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3] 내 편 네 편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3] 내 편 네 편
  • 편집국
  • 승인 2022.03.15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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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은 자녀들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곤혹스럽고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물음 중의 하나일 것이다.

꾀를 부리거나 요령이 생기는 나이쯤 되면 상황에 맞춰 답변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도 하지만, 그러기 전까진 어린이 입장에선 무척 난제(難題)일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선택하는 것은 한 편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지 다른 편이 나쁘다는 뜻의 편 가르기는 아니다. 

우리 큰아들은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우리 집안 내력에 쌍둥이가 없고 며느리 집안에도 쌍둥이가 없다고 하는데 신기하게 첫 손자가 쌍둥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두 배의 축복과 기쁨을 얻었다.

6분 간격으로 먼저 태어난 재민이가 형이 되었고 뒤에 태어난 재서가 동생이 되었지만, 둘은 지금까지 형제라기보다는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이 쌍둥이 손자들과 관련된 흥미롭기도 하고 지금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렸을 때 동생 재서가 유독 할아버지인 나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보다 심지어는 엄마 아빠보다도 어렸을 때는 나를 더 따랐다. 

내가 특별히 재서만 가까이하며 귀여워한 것도 아니고 형인 재민이를 멀리한 것도 아니라 둘 다 좋아하고 이뻐했는데 재서가 유난히 나를 좋아하고 따랐다. 이를 확인시켜주는 한 예가 있다.

쌍둥이들이 사람을 알아보고 기어 다닐 무렵이었다. 재서를 바닥에 앉혀놓고 쌍둥이 아빠, 할아버지인 나, 그리고 삼촌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재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나에게로 기어 온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재서는 공식적으로 할아버지 바라기로 여겨졌다. 분명히 무언가 나에게 끌리는 게 있었을 텐데 아직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린아이들은 이처럼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어린아이들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못 해주면 나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단계를 거쳐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런 단계를 거치지 못하면 편향적인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편 가르기와 흑백 논리에 빠질 수 있다.

지난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대선이 마침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큰 일이 있었다.

당선자가 48.56%의 득표율을 얻어 47.3%를 얻은 상대방 후보를 0.73% 차이로 이긴 박빙의 승부였다. 표 차이도 불과 247,077표 차이로 무효로 분류된 표보다도 적은 수였다. 이는 역대 최다 득표수이기도 했지만, 또한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기록이기도 하다.

대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에 호소하며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지지를 끌어 내는 것이 관례적인 선거 전략이었고 늘 효과가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각 정당을 대표한 후보에 대한 지역별 호불호는 역시 뚜렷하게 갈렸다.

또 한 가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불편한 결과는 20대 남녀의 엇갈린 선택이었다. 20대 남성은 58.7%가 당선자를 그리고 36.3%가 상대방 후보를 찍은 반면에 20대 여성은 33.8%만 당선자를 찍었고 58.0%는 상대방 후보를 찍었다.

이와 같이 이번 대선은 전통적인 지역별 편 가르기뿐만 아니라 세대별, 성별 분열과 편 가르기 현상이 그 어느 선거보다 심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넘어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권고를 받고 있는데 이 바탕에는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대의명분이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내 편 네 편으로 편을 가르고 네 편에 대해 ‘확증 편향’을 갖고 상대방을 배척하며 적으로 여기기보다는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큰 명분으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유토피아 사회를 이룰 수 없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보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대선 과정에서 느꼈던 반목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이러한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현상은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당면 과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과거에는 지역에 따라 심하게 배척을 당하던 ‘네 편’ 정당 후보들이 이전 여느 선거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에서 희망을 보고, 당선자가 속한 당 대표가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 ‘네 편’이라고 여겨지는 지역을 방문하여 고마움을 표하면서 화해와 통합의 제스처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2021년을 마감하면서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묘서동처(貓鼠同處)였다. 
이 사자성어를 선정한 것은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한패가 됐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함이었지만,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여 서로 원수인 고양이와 쥐가 다투지 않고 한곳에 같이 머물러 있다면 그곳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도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제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계속 반목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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