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형 눈알 붙이기가 슬프지 않은 세상
[취재수첩] 인형 눈알 붙이기가 슬프지 않은 세상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4.3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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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하기만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요즘은 드물어졌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네 아줌마들이 멤버 중 누군가의 집에 모여앉아 곰 인형이나 여자 인형의 눈에 눈알을 붙이는, 이른바 부업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노안이 오고도 남았을 중년의 아낙네들이 흐린 눈 비벼가며 하루에 수천 개의 눈알을 붙이는 그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지는 광경이었다.

아침나절부터 시작된 노동은 저녁 퇴근하는 남편의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밥 할 시간, 청소 할 시간, 설거지 할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모든 시간동안 그들은 조그마한 방에서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일을 했고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자그마한 인형들이, 인형들이 살만큼 자그마한 그네들의 집을 가득 점령할 정도였으니 그 양이 얼마인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그들이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은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참으로 초라한 것이었다. 에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액수였으니까. 그마저도 손재주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액수가 '에걔'였다. 초보였다면 대체 그 일을 왜 하냐고 생각이 들 정도의 돈을 쥐어야 했던 그 부업.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그 티끌은 너무 작았다. 

사실 그 부업마저도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눈 한 알 붙이는데 10원을 받는데 반해 또 다른 이는 7원에 일해야 하는 부조리함이 숨어있었던 까닭이다.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같이 본드를 칠하고 똑같은 위치에 눈알을 붙였던 그들. 똑같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같은 돈을 받을 수 없었던 걸까. 

크고 나서야 알았다. 같은 일을 해도 같은 돈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은 정규직, 덜 받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라고 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업무를 해도 월급은 달라야 하는 그 이유를 솔직히 아직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며칠 전 고용노동부가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근로시간 등을 조사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규직이 100원 벌 때 비정규직은 70원을 번다는 발표였다. 시간이 흐르고 의식은 달라져도 여전히 인형 눈알 붙이기의 부조리함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보다 앞서 정부는 개정할 헌법 조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구를 삽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말은 인형 눈알 하나를 붙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세상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10원을 받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회의하다 말고 물컵을 던지는 젊은 여자도, 밥 먹다 말고 뚝배기를 던지는 늙은 사람도 없어지는 거겠지.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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