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불법파견 대가는 10년치 차액임금.. 본질적 문제 해결 뒤따라야
[초점] 불법파견 대가는 10년치 차액임금.. 본질적 문제 해결 뒤따라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5.1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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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시 수령 가능한 임금 지급 대법원 판단 나와
불법 파견 양산하는 현재 구조 개선으로 논란 소지 없애야
최대 10년에 달하는 차액임금 지급 판결로 인해 사용기업들이 불법 파견 문제를 쉬이 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대 10년에 달하는 차액임금 지급 판결로 인해 사용기업들이 불법 파견 문제를 쉬이 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끊임없이 거론되는 불법 파견 이슈에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졌다. 법원이 불법 파견 노동자들의 차액임금을 기존 3년치에서 최대 10년 간의 액수를 지불하란 판결을 내린 것. 무려 7년 이상의 차액 임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용기업들 입장에선 불법 파견을 쉬이 행할 수 없게 만든 사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근원적인 문제는 모두 불법 파견에 관한 논란 때문이다. 결국 불법 파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이와 관련된 숱한 소송과 대립이 이어질 것은 자명하고 이는 곧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파견법 개정의 불씨를 띠우고 있는 상황. 주된 골자는 32개 업종으로 한정된 파견근로 허용업종을 늘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파견근로자의 차별을 해소하자는 것으로 요약되는데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전제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더 큰 논란을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으로 간주

단순 임금채권에 대한 청구가 아닌 불법 파견과 정규직과의 차별이라는 불법 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단순 임금채권에 대한 청구가 아닌 불법 파견과 정규직과의 차별이라는 불법 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월 3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흥구)는 삼표시멘트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삼표시멘트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을 이유로 법원에 답을 구한지 5년 만의 일이다. 이와 함께 삼표시멘트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기간에 발생한 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적 처우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는데 그에 관한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미 1,2심 모두 원고의 승소로 끝난 이 사례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 것. 대법원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 상태로 인정하면서 이들을 삼표시멘트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불법 파견 인정보다 오히려 차액임금 지불에 관한 부분이다. 그간 이와 유사한 이유로 진행된 소송에서는 대부분 3년치 차액임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판결은 그 기간을 10년으로 늘려놓은 탓이다.

이는 차별적 처우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임금을 청구하면 근로기준법 상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이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된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49조가 아니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는 민법 766조를 인용한 것이다. 민법 766조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사용기업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당장 이와 유사한 소송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 소송들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불법파견과 그에 따른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실제로 타 사례들도 유사한 결과를 얻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 2022년 9월 서울남부지법은 KBS가 자회사인 KBS미디어텍 소속 근로자 232명을 방송 제작 과정에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직접 고용하고, 불법파견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으로 10년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8월 대법원 판결로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이 판결 직후 임금 차액을 달라는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현대자동차 파견 근로자와 유가족 등 139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불법 파견 피해를 본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 기한이 확대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조만간 이와 관련된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도 손쉽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야기될 혼란이다. 대법원의 입장이 나온 만큼 지렛대가 어느 정도 기운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사용자들의 셈법은 연이은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불법 파견 양산하는 파견법 개정에 눈길 쏠려
이번 차액임금 손해배상 명령은 결국 파견법 제21조에 따른 것이다. 파견법 제21조는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와 파견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일을 했으니 정규직이건 하청이건 상관없이 동일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의미란 뜻이다.

법은 그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그 법이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무시한 법이 불러온 재앙인 셈. 파견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법 제정 이후부터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던 일이다.

뒤집어 해석하면 파견법 자체에 흠결이 있다는 의미다. 매해 파견법 개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여당과 야당의 다른 생각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바람에 좀처럼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구미에 맞는 법 개정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덕분에 파견법은 해를 거듭해가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파견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쉬이 신뢰의 눈길을 보낼 수 없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는 32개 업종으로 한정된 파견근로 허용업종을 늘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파견근로자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9일, 고용노동부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파견제도 선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견제도 선진화는 ▲파견근로자 차별해소 ▲파견대상업무 확대 ▲파견-도급 구별기준 법제화 등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현장 실태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오는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가장 큰 쟁점은 파견대상업무 확대다. 1998년에 제정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32개 업종에 한해 파견근로가 허용된다. 32개 업종은 번역가, 공연예술, 자동차 운전, 건물 청소, 경비, 주차장 관리 등이다. 가장 민감한 대상인 자동차 제조업 등은 파견법상 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도급만 가능할 뿐 파견은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서 수시로 불거지는 불법파견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아무리 철퇴를 가해도 자동차나 제조업체가 불법파견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고 하청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파견법 개정은 현 정부로서는 미룰 수 없는 숙제임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잦은 불법 파견 이슈가 불거질 경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경쟁선상에 놓여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파견근로가 허용되고 있다는 게 주된 논지. 경영계는 찬성 일색이다. 도급과 파견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문제를 삼으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이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 쉬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불법 파견 갈등, 사내하도급 사용 관행 등에서의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는 기존 파견제도는 효과적인 인력수급제도로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얼핏 경영계의 논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계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정부가 파견제도의 개편에 있어 무엇보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전제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그렇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의 파견법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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