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니어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어장뿐이다
[취재수첩] 시니어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어장뿐이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7.1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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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세대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있는 유태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이 경구는 손쉽고 일시적인 도움보다는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 수사다.

세금을 쏟아부어 일시적 일자리 만들기에 급급한 정부의 최근 행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경구에 공감할 것이 분명하다.

몇 번에 걸쳐 물고기(재정 일자리나 재정적 지원)를 던져주는 것이 순간의 허기를 메울 수는 있겠지만 그게 영속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해 하는 말이다.

그나마 물고기를 던져주는 대상은 청년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 시대에 누구보다 일을 필요로 하는 이들인 은퇴세대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

관계 기관은 이 사실을 부인할지도 모른다. 열심히 이와 관련된 정책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증거로 재취업지원서비스법을 들고 나오려나.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정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그 법의 존재도 모를뿐더러 법의 혜택을 입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도, 물고기 잡는 법도 아니다. 단지 약간의 어장만 있으면 된다. 이유는 자명하다. 이제는 일자리에서 쫓겨나야 하는 은퇴세대들, 즉 시니어들은 누구보다 물고기 잡는 법에 능숙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어부인 그들이 정작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공간, 즉 어장이 없어 허송세월을 보내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손놓고 있는 정부와 달리 민간의 움직임은 그나마 낫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준비하는 몇몇 민간 기구의 움직임 속에서 최근 대학가에서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시니어산업학과(주임교수 이용기)는 국내 최초로 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니어산업에 대한 학문적 고찰은 물론이고 창업과 재취업에 관한 극히 실무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함으로써 일자리에 목마른 시니어들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나선 상태다.

창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가이드로 나설 수 있는 자격증 따기까지 세종대 시니어산업학과는 시니어들의 인생이막을 풍요롭게 할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는 와중에도 못내 마음은 불편하다. 왜 정부가 해야할 일을 대학이 하고있냐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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