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성평등 인식 개선 속도 못따라가는 사회 구조...해소되지 않는 '경력단절'
[초점] 성평등 인식 개선 속도 못따라가는 사회 구조...해소되지 않는 '경력단절'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4.2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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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정 과반수가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시간 2배
여성 73% "한국 사회는 여성에 불평등" 인식
여성 경력단절, 성별간 갈등과 저출산 원인으로 작용
개인의 성평등 인식 지수는 높아지는 반면 여전히 사회에 고착화된 남성, 여성의 '성'에 기인한 역할 변화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성평등 인식 지수는 높아지는 반면 여전히 사회에 고착화된 남성, 여성의 '성'에 기인한 역할 변화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개인의 여성과 남성 간 성 역할에 대한 선입견 등 고정관념이 완화되고 성평등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사회구조와 조직은 개선된 성인식 정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경제활동의 책임이나 육아에 대한 역할이 특정 성에 편중되고 있는 것. 이와 같은 개인 인식과 사회 구조 사이 간극은 성별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의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배경이 뒷받침 되지 않은 까닭에 남성과 여성이 체감하는 인식차가 크게 벌어지고 이는 곧 남녀 갈등을 조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9일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대 여성은 73%가 한국 사회가 여성에 불평등하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 20대(29%)와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2016년에 이어 5년 만에 진행된 실태조사로 작년 9~10월 전국 4490가구, 83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를 중심으로 낮은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성평등 인식도가 높았지만 양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중 하나인 경제는 남성이, 육아는 여성이 해야한다는 인식은 5년 사이 크게 완화됐다. '가족의 생계는 남성이 주로 책임져야한다'는 문항에 동의 비율은 2016년 42.1%에서 29.9%로 감소했으며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육아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 있다'는 응답은 53.8%에서 17.4%로 크게 떨어졌다. 

응답자 연령이 어릴 수록 성별에 따른 고착된 인식 변화는 더 유연하게 나타났다. 가족의 생계를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한다는 문항에 60대 이상은 남성 47.5%, 여성 40.0%가 동의했지만 20대에서는 남성 17.5%, 여성 9.6%로 크게 차이를 보였다. 

또한 남성이 엿어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 비율도 60대 남성은 44.6%, 여성은 46.4%로 조사됐으나 20대는 남성 9.0%, 여성 4.4%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도 21.0%에서 34.7%로 올라 성평등 인식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하지만 이처럼 개인의 인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사회와 조직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어쩔 수 없는 독박 육아'와 남성에 치중되는 가정의 경제 부담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아내가 주로 가사와 돌봄을 부담한다는 응답이 68.9% 달했다. 기혼 부부 10쌍 중 7쌍에서 여성이 주로 육아, 가사노동 등을 전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맞벌이가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비율로 여성의 가사노동 비중이 높아 여성의 경우 결혼 후 '전업주부'로 전향하는 비율에서 파생되기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여성 응답자 65.5%, 남성 응답자 59.1%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답해 맞벌이가구 남녀모두 여성에 치중된 육아와 가사노동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돌봄시간도 남성은 하루 평균 0.7시간인 반면 여성은 1.4시간으로 2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 크게 벌어졌는데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 1.2시간, 여성 3.7시간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5년 전 여성 65.2%, 남성 58.8%가 '아내가 훨씬 더 많이 가사를 분담한다'고 답변한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최문선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성평등에 대한 개별적인 인식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조직의 문화나 관행이 인식을 따라갈 만큼 바뀌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 인식 개선 속도는 빠른데, 사회적인 개선은 더뎌
문제는 이처럼 인식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구조적 개선 속도가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을 낳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 있다. 

최근들어 인터넷상에서 과열되고 있는 '젠더론'이라는 명목 하의 남녀 갈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파생된 결과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남녀에게 불평등한지를 묻는 항목에 여성 65.4%, 남성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하였으며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답변은 여성 6.7%, 남성 17.0%로 나타났다. 양쪽 모두 5년전 조사보다는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응답 자체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체감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대가 낮을 수록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인식하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개인 간 성평등 인식은 개선되었는데 구조적인 상황이 뒷받침되지 못하다보니 여성의 경우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고 더 강력하게 주장하는 반면, 남성은 '남성이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인식을 낳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성별·연령대별로는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20대 여성(73.4%)과 30대 여성(76.8%)에서는 70%를 웃돌았으며 20대 남성(29.2%)과 30대 남성(40.7%)은 10명 중 3∼4명만 이에 동의했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은 20대 남성(24.0%)에서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남녀 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높아지는 만큼 여전히 뿌리깊게 남아있는 경제, 가사 책임에 대한 고정관념과 더불어 20대 남성이 가장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군대 징병제와 같은 제도화된 문제가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녀모두 육아를 해야한다는 인식은 남성과 여성 모두 높게 나타났지만 현실은 여성의 육아 비중이 훨씬 더 높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등이 그 원인이다.
남녀모두 육아를 해야한다는 인식은 남성과 여성 모두 높게 나타났지만 현실은 여성의 육아 비중이 훨씬 더 높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등이 그 원인이다.

이에대해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장정빈 겸임교수는 "여성에 치중되니 육아부담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의 첫 시작"이라고 지적하며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 가계 재정 부담 등이 결혼 포기와 출산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은 육아에 대한 책임이 부부 모두에게 있음을 통감하지만 조직적, 사회적으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 쉽지 않은 구조와 진급 가능성 등이 독박육아와 성별에 따른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당 조사에서 남녀 모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성불평등 문제로는 여성들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게 되는 '여성 경력단절'(28.4%)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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