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D-1 시행 앞둔 산안법, 여전히 남은 위험 요소들 어쩌나?
[이슈] D-1 시행 앞둔 산안법, 여전히 남은 위험 요소들 어쩌나?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1.15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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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여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비아냥까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시행령 논란
민노총·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개선 촉구 나서
김용균 씨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산안법 시행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산안법 하위법령의 불완전성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용균 씨 사망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하청노동자들의 모습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로 촉발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월 16일부터 전국 산업현장에 개정 산안법이 적용되지만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개정산안법의 실질적 수행을 도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하위법령은 입법 예고 당시의 강력함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부분은 외주화로 인한 사고를 도급 승인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을 불러온 발전소 하청은 물론이고 구의역 김군이 숨진 철도·지하철 하청, 조선업 하청까지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 시달렸던 업종들이 하나같이 도급금지 대상에서 빠진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법이 정하고 있는 도급승인 대상은 ‘황산·불화수소·질산·염화수소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노동계와 인권단체의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졌음은 당연하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는 민노총의 성명이 단순구호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비단 노동계에서만 우려가 쏟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국가인권위원회도 산업재해의 주요한 원인으로 외주화 구조를 지적하며 정부에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해 작업의 범위 확대, 생명·안전과 직접 관련되는 업무 구체화,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적용 범위 확대 등을 권고했음에도 산안법 하위법령에서 이와 관련된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안전사고가 잦은 건설업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원청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의 건설기계 범위가 시행령에서 오히려 축소된 것. 시행령은 건설기계 27개 기종 가운데 3개 기종으로 제한했다.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 덤프, 굴삭기, 이동식 크레인 기계 같은 사고 다발 장비는 제외됐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개정 산안법이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쏟아지는 시선들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훨씬 많아보인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안전사고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선임의무 적용 제외도 의아한 부분이다. 비근한 예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조항도 지적된다. 

개정 산안법 하위법령은 그동안 특고직으로 분류되던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배달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 9개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를 산안법의 우산 아래로 포함시켰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품에 안겠다는 의미지만 문제는 그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데 있다. 앞서 민노총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노동자와 동일하게 안전보건조치를 전면 적용하라는 의견을 냈지만 시행령은 그를 반영하지 않았다.

작업중지 명령 해제 절차도 반발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정부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통과시키면서 기업이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요구하면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4일 이내 회의를 열어 결정하는 것으로 정했다. 당초 산안법은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규정한 상태였다. 

당초부터 경영계의 반발이 가장 심했던 부분으로 경영계는 모호한 작업중지 명령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공장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시행령은 상당 부분 경영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개정 산안법은 경영계와 노동계,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도 그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1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10대 건설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의 현장 안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이 안전관리 투자와 실천을 솔선수범하고 하청업체가 안전관리 역량을 높여 하청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 노동자라며 주의도 당부했다. 

개정 산안법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노총은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법 시행 하루 전인 1월 15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요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에 조속한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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