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 성장 옥죄는 '파견법',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어야만 한다
[기획] 기업 성장 옥죄는 '파견법',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어야만 한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8.2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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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만들어진 파견법,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파견 직종 규제
32개 허용 직종 외에는 '도급계약', 지휘·명령 애매해 위장도급으로 전락
외국인 투자자, 자국과 달리 불법 위험성 높아 소극적 투자 우려
지난 달 대법은 포스코의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포스코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위 판례가 내려짐에 따라 한국GM들을 비롯한 타 기업들의 유사 소송에 대한 귀추도 주목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미디어에 Y2K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2000년대 초 시기를 일컫는 용어인데, 패션계를 중심으로 당시의 아이템들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미디어에 노출이 잦아진 것이다. 무려 20년전의 아이템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Y2K 시절보다 더 전인 무려 1990년대 말 제정된 법이 제대로 된 손질조차 받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법 이야기다. 

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파견법의 문제는 바로 파견이 가능한 업종을 허용하는 방식이 국내의 경우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이다. 

이 방식은 특정 업종을 지정해 파견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외 업종은 파견을 금하는 방식이다. 파견법에 따라 규정된 파견 허용 직종은 고작 32개 직종에 불과하다. 이외 직종은 파견이 아닌 도급계약을 체결해야한다. 

도급과 파견의 대표적인 차이는 원청사가 하청근로자에 지휘명령을 하느냐에 대한 '노무관리상의 독립성'을 하청업체가 갖고 있느냐 여부다. 그런데 이 지휘명령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업무 소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휘로 볼 소지가 있는 업무 전달이 발생하다보니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논란이 숱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출산ㆍ질병ㆍ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 직종이 아니더라도 근로자파견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제5조 ②항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으며 ④항에 '제2항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려는 경우 사용사업주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 사전에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두어 사실상 파견 사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파견을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국내도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포지티브 방식과 반대로 특정 직종에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파견이 허용되선 안된다고 보는 직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종에는 모두 파견을 허용한다. 

직업과 직종이 절대불멸의 고정적인 값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수없이 소멸하고 생산되는 직종을 그때마다 지정하는 포지티브 방식보다 합리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또 불필요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논란도 줄일 수 있다. 

파견법이 파견을 허용하고 있는 직종에는 전화교환 및 번호안내 사무 종사자 업무 등과 같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직종이 포함되는가 하면 새롭게 생겨나는 신직업이나 시대 흐름에 따라 파견 허용이 절실한 직종은 포함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개정은 십수년간 묵혀진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주요 기업 CHO(최고인사책임자) 간담회'에서 파견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해 아웃소싱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 막는 파견법, 이제 풀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주장은 이러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32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는 파견근로 제한을 풀어 국가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 CHO(최고인사책임자)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 추진 등 노동개혁 과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차질없이 진행해달라 요청하며 “산업구조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의 경직성 해소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 법원이 파견법을 잣대로 사내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우리 산업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근로 허용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파견이 허용되고 있는 업종. 

손 회장이 꼬집은 파견법의 문제는 위 언급한 바와 같이 파견근로 허용 직종이 너무나 협소하다는 데 있다. 법의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보니 대다수의 하청 업무가 도급계약으로 이뤄지고 있고 결국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이와같은 문제는 특히 물류업이나 제조업 등 분업화가 필요한 업종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생산 방식의 전문화로 업무 효율성과 서비스 또는 제품 품질 극대화를 추구해야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파견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보니 분업시 불법파견으로 내몰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하는 방식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전 업종에서 파견근로가 가능하며 일본과 독일은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해당 국가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의 파견법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계기업의 국내 진출에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으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GM의 스티브 키퍼 사장은 지난해 파견법 문제로 인해 한국GM에 대한 투자를 답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7월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외국인직접투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경제성장을 고려한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ODI, 국내→해외)가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게 증가한 반면, 외국인직접투자(FDI, 해외→국내)는 비교적 낮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증가율 대비 외국인직접투자 증가율은 우리나라(2.4배)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보다 낮았다.

경제성장을 고려한 해외 직접 투자와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율을 비교한 그래프. 국내에서 해외르 투자하는 사례는 는 반면 국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포스코의 직접고용 판례, 유사 사례있는 기업 불안 가중 
지난 7월 말 대법원은 팽팽한 논쟁을 이어오던 포스코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여부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포스코가 직접적, 간접적 업무상 지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포스코 사업 조직에 편입되어야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즉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으로 포스코의 직원으로 봄이 옳다는 게 대법 판결이다 지난 2011년 첫 소송 이후 11년간 이어져 온 집단 소송이 근로자들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숫자는 무려 1만 8000여명에 달한다. 

포스코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각종 유사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사례가 나온만큼 다른 기업들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생산 공정은 각 공정마다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 경우 하청기업과 상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경우 파견이 불가하다는 해묵은 파견법이 수많은 기업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총장은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재정된 법은 달라진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현실, 현장에서 잦은 충동을 야기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 시대에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는 커녕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법은 상황에 따라 시대를 반영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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