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플랫폼 독점과 공공물류 인프라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플랫폼 독점과 공공물류 인프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30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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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가 지나친 폭리를 취하거나, 플랫폼 제공자가 시장 안에서 사업자를 겸해 뛰면서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이제 웬만한 국가를 뛰어넘었다. 우리나라나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보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높고, 이탈리아의 GDP보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높다. 

플랫폼 기업들이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재벌에 가해지던 비판이 이제 플랫폼 기업에게도 넘어가고 있다.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소규모 판매자(셀러)에게 판매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 주문과 배달을 손쉽게 해주는 채널로 성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판매자와 음식점들의 생사를 쥐고있는 ‘플랫폼 독점’의 상징이 되고 있다.

◆플랫폼기업과 대형유통기업이 물류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유통기업과 플랫폼기업은 자사의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유통을 넘어 물류까지 사업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언제든지 자사취급 물량에 자사의 공급사, 벤더, 셀러, 협력사의 물량을 더하여 미국의 아마존이 수행하는 풀필먼트(FBA Fulfillment by Amazon), 배달(SWA Shipping with Amazon, Amazon Flex)과 보관(Vender Flex) 등 물류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이 전략은 미국의 UPS와 USPS(우체국) 경우처럼 기존 물류기업의 물량 대량 이탈과 함께 기존의 고객을 두고 서로간 물량확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신선 새벽배달 기업인 마켓커리(샛별배송), 쿠팡(로켓프레쉬), GS(GS Fresh) 등도 물류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카카오는 물류플랫폼 iLaas(Logistics as a Service)와 도보배송서비스를 통해 물류사업에 진출했다. 

택배사업자로 지정받은 쿠팡과 마켓컬리는 로켓배송, 샛별배송의 노하우를 집약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단순 새벽배송 물류대행 뿐 아니라 물류 전반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투자유치금으로 물류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플랫폼기업
쿠팡은 중소도시와 군 단위까지 쿠팡의 직접 배송이 가능해진 이유는 수년간 물류 인프라 확보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약 140만㎡에 달하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는 직전 2년간 확보한 인프라를 뛰어넘는 규모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힌 물류센터만 전북 완주와 충북 제천, 경북 김천 등 10곳이 넘는다. 현재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곳 이상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마켓커리는 작년 7월 2254억원의 시리즈F 투자유치 이후 5개월만인 12월 2500억원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다. 마켓커리는 계속해서 가파르게 높아지는 거래액과 고객 재구매율 등에 대응하기위해 물류센터의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수도권 물류 인프라인 서울 송파물류센터, 김포고촌물류센터, 화도물류센터, 곤지암물류센터에 이어 지난 4월 비수도권의 창원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의 필수인 물류거점 확보에 어려움에 처한 물류기업
작년 11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류단지 실수요검증 지방이양 추진 및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 ‘국가(공공) 물류단지’ 조성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대한민국은 택배천국이다. 하지만 택배서비스가 중소기업의 물류부담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가 밀집된 수도권 인근의 좋은 물류거점은 이미 대기업과 플랫폼기업에 의해 선점된 상황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좋은 물류거점을 확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들이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많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정부는 공공시설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물류 인프라 구축을 본격 추진
정부는 물류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열악한 자금력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물류인프라를 ‘공공재’차원에서 구축하려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는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증하는 생활물류 물동량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공공시설 유휴부지를 생활물류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 수요 증가 추세 속에 높은 지가 등으로 신규 공급이 정체된 도시 물류시설 확충을 위해 공공기관 등이 보유·관리 중인 유휴부지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작년 6월 생활물류 기업들의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에 따른 물류(택배)시설 확충 관련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공공기관·물류업계 등이 참여하는 ‘생활물류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도시철도 차량기지(10개소) 및 지하역사(4개소), 광역·일반철도 역 유휴지(10개소) 및 철도교 하부(1개소), 고속도로 고가교 하부(3개소) 및 폐도부지(1개소) 등 공공기관이 관리 중인 수도권 내 유휴부지 총 29개소, 12.5만㎡ 규모의 장기 미사용 부지 현황을 확인했다.

국토부와 공공기관 합동으로 해당 29개 유휴부지 대상 물류업계 수요조사 및 진입도로 개설상황, 부지정리 여부 등 여건을 확인중이다. 확인 후 진입도로 개설 등 추가 기반시설 조성 등을 거쳐 따라 부지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대상 부지는 업계 수요, 부지 규모·특성, 공급 시급성 등을 감안하여 택배 지원 물류시설(서브 터미널, 분류장 등) 중심으로 공급하되, 지하에 위치한 서울 도시철도역사 등은 중소 유통·물류업체의 도심 보관시설 등으로도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지하물류체계는 지상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하는 화물 보관과 풀필먼트, 운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도심내 물류거점의 확보를 위해 도심 지하공간을 활용한 물류거점 확보의 사업성,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구미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들이 시장독점적 행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 담당 장관은 작년 8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개최한 문화소통포럼(CCF) 온라인 축사에서 "디지털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자정 능력이 없거나 공동 이익에 반할 수 있다"며, 유튜브·페이스북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흥미로운 수단이지만, 특정 국가의 가치를 주입하고 공익을 보장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빅테크 기업을 겨냥하는 반독점 정책을 대거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는 빅테크와의 전쟁을 앞두고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국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 전문가들을 기용했다. 

칸은 로스쿨 재학 시절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을 써서 기존 주류 경제학 반독점법 이론의 근간을 흔든 인물이다.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빅테크 독점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져온 32세의 진보 성향 여성학자가 연방거래위원회의 칼자루를 쥐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기술 진보를 통한 혁신과 특정 산업 내의 건전한 경쟁은 소비자에 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관련 시장의 발전을 이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기존 시장의 관행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회 구성원과 신규 도전자 세력 간 경쟁이 심화되고 이해집단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주요인인 것이 현실이다. 바람직한 미래산업의 발전 어젠다를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를 동시에 보호·육성해야 의무를 지닌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랫폼기업 주도의 공유경제는 ‘디지털 독점 경제’로 변질되기 쉽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은 ‘플랫폼 산업 활성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거래 활성화는 디지털 기반 플랫폼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핵심 서비스 산업인 물류와 배달시장도 플랫폼기업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회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그 편익을 모두가 나눌 것으로 예상했던 플랫폼기업 주도의 공유경제는 사실 ‘플랫폼 독점 경제’로 변질되기 쉽다. 

공유경제는 시장을 독점한 대기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이 이해당사자인 생산자, 유통업자, 서비스이용자, 서비스제공자, 플랫폼사업자의 중심에 서서 사회적 차원의 이해 조정과 수요, 공급을 조정하는 방식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플랫폼 독점경제’에 대응하는 공공재 측면의 ‘공공물류 인프라’ 구축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물류기업, 특히 중소 물류기업과 유통기업의 생존이 가능하게 만들어 플랫폼의 독점화를 막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뉴노멀시대, 우리 국민들 생활 속 깊이 들어온 물류서비스는 그 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산업차원을 넘어 국민 복지와 편익 측면에서도 물류산업의 독점화를 막고 관리·육성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지금이 변화된 물류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 물류산업발전 전략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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