지원 필요가 있다. 

물류기업들은 물류센터 현장 근무자 등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급 원활화를 위해 중소물류기업 근로자에게 병역특례 등 파격적인 지원책과 더불어 물류기업에게는 통근 지원, 숙소 지원 등 근무여건을 지원해 중소기업 기피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화주와 물류기업간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각종 분쟁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는 ’물류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공정공유기반의 물류산업 상생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중소물류기업을 위한 물류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 중에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정책 수립 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 주어진 역할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어 그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소물류기업의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적 협업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상생을 넘는 상성(相成)할 수 있도록, 이에 걸림돌이 되는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기업의 참여배제’ 등은 공정거래 차원에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과거의 요소투입형 경제성장에서 혁신주도형 경제 성장으로 전환해야 글로벌 경재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 유통, 금융, 서비스, 플랫폼, 물류기업 간, 그리고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 간 관계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창의적 관계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소물류기업이 수평적, 수직적 협업을 구조를 만들어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정부와 국민의 응원을 기대한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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