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건설업에 몰리는 5060세대..안전문제로 고령자 고용기피 어쩌나
[이슈] 건설업에 몰리는 5060세대..안전문제로 고령자 고용기피 어쩌나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3.08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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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공사 금액 감소에도 고령층 중심으로 건설기능인력 증가
대표적 서민 일자리인 '건설업', 기업은 안전강화에 고령층 고용 망설여
건설업 인력구조 고령화 심각...전체 80% 이상이 40대 이상
건설업기능인력 중 80% 이상이 4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506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긴다. 건설업 고령층이 심화되고 있지만 안전문제를 이유로 고령자 고용 기피가 산업 전반에 번지고 있어 고령층의 대규모 실업이 우려된다.
건설업기능인력 중 80% 이상이 4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506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긴다. 건설업 고령층이 심화되고 있지만 안전문제를 이유로 고령자 고용 기피가 산업 전반에 번지고 있어 고령층의 대규모 실업이 우려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전년 대비 건설 공사 금액은 줄었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건설업 신규 취업자는 늘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건설업이 실업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실업을 겪은 고령층 다수가 건설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들이 맞이할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 강화에 날이 선 기업들이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의 채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 오히려 고령층의 일자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대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 신규취업자 급증
건설근로자공제회가 3월 7일 발표한 '2021년 건설기성액과 건설기능인력간 비동조화의 현상과 원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건설기성액은 감소했지만 기능인력은 반대로 증가한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비동조화가 발생된 것에 대해 공제회는 타 산업 실업자의 건설업 유입과 이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의 결과일 가능성으로 분석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건설현장의 비숙련일자리에 다수 실업자가 신규 진입하면서 단시간 건설인력이 다수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 작성 방법은 근로일수의 길이와 무관하게 조사 기간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인정하므로 기능인력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는게 공제회의 해석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비동조화가 발생한 2021년 3월∼10월 중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신규취업자가 급증했는데 대부분이 단순노무직(40.5%)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0대 이상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34.4시간으로 기존 건설인력의 39.5시간에 비해 5.1시간 짧았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로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수급이 줄자 그 자리를 국내 고령층이 메꿀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제회 조사연구센터 강승복 차장은 “미숙련 고령층의 건설현장 유입 및 일자리나누기 현상은, 국가 전체적인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건설업이 ‘서민 일자리의 보루’로서 타 산업의 많은 실업자에게 고루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자의 양산을 막는 소중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건설업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 내 고령근로자 느는데, 안전 문제로 기업은 고용 불안호소 
최근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건설기능인력의 35%는 50대였으며 24.6%는 60대로 나타났다. 전체 50%가 넘는 91만 4000여명이 5060세대인 셈이다. 

문제는 육체 노동이 많은 건설현장에서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안전 문제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 사고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산재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에서 2021년 6월 기준 51%까지 치솟았다. 고령자일수록 사망위험에 더 노출된 셈이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고령노동자의 고용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안전관리자의 책임이 높아지기 때문에 애초에 위험 요인이 높은 고령층을 고용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고가 발생해도 근로자가 책임을 지겠다고 호소하면 어쩔 수 없이 일을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 사업주도 범법자가 될 수 있다보니 고령 근로자에는 처음부터 일을 주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계속 일을 하던 사람이라도 현장에서 혈압 등을 확인해 기준치를 넘기면 단지 그날 컨디션이 나쁜 것이라도 일을 줄 수 없게되어 있다"고 밝혔다. 만 65세를 초과한 고령자나 위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근무능력 여부와 관계 없이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는 증가한데 비해 근로시간은 줄어든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근로자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기인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일감을 얻는 사례보다 하루 이틀 단시간 일감밖에 얻을 수 없었던 결과라는 것.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산업 인력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건설업은 차후 심각한 수준의 인력 수급난을 겪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건설업의 고령화 수준을 전산업과 비교한 그래프
건설업의 고령화 수준을 전산업과 비교한 그래프

실제로 건설기능인력 고령화는 타 산업보다 빠르다.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기능인력의 40대 이상 비중은 82.4%로 전산업 취업자 기준 65.5%보다 월등히 높아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 12월 15.2%p 격차보다 더 벌어져 16.9%p까지 차이를 보였다. 적절한 대안이 없다면 고령층의 일자리 소멸 문제 뿐 아니라 건설업 자체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액티브시니어협회 류근성 회장은 "근로자의 안전 보호를 위해 사고 위험 가능성이 높은 고령 근로자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현장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하지만 고령자가 다른 일자리로 전직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졸지에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인력구조가 고령화된 곳에 젊은 세대를 유입하고, 고령층이 다른 일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는 컨설팅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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