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연금 등 '고용안정'이 고령층 실업 막아...단기일자리 투성이인 국내 노동시장에 경종
[이슈] 연금 등 '고용안정'이 고령층 실업 막아...단기일자리 투성이인 국내 노동시장에 경종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5.3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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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19 이후 직장연금·건강보험 혜택 감소로 비경제활동 고령층 증가
일 하지 않는 고령층 증가→생산성 저하·물가인상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져
국내 노동시장, 고령층 일자리는 많지만 대부분이 '단시간, 공공 일자리'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보급이 필요
건강보험 혜택이나 직장연금 등의 안정성 보장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사례를 든 것인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도 안정적인 고령층 일자리에 대해 복기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건강보험 혜택이나 직장연금 등의 안정성 보장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사례를 든 것인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도 안정적인 고령층 일자리에 대해 복기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람을 구하고자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더라도 일터로 돌아오는 사람 수가 현격히 적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직장연금과 건강보험 혜택 하락으로 인해 고령층이 노동시장을 이탈해 복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 조사국 모형연구팀 오태희 과장과 이솔빈 조사역은 '코로나19가 미국 고령층 노동 선택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5세 이상(55세~74세)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연구팀이 2006∼2020년 미국 고령자 패널자료(HRS)를 이용해 다항 로지스틱 모형으로 인구사회학과 경제적 변수가 고령자의 노동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근로 여건 변화가 노동시장 이탈과 재진입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예를들어 직장연금 혜택을 받는 경우에는 경제활동을 그만 둘 가능성이 25.8~33.4%p 감소했으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경우에는 8.2~9.6%p 감소했다.

반대로 설명하면 직작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직장을 그만 둘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직장이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면 일터로 돌아올 확률이 37.8%p, 6.1%p 증가했으며 사업자로서 연금을 납입할 수 있으면 자영업 진입 확률도 8.4%p 높아졌다.

고령층의 주된 일자리로부터의 이탈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발생한 고령층의 대규모 노동시장 이탈과 재진입 지연 현상은 고령자의 노동공급 행태 변화보다는 근로 여건 변화에 주로 기인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노동 재진입을 위해서는 근로 여건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령층의 노동수급 불균형은 불안정한 임금과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당기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층 노동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 노인 복지, 양질의 일자리가 곧 복지다 
미국의 고령층 일자리 문제로 인한 구인난과 같은 상황은 노동인구의 노쇄화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고령층 일자리의 경우 사회기여형 일자리, 정부 주도하의 단기일자리를 보급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일해야만 하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낮은 임금과 복리후생이 열악한 일자리, 아르바이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기 일자리로 고령층이 쏠리면서 전체 일자리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수만 보면 구인난을 호소하는 미국과 사정이 달리 보일 수 있으나 별반 다르다 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고령층이 근로활동 자체를 포기했다면 우리나라는 울며 겨자먹는 격으로 단기 일자리에 매달려야만 하는 판국이다. 인구 고령화와 노인 빈곤이 더욱 심각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저임금, 단기 노인 일자리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일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1996만 5000개로 전년 동기보다 37만 6000개가 급증했다. 이중 그 중 약 95%가 5060세대의 일자리었다.

인구고령화로 고령층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50대의 일자리는 14만 3000개가 늘었고 60대 일자리는 20만 5000개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근로자 일자리 동향에서 연령별 일자리 분포를 살필 현황.

이와같은 흐름은 앞서 발표된 4월 고용동향에서도 포착된다. 통계청이 5월 11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80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5000명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는 60세 이상 연령대로 42만 4000명이 증가했고 다음으로 50대가 20만 8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 다수가 단기 일자리 등에 취중돼있어 노년층의 고요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증가한 일자리 중 취업시간을 살펴보았을 때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0만2000명 증가했으며 1∼17시간 일하는 단기 근로자(8만3000명)가 특히 많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고령층의 경우 한 번 실직을 경험한 뒤 다시 재취업하는 경우 임금 하락을 경험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실업 기간이 길어질 수록 그 하락 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고령 일자리가 단시간, 저임금 노동에 치중돼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임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취업 지원과 전직 교육이 필요하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은 많지 않을 뿐더러 채용과 연계는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 고용 촉진법에 따른 재취업지원 서비스 의무 기업 범위는 여전히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에 머무른채 요지부동이다. 5060세대의 시계는 계속 움직이는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개선은 지지부진하며 현 상황과 대안이 맞물리지 못한채 삐그덕 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대해 사단법인 시니어벤처협회 신향숙 회장은 "노인 일자리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할 국책이자 시책이다"며 "사회적 비용 증가, 물가 상승, 경제 불균형 등의 각종 문제를 파생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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