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2023년 스승의 날을 맞아   
[전대길 CEO칼럼] 2023년 스승의 날을 맞아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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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미국 뉴저지州의 어느 학교에 26명의 아이가 허름한 교실 안에 앉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저마다 그 나이 또래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두운 전력을 갖고 있었다. 어느 아이는 마약을 상습 복용했으며 어떤 아이는 소년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심지어 어린 나이에 3번이나 낙태를 경험한 소녀도 있었다. 이 교실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와 선생들이 교육을 포기한 아이들이었다. 한마디로 '문제아(問題兒)' 학생들이었다. 

<분당 매송중학교 벽에 붙은 현수막... 필자가 촬영함>
<분당 매송중학교 벽에 붙은 현수막... 필자가 촬영함>

어느 날, 교실 문을 열고 새로운 여자 선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앞으로 이 반 담임선생인 ‘베라 선생’이었다. 수업 첫날, 그녀는 다른 선생님들처럼 학교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아래 3명 중에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녀는 계속해서 칠판에 다음과 같이 썼다.

A : 부패 정치인과 결탁하고 점성술을 믿으며 2명의 부인이 있고 줄담배와 폭음을 즐긴다.
B : 2번이나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고 정오까지 잠을 자며 아편을 복용한 적이 있다.
C : 전쟁영웅으로 채식주의자이며 담배도 안 피우고 가끔 맥주만 즐긴다. 법을 위반하거나 불륜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선생의 질문에 학생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만장일치로 'C'를 선택했다. 그러나 베라 선생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절대적 잣대는 기준이 없어요. 여러분이 옳다고 믿는 게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 세 사람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에요. 

A는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1882~1945)’입니다. 

B는 영국 제일의 수상인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1874~1965)’입니다. 

C는 수천만 명의 고귀한 인명(人命)을 살상(殺傷)한 전쟁범(戰爭犯)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1889~1945)’입니다. 

그러자 교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계속해서 베라 선생은 말했다.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 사람을 판단하는 건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니까요. 이제 어둠 에서 나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세요. 여러분은 모두 소중한 존재이며 앞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베라 선생 가르침은 아이들의 마음을 울렸으며 그들의 언행(言行)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성장해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며 미래를 창조해 나갔다. 어떤 아이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었으며 어떤 아이는 법관,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반에서 키가 가장 작고 말썽꾸러기였던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은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훌륭한 CEO가 되었다. 

과거의 실수와 잘못이 그 사람의 미래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 한 번의 실수는 그저 실수일 뿐, 평생을 따라다니는 오점(汚點)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과거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자. 

인간이기를 거부당하고, 학생이기를 거부하는 지극히 쓸모없는 학생들의 과거를 베라 선생님은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들을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인물로 부활(復活)시킨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 두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아무리 가난하고 나약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적어도 하나쯤은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장점이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자신의 후천적인 재능을 발견해서 갈고 닦는 것이다. 

‘헬런 켈러(Helen Keller/1880~1968) 여사’는 청각과 시각을 잃고 말도 못 하는 일급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앤 설리번(Anne Sullivan/1866~1936)’ 스승을 만나서 인생 대역전극(大逆轉劇)을 만들어 냈다. 세계 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법(手話法)을 만들어 정상인 못지않게 소통하게 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點字)도 만들어 기적(奇蹟)을 일으켰다.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1822~1884)>

이 밖에도 여러 스승의 이야기를 적는다. 
첫 번째 이야기다. 유전학(遺傳學)의 권위자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
은 35세 때 체코슬로바키아의 부륜시(市)의 국립실과학교(國立實科學校) 교사로 일했다. 그는 교사로서의 자질이 풍부하여 학생들의 인기가 높았다. 

그의 교수법도 훌륭하거니와 학생들에게 공명정대하고 친절했다. 그의 강의는 이해하기 쉬웠으며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적에는 보습(補習)하며 지도했다. 

이러한 멘델 선생의 태도에 대해 제자들은 “선생님은 교사직이 좋아서 열중하는 것 같고 어떤 교재도 재미있게 설명했다. 우리는 멘델 선생님 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야기다. 전기(電氣), 자기(磁氣)와 화학물질 벤젠(Benzene)을 발견한 영국의 화학자이며 물리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는 젊은 시절 책방의 점원(店員)으로 일했다. 

고객에게 선물 받은 <H. 데이비의 강연회> 입장권이 인연이 되어   대과학자이며 왕립 연구소에서 질소의 흥분 작용과 마취 작용을 발견한 ‘데이비 험프리(Davy Sir Humphry/1778~1829) 경(卿)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패러데이가 데이비의 강연을 듣고 강연내용을 빠짐없이 정서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데이비 험프리 스승에게 헌정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국 왕립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도록 허가가 났다. 

그 후 비서로 어느 곳에나 동행하고 또 데이비의 기대에 보답하여 전기와 자기에 대해 위대한 발견을 했다. 어느 사람이 데이비에게, “당신이 이제까지 한 일 중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패러데이를 제자로 둔 것이다.”라고 데이비가 대답했다. 

세 번째 진화론(進化論)을 증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1809~1882)’ 이야기다. 그가 종자(種子)의 변천과 진화를 발견한 것은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Beagle)호(號)에 승선한 때부터였다. 

대자연을 관찰한 원동력은 그의 스승인 ‘존 스티븐스 헨슬로(John Stevens Henslow/1796~1861)’의 영향이 컸다. 찰스 다윈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의 은사인 헨슬로 교수는 식물학, 곤충학, 화학, 지질학의 권위자였으며 학생들이 존경하고 숭배하는 인격자였다. 

찰스 다윈은 헨슬로 교수를 존경했으며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헨슬로와 산책하는 사람>이란 별명이 붙었다. 선박 비글 號에 승선했을 때도 자연을 관찰하는 역량이 다윈에겐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것은 헨슬로 선생님 덕분이다.”라고 찰스 다윈이 말했다. 

네 번째 스승 이야기다. 교향시(交響詩)의 창시자이며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1811~1886)’가 어느 시골 마을을 여행할 때 이야기다. 

그 마을 극장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자칭(自稱) 제자’라는 여자 피아니스트가 연주회를 연다고 떠들썩했다. 그러나 리스트는 그 여자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가 “이상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호텔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젊은 여인이 호텔로 찾아와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프란츠 리스트 선생님 이름을 도용했습니다. 오늘 밤 연주회를 중지하겠으니 용서 바랍니다” 그러자 그는 그녀를 호텔 내 음악실로 함께 가서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다. 

<프란츠 리스트>
<프란츠 리스트>

끝까지 경청한 그는 피아노 연주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이로써 당신은 나의 문하생이 되었다. 리스트의 제자로서 오늘 밤의 연주회를 열 수 있으니 안심하시오” 라고 격려해 주었다. 

‘교육(敎育)’이란 한자를 ‘효도 효(孝)+회초리 칠 복(攵)+기를 육(育)’으로 파자(破字)해 본다. ‘교육(敎育)’은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어 효자(孝子)로 기르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교육(敎育)은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3가지로 구별한다. 

국어사전에서 선생과 스승의 뜻을 살펴보았다. 
‘선생(先生)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학예(學藝)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바르게 인도(引導)하는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스승’을 ‘사부(師父)’라고 부른다. 비슷한 말로 유대교에서는 율법(律法) 교사에 대한 경칭(敬稱)을 ‘랍비(Rabbi)’라고 부른다. 힌두교에서는 남루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지혜와 지식을 터득(攄得)한 현자(賢者)를 ‘구루(Guru)’라고 부른다.  

최근 교사로서의 권위인 교권(敎權)의 위상(位相)이 추락(墜落)했다고 이구동성이다. 선생은 많지만, 스승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교직에 종사하는 교사(敎師)들의 교직 만족도가 예전의 63%에서 27%로 떨어졌단다. 교직자 5명 중 1명만이 교직에 만족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일부 교직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학생들에게 지식 전달자 또는 지식 판매자로서의 노동자 역할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풍문(風聞)에 들린다. 어떤 중고교 교실에서는 수업 중에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학생들이 있지만 선생이 그냥 놔둔다고 한다. 

우리 어릴 적 학창 시절에는 귀를 쫑긋 새우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교실에 넘쳐났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선생이 아닌 참 스승을 만나볼 수가 있다. 
     
2023년 5월15일 스승의 날 아침을 맞아 KBS-1FM 라디오 프로그램 <출발 FM과 함께> 진행자인 ‘이 재후 KBS 아나운서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일러준다.

“최고의 스승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든지 있습니다.  참 스승은 무엇을 보아야 할지를 알려주지 않고 어디를 보아야 할지를 가르쳐 줍니다”라고.

끝으로 필자가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께 감사한다. 특히 내 초등학생 시절 사랑을 베풀어 주신 충북 보은 삼산초등학교 은사(恩師)이신 이종분 선생님, 이만희 선생님, 송두영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큰절을 올린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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