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웃소싱업계 "근로자파견·도급업 부가세 면제는 인력산업 '고사' 정책" 반발
[기획] 아웃소싱업계 "근로자파견·도급업 부가세 면제는 인력산업 '고사' 정책" 반발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4.02.01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인력공급 확대" 취지에 업계 "영향 없다"...결사 반대

-구인광고비 등 매입세액 불공제로 업체 20% 내외 비용 증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비용 증가로 사업자 폐업 및 축소 속출 예상
-재정부족으로 복리후생 축소 등 근로자 처우 하락 불가피
-업계 의견청취도 없이 시행...업계 설문조사에서 87%가 반대
정부가 근로자파견 및 공급 용역 사업·하도급 인적용역사업에 대한 부가세 면제를추진한다. 인력공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인데, 업계에서는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게 돼 수익 감소와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반발하고있다.
정부가 근로자파견 및 공급 용역 사업·하도급 인적용역사업에 대한 부가세 면제를추진한다. 인력공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인데, 업계에서는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게 돼 수익 감소와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반발하고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근로자파견 및 인력공급 사업의 부가세를 제외하고 면세사업자로 적용하도록 세법을 손질한다. 인력공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파견, 인력도급 등 업계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비용부담 증가로 사업자 존폐 위기까지 갈 수있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의견청취도 없이 발표된 '개악'이란 비난이 쏟아진다.

근로자파견, 인력도급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매입세액 불공제로 인한 공급사업자의 비용 부담 증가와 시장 축소 등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있다. 

■공급자·수요자 모두 실익 없는 세법 개정, 공급사업자 숨통만 조일 것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3일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도모를 위한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해당 시행령 개정안 63p에 포함된 '인적용역의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확대'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파견 용역' 또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장에서 그 사업자의 생산 시설을 이용하여 제조 건설 수리 등을 제공하는 인적용적'(이하 ‘사내하도급’)을 부가 가치세 면제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중 발췌
기획재정부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중 발췌

부가세에 대한 부담을 경감해 인력공급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정작 대상이 되는 근로자파견사업, 인력공급 기업은 난색을 표한다.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증가와 함께 현재도 1~2%대에 그치는 영업이익률을 보다 더 악화시킬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대해 사단법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회장 김정현)는 2월 1일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근로자파견사업 및 사내하도급을 대상으로 한 부가세 면제범위 확대에 전면 반대하며, 시행령안을 취소하고 당초대로 적용해야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재 과세사업자로 적용되어있는 아웃소싱 기업(근로자파견 사업 및 하도급 등)은 사업 영위를 위해 쓰이는 각종 비용의 매입세액을 파견사업, 도급비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의 매출세액에서 공제를 받고있다. 

갈수록 커지는 구인광고비나 근로자를 위한 복리후생 품목, 사무집기와 기자재 등 대부분이 과세품이다. 그 비용만 하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작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면세사업자로 적용될 경우 이러한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게된다. 협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 평균 매출세액 대비 매입세액 공제률은 17.8%에 이른다.

HR서비스산업협회가 정부 발표 이후 1월 26일부터 31일까지 파견, 도급, 용역기업 대표이사 등 1009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응답률 18.5%) 응답자 10명 중 9명 꼴인 87.2%가 ‘근로자파견·용역·사내하도급업’에 대한 부가세 면세 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공급사의 매입세액 공제가 없어져 비용증가가 부담된다는 답변이 66.3%로 가장 많았으며 공급사의 자금운영 애로 발생이 19%로 뒤이었다. 사용사가 면세사업자 매입을 꺼리게 되어 아웃소싱시장이 축소될 것이란 응답도 10.4%로 나타났다. 사전에 관계사업자 대상 공청회나 간담회 없이 진행했다는 답변도 4.3%로 집계됐다.

면세사업자 적용이 사업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66.8%가 비용의 대폭 증가에 따른 사업운영의 장애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비용의 소폭 증가에 따른 사업운영의 애로가 있을 것이란 응답도 20.9%로 집계돼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답변이 86.8%를 차지했다. 사업운영에 영향이 없다는 답변은 12.3%에 그쳤다.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부가가치세 면제 정책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12.3%에 불과했으며 응답자 48.1%는 부가가치세 면제 세법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39.6%는 부가가치세 면제는 진행하되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한 ‘영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정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은 “현재 근로자파견과 사내하도급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2% 정도로 극히 낮은 가운데, 구인광고비 등의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면 비용부담 증가에 따른 사업자 생존권 문제가 발생된다”며 “특히 중소사업자들의 경우 폐업과 사업 축소가 이어지고 대형사업자들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돼 ‘인력공급 확대’가 아닌 ‘사업자 죽이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1월 26일부터 31일까지 근로자파견 및 용역사업에 면세를 확대하는 정책에 대해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1월 26일부터 31일까지 근로자파견 및 용역사업에 면세를 확대하는 정책에 대해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용사가 면세사업자의 매입을 꺼리게돼 아웃소싱 시장이 축소될거란 우려도 나왔다.

현행 세법상 면세사업자로부터 서비스, 용역, 재화를 공급받은 경우 과세사업자라 할지라도 누적된 부가세를 공제받을 수없다. 때문에 근로자파견이나 외주 용역 사업이 면세사업이 되는 경우 부가가치세 납부 기간 중 매출세액에서 차감할 매입세액이 없어 사용기업은 매출세액을 절감할 수 없고 과세 부담은 높아지게된다. 

과세사업자가 면세 매입으로 세금 부담이 높아져 간이과세자나 면세사업자와의 거래를 기피하는 것은 시장 내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면세품을 구매해야하는 과세사업자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의제매입세액공제'로 과세기업의 과세부담을 경감해주고 있지만, 이러한 의제매입세액 공제는 농축산물을 원재료로 제조 가공하는 제조업이나 음식점업에만 한한다. 아웃소싱 기업은 면세사업자 전환으로 비용부담 뿐 아니라 실질적인 매출감소와 시장축소까지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업계 다수가 정부가 설명한 ‘인력공급 지원 확대’ 목적과 달리 사용기업과 공급기업 모두 어떠한 도움이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특히 기업의 재정 악화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파견근로자, 하도급 근로자의 복리후생 감소, 노동환경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제기됐다.

업계는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이 업계 종사자나 관계자들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진데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근로자파견사업 관계자에게는 사업 존폐위기가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요약·설명한 인포그래픽에도 근로자파견사업의 면세 적용 내용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개정안 상세문에서 관련된 내용을 단 한줄 기재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사전에 공청회나 정책간담회 없이 발표된 내용에 아웃소싱 산업과 근로자파견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HR서비스산업협회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창우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관련 단체나 사업자들의 의견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근로자파견·사내하도급 활용은 산업경제 환경에 따른 사용사의 사업운영 및 인력운용 전략에 따른 것으로 사용사들도 어차피 부가세 공제를 받고 있는데, 이 부가세 면제가 ‘인력공급 지원 확대’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업계 주요 사업자 대표들과 함께 "금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철회될 때까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 사업자 연대 및 정치권, 관계기관 방문 등 강력히 저지 활동을 진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