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주15시간 일할 자리가 없다! 초단시간근로자 증가에 노동 안전망 우려
[초점] 주15시간 일할 자리가 없다! 초단시간근로자 증가에 노동 안전망 우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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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9월 기준 180만명 육박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 60% 이상은 초단시간 근로
초단시간 근로자 대다수가 청년, 여성, 고령층으로 '취약계층'
최근 초단시간 근로자가 180만명에 육박한다는 통계 조사가 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의 경우 구인공고의 60% 이상이 초단시간 근로자 공고인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초단시간 근로자가 180만명에 육박한다는 통계 조사가 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의 경우 구인공고의 60% 이상이 초단시간 근로자 공고인 것으로 확인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대학교 4학년 생인 이 씨(22세, 여성)는 용돈과 교재비를 충당하기 위해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씨가 근무하는 시간은 금요일·토요일·일요일 10시부터 15시까지 각 5시간으로 주 3일 총 15시간이다. 이중 1시간은 휴게시간(식사시간)으로 여겨져 실 근로 시간은 12시간으로 준다. 

가장 바쁜 '피크타임'에만 근무하는 이 씨는 사회에서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불린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 씨가 이런 형태의 근무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짧게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실상은 길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곳이 없어요"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사용자측이 주휴수당 등 부차적인 임금 지불을 피하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 15시간을 넘어가면 산재보험 외에도 각종 4대보험 지급 의무와 주휴수당 지급 의무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 4시간 일하기 위해 그냥 날리는 시간이 많다."며 "일은 더 힘들고 소득은 더 적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금토일 주 3일 동안 가장 바쁜시간에만 짧게 일하느니 토일 이틀만 길게 일하는게 더 나을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 씨와 같은 초단시간 근로자는 179만 6000명으로 18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역대 최대 숫자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여성, 6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초단시간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 아르바이트 대부분은 초단시간 근로...일자리가 없다! 
통계청을 통해 지난 달 7일 공개된 9월 기준 주 15시간 미만 근로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숫자는 179만 6000명이다. 9월 기준 초단시간 근로자가 180만 명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대치다. 9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81만 여명에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2020년 코로나19 직후 잠시 주는 듯 하다가 코로나19 직격탄이 다소 지나간 지난해부터는 다시 급증했다.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기도 하다. 올해는 9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17%가 늘었고 지난해는 전년 대비 21.7%가 상승했다. 

산업별로는 청년 아르바이트와 여성 종사자가 많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에서 36만 3000명으로 지난 1년 전보다 23.7%가 증가했으며 노인 일자리가 다수인 공공서비스분야가 113만 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퇴직금, 주휴수당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재보험을 제외하면 4대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안전 장치에서 모두 제외된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를 위태롭게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노동법이 아무리 개정되고 법적 장치가 마련되도 이들은 그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초단시간 근로의 증가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경험도 적고 노동법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젊은 세대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위태로운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MZ새대가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초단시간 근로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지만 정작 청년층은 이와같은 주장에 비판적이다. 

'장시간 근로를 희망하지 않는 것'이 '초단시간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이분법적이게 귀결하거나 단시간 노동을 찾는 근로자 중 청년세대 비중이 높은 것이 청년이 단시간 근로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단순 해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는 "현재 노출되어있는 자료만으로는 청년세대가 초단시간 근로를 원해서 관련 일자리가 느는 것인지,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알수없다"고 말한다. 

이어 "단기근로나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에 청년층이 많은 것 역시 부수익을 얻기 위한 이들이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실제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초단시간 근로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늘어난 최저임금 등으로 인건비 충당이 어려워지자 가장 바쁜 시간 또는 자신이나 가족이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시간에만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알바연대에서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 일주일동안 알바천국에 업로드 된 서울 5개 구의 편의점 업종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 일자리 공고 중 1시간~14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의 구인 비율은 무려 6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기재한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포함한 경우라면 실제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 공고까지 포함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의 90%가 통상근로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 중 통상근로 이상인 공고의 대부분은 주야가 바뀐 생활을 해야 하는 야간 노동에 국한됐다. 

최근 노동시장에는 통상근로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 형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상'적인 근로가 더이상 '통상'이 아닌 셈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1559만 명에 육박하는 반면 주36시간 이상 통상근로자는 1234만 명에 그쳤다.

■ 근로자 안전장치, 실정에 맞게 더 조여야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자료=한국고용정보원)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자료=한국고용정보원)

한국고용정보원이 11월 발표한 통계포커스 '주업 및 부업 초단시간 임금근로자 동향'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의하면 취업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계속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이 전년 동월 대비 줄었으며 비임금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업 초단시간 임금근로자 수는 2022년 10월 기준 178만 8000명이고 부업 초단시간 임금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28만 4000명으로 집계된다. 

주업과 부업에서 동시에 15시간 미만 참여하는 임금근로자 2017년 1월 0.05%에서 2022년 0.24%로 증가했으며 추세는 계속 우상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노동법규 예외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달라지는 노동환경에 맞게 노동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시니어벤처협회 신향숙 회장은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초단시간으로 근로하는 임금근로자는 60세 이상 여성과 29세 이하 여성 등의 증가폭이 크며 노동시장 진입 초기와 고령층에서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렇지 않아도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인 이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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