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공급망 리스크와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공급망 리스크와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7.18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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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GSC Global Supply Chain) 붕괴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급망 위기의 공포를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마스크를 사려고 수 백미터 씩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고, 시간을 맞춰 줄을 다시 서고, 마스크를 손에 쥐면 마치 대학 입학 합격증을 손에 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우리는 TV나 유튜브를 통해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했던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같은 대형마트 에서는 휴지를 사려고 매장 문을 열기 전에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봤다. 먼저 줄을 서 대량의 화장지를 구입하는 고객과 뒤늦게 줄을 선 고객은 주먹다짐하는 장면을 봤다. 

또 대형마트의 텅 빈 판매대의 장면을 볼 수 있었다. EU, 호주, 캐나다, 심지어는 지진이나 쓰나미에도 얄밉도록 차분하게 대처하던 일본에서도 동일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 공급망 붕괴 원인은 크게 세 가지 경우에 나타났다. 
먼저 공장 가동의 중단이다. 2020년 2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감염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출근금지령’을 발동했다. 근로자의 이동제한과 출근금지는 공장은 문을 닫고 생산은 중단되었다. 

이어진 주문취소, 신규주문의 감소나 주문 단절로 판매가 막히면서 가동이 가능한 공장들도 셧다운되었다. 미국 백화점 콜스(Kohl’s)가 국내의류업체 10곳에 발주한 1,200억원 규모의 주문을 일방 취소하여 우리 의류업체에 크게 타격을 주었다. 

또 다른 경우는 외국(외부)에서 원·부자재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월 중국에서 공급받던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 중단으로 국내 완성차 공장이 적게는 4일에서 16일간 셧다운된 사례가 발생했다.

둘째는 각국의 수출규제다.
미국에서 1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되지 않았던 2020년 2월 23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이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했다. 

그는 저임금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으로 너무나 많은 공급망이 해외로 빠져나가 있다면서 “위기 때에는 동맹이 없다”, “공급망을 다시 미국 내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바이러스 차단율이 높은 N95 마스크의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4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4월 초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기 및 보호장비 등에 대해 저품질·불량 제품이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외 수출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물품도 포함시켰다. 3M, 오웬스 앤드마이너, 퍼킨 엘머, GE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진단키트 등이 한때 미국으로 가지 못한 채 중국 내 창고에 쌓여가고 있었다. 

WSJ이 입수한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장비 업체인 퍼킨 엘머는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140만 개를 들여오려 했지만, 중국의 새로운 규제 때문에 막혔다고 한다. 

또 상하이 당국은 3M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앙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퍼킨 엘머, 3M은 중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선적 물량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이처럼 각국의 수출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단절의 한 원인이 되었다.

셋째, 물류망의 단절이 공급망을 붕괴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망 단절의 원인은 각국의 국경폐쇄, 항공기와 선박의 운행중단, 출근금지령에 따른 공항과 항만의 조업 중단, 수출입 규제 등에 따른 화물이동 제한 등이 있다.

2020년 5월 1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장은 대부분 항공사의 90% 이상 항공기를 놀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후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거나 편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여객기와 화물기가 절반 정도씩 분담해왔던 전세계 화물 운송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여객기 운항 편수가 줄었고, 생산공장의 생산지연과 해상운송이 정상가동이 못해 긴급화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항공화물 수요는 늘어났다. 하지만 화물기 편수를 갑자기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 일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운송이 늦어지고 운임은 뛰었다. 항공운송은 의약품 등을 우선으로 처리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부피화물의 경우 비용이 크게 올랐다. 물류 운송 차질로 제조업의 부품, 소재, 기기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해운업도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 수요가 급감하면서 감편 또는 감선으로 운항이 취소된 컨테이너 서비스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 해운컨설팅 기업인 씨인텔리전스(Sea Intelligence)는 세계 컨테이너 수요의 10% 감소 및 약 170억 달러 수준의 선사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2020년 2분기 아시아 유럽간 10개 노선 중 2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평소 대비 30% 정도 줄어든 셈이다. 미국 제프리즈 투자은행은 2020년 1분기는 5~10% 축소, 2분기 해운 수송능력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수송이 많은 북미-일본노선 등의 일정이 더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선원의 상륙을 거부한 사례도 많이발생했다.

◆공급망 단절을 경험한 글로벌 각국의 대응은 어디로 갈 것인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중국공장의 가동이 멈추며 완성차산업 등 부분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3월들어 코로나19가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대부분 생산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각국의 수출규제와 글로벌 물류 망의 단절이 동시에 발생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붕괴는 이와 연계된 국가 기간산업으로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정할지 문제로 G2,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고민에 빠져있다. 아마 공급망 정책은 다음 두 가지로 잡아가고 있다.

먼저, 생산공장의 자국내 복귀(리쇼어링)가 힘을 받고 있다. 
‘방역안보’, ‘경제안보’, ‘경제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 차원에서 보건·의료·방역산업과 FMCG(일용소비재)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 강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 동안 자유무역주의의 근간이 되어왔던 집중생산과 글로벌분업은 자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에 이어 터진 코로나19는 국가의 안전, 건강과 직결되는 전략물자, 보건·의료·방역제품과 FMCG(일용소비재)의 해외 공급의 단절로 국민의 기본생활이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따라 이들 제품은 자국이나 인접국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탈세계화’와 ‘고립주의’의 자급자족형 경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부품의 글로벌 연관관계가 적은 제품이지만, 생산비용(특히 인건비) 문제로 해외에서 수입하던 생필품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기업을 자국이나 인접국으로 복귀시켜 국가 안전망 구축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제조업 역량 강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외 진출 대기업의 국내 복귀시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제조업 역량 강화가 주요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한 곳만 유턴해도 다수의 공급 협력기업이 따라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국내 제조업의 공급망을 보완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국내 유턴기업 지원제도와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정하고 국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증대 등을 위해 유턴기업 유치 전략을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의 국내복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확대되는 추세다.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연 평균 11.7개사였던 국내복귀 기업은 2020년 24개사, 2021년 26개사로 늘었다. 또한 한 개의 기업, 중소기업 중심이었던 국내복귀는 점차 중견기업이나 첨단 부분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결합한 형태의 국내복귀 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 2019년 현대모비스는 5개 부품기업과 함께 국내로 복귀해 대기업 국내복귀 첫 사례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의 국내복귀 투자금액은 약 3640억원, 고용효과는 800여명이었다.

한편으로는 국제공조와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구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체인은 여러 국가가 복잡하게 연결돼있어 공급망의 일방 단절은 다시 자국에 더 큰 피해로 돌아온다. 

수출규제와 방역을 앞세운 입국의 과도한 제한과 통관, 검역 절차를 통한 규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또 다른 보복의 일어나고, 이는 다시 보복조치를 초래한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단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흐름도 있었다. G20 특별 통상장관회의에서도 육로·해운·항공 등 물류의 원활화 및 통관절차 간소화 등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유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안된 바 있다.

2020년 3월 29일 우리나라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도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수라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의료물자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항공운송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합의문에서 의료물자가 신속히 유통되도록 물류업계와 협력할 것을 건의했다. 또 필수 의료물품은 수출규제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항공화물 조종사와 승무원 등은 이동 보장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대중과 접촉하지 않는 인력은 14일간의 격리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G2, 선진국, 개도국 등 각국은 자국의 이익 정도와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생산공장의 자국내 복귀(reshoring 리쇼어링) 정책과 국제공조 강화 정책을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국제공조는 우방국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의 방향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2022년 4월13일 워싱턴 DC Atlantic Council에서 열린 연설에서 엘렌(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friend-shor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엘렌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미국 국내경제에 피해를 입히고 있어 핵심부품과 원자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비우호적인 국가보다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과 교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렌장관은 서로 우호적인 경제는 위기 중에 거래를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품목이 모든 국가에서 제작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보다 더 복잡한 측면에서 경쟁을 측정함으로서 비우호적인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 반드시 우호적인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 경쟁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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