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10년 묵혀둔 '가사노동자 보호법', 21대 국회서 염원이룰까
[이슈] 10년 묵혀둔 '가사노동자 보호법', 21대 국회서 염원이룰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2.1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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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한 가사노동자
업무 중 부상 입어도 본인 부담으로 치료..퇴직금은 생각도 못해
16일 회의서 논의된 '가사노동자법' 10년 방치 숙원 풀까, 기대
워킹맘 10명 중 9명은 신원 보장된 가사도우미 희망
1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가사노동자 보호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또 한번 화두에 오른 가사노동자법이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가사노동자 보호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또 한번 화두에 오른 가사노동자법이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가사도우미(이하 가사노동자)가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십수년간 국회 내부에 잠들어있던 가칭 가사도우미법(가사돌봄종사자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이들의 처우개선과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용자 비용 부담 증가 등을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가, 국민들의 관심도도 낮아 18대 국회때부터 이어져온 방치가 반복되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고용개선 등을 담은 유사 법안 3개가 발의된 상태다. 가사노동자 보호와 관한 법 발의는 21대 국회에서 처음 맞는 일이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서부터 십여년 넘게 이어져온 가사노동자들의 염원이다. 그러나 매번 국회 임기가  마무리 될 때마다 번번히 좌절되며 법 제정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행법상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 11조에 명시된 '가사사용인 적용을 배제한다' 문구에 있다. 법으로 노동자가 아님을 정해둔 것. 따라서 가사노동자들은 근무 중 다치더라도 산재보험 신청조차할 수 없으며 연차나 휴직금, 4대보험 가입 등도 불가능하다.

가사노동자를 근로자로 보지 않겠다고한 근로기준법은 무려 지난 1953년 제정된 것이다. 이후로 7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며 이들과 사용인과의 관계도 과거의 그것과 사뭇 달라졌으나, 여전히 이들을 위한 법 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며 법의 보호 밖에 놓여있다.

지난 10년간 가사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지난 10년간 가사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진제공=한국노총)

그러나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며, 올해만큼은 결과가 다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면 가사노동자는 1953년 이후 오랜 숙원 끝에 '노동자'로 인정받게되고 노동권을 보장받는다. 법안에도 이와 같은 내용과 함께 퇴직금 지급과 연차 사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제정만으로는 노동자 보호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정부안은 논외대상으로 여겨지는 가사노동자가 다수라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 발의한 정부안은 가사노동자의 최소 노동시간을 주 15시간을 보장하라고 제시하고 있으나,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와 가사근로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는 경우 15시간 미만 근무가 가능하다고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또 휴게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도 담겨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15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갑을 관계 속에서 '근로자의 선택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대다수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법적 보호 안에 두고자 한다면 최소 15시간은 반드시 보장해야한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법안의 보완은 차치하더라도 노동계는 이번 국회에서 가사노동자 보호법이 반드시 제정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제정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의 속도가 더딘 까닭으로 노동자와 사용인의 관계 규정을 언급한다.

현재 가사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직업소개소에서 일을 알선받아 근무한다. 직업소개소는 이들을 소개해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을 뿐 직접적으로 이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가사돌봄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다.

만약 보호법이 제정돼 4대보험 가입이나 퇴직금 지급 등이 의무화된다면 그 의무를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법이 제정되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공급하는 형태가 보편화 될 것으로 보고있다.

가사노동자 보호법에는 가사노동자를 공급기업 및 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가사노동자 보호법에는 가사노동자를 공급기업 및 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미 가사노동자를 O2O 형식으로 제공하는 '가사도우미 O2O 플랫폼 까사인(CASA인)'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직업소개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까사인은 NCS 교육을 통해 전문 가사돌봄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사돌봄 서비스를 희망하는 수요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쉽게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가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서비스가 개편되면 간접노무비 등의 증가로 서비스 이용 금액은 대폭 증가하는 반면, 가사도우미의 실질적인 임금 인상은 미비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기존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던 세금 등이 차감되면서 도리어 가사도우미의 실소득은 줄어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가사도우미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간접비 등으로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금액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 자명한데, 왜 임금은 오르지 않는지 가사노동자들이 반발하거나 이전에 지불했던 금액만 생각해 과도한 서비스 품질 향상을 바라는 고객들이 많아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생각은 다르다. 직업소개소로 알선 받는 방식과 인증된 기관에서 고용된 노동자와 계약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의 폭을 넓힐 뿐이라는게 고용부 입장이다.

또 비용상승과 관련한 부분은 재정지원이나 세제혜택으로 보완 가능하고, 신원이 보장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은 가사노동자가 증가하면 비용과 관계 없이 서비스 이용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와같은 주장의 근거로 맞벌이 여성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16일 발표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실제 가사돌봄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종사자의 신원보증(32.4%)'를 꼽았다. 이어 직업소개기관의 책임있는 서비스 제공 부족(26.7%), 종사자의 잦은 변경(15.7%) 등이 뒤따랐다.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 워킹맘 10명 중 9명은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낫다. 이들은 법 제정을 통해 신원이 보장된 노동자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자료제공=고용부)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 워킹맘 10명 중 9명은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낫다. 이들은 법 제정을 통해 신원이 보장된 노동자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자료제공=고용부)

집 내부에 외부 사람을 들이고 어린 자녀의 육아까지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소개소로 알선 받아 이용하는 경우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불구하고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것.

어린이집 등에서도 원아 폭행 등의 사회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며 가사노동자에 대한 신뢰관계 형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맞벌이 여성 노동자 94.6%는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원하고 있으며,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서비스 제공(73.8%)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경제활동 활성화(36.4%) ▲가사근로자 권익보호(30.6%) 등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통계청 집계 기준 가사노동종사자는 15만 6000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최대 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수입이 반토막이 나고 업무 중 부상을 당해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가사노동은 노동자로 보지 아니한다는 법이 마련됐던 1953년에는 가사돌봄을 '집안 여성이 당연히 해야했던 업무를 돕는 것이므로,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만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20년대를 살아가고 있다. 노동성은 과거의 그것과 달라졌다. 이미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가사도우미를 노동자로 인정하거나 노동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구시대적인 법의 틀을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관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법 제정이 과거에만 머물러있으면 안되는 이유"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어 "1인가구나 맞벌이가구의 증가로 가사돌봄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용자는 안전하고 합리적이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노동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안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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