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해력 VS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기자수첩] 문해력 VS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11.03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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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1. 곧 정년을 앞두고 외식업 창업을 고려중인 50대 A씨는 지난 10월 22일(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을 참관한다.

A씨는 박람회장을 들어서자마자 ‘서빙로봇’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조리로봇’이 커피와 치킨을 만들어 상품을 내놓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창업관련 상담을 하면서 키오스크(시스템)로 고객 오더를 받을 것을 추천하고, 내방객을 모집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수차례 듣게 되면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2. 중견기업 임원 50대 B씨는 집근처 한 셀럽이 오픈했다는 펍(PUB) 매장에 가보고 싶다는 자녀의 말에 오랜만에 데이트 겸해 기분 좋게 매장을 방문한다. 매장에 입장해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려 직원을 부르니 직원이 다가와 ‘우리 매장은 주문을 QR코드로 받으니 QR로 주문해 주셔야 한다.’라는 요청을 듣게되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QR코드 결제 경험이 있은 자녀가 주문을 해서 맛있게 먹고는 왔지만, 중견기업에서 소위 잘 나가는 임원인 그도 이제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떨어지는 세대가 된 것을 느끼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3. 40대 주부 C씨는 놀이동산에 가보고 싶다는 자녀의 요청에 3년 만에 에버랜드를 찾았는데, 자녀를 데리고 한참을 서있는데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아 주위 사람에게 문의하니 ‘스마트 줄서기’ 룰에 의해 차례로 입장하고 있어서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고 한다.

‘스마트 줄서기’를 검색해 보니 미리 어플을 설치하고 이용권을 등록해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가면 바로 놀이기구를 바로 탈 수 있는 기능으로, 세부 룰도 있어 오후 2시 이전까지만 스마트 줄서기가 가능하고 이후는 현장에서 한 줄로 대기해야 한다. 내용을 알게된 C씨는 아이와 함께 한참을 한줄 서기로 대기해 놀이기구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위의 사례들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 곳곳이 너무도 급격한 속도로 디지털 기반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보니,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뒤처지는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인터넷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웃기면서 슬픈’ 현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 ‘문해력’ 논란은 한자나 고사성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10~20대의 문제로 한정되어 논란의 중심이 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 한 카페가 트위터에 행사 예약 오류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으로 "심심(甚深)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올리자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이 폭주한 사건이다. 일부 이용자들이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네 대응이 아주 재밌다” “심심한 사과 때문에 더 화난다.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 등의 댓글을 달며 불만을 쏟아내자, ‘심심한 사과’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기도 한다.

또한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일부 학생들이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알아듣거나 또는 '고지식'이란 말을 높은(高) 지식으로 이해하는 등 단어의 뜻을 몰라 교과서를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4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60점대라고 답한 교사도 35.1%, 59점 미만이라고 답한 교사도 9.4%였다.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로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를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자료가 있다. 2021년 12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영역 학업 성취도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PISA는 세계 각국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수학·과학 영역에서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데, 2009년 PISA에서 국내 학생들의 읽기 영역 순위는 2~4위였으나 2018년에는 6~11위로 하락한 것이다. 읽기 평균 점수는 2009년 539점에서 2018년 514점으로 25점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읽기 영역에서 성취 수준이 낮은 하위 학생들의 비중이 증가해, 최하위 수준에 해당하는 1수준과 1수준에 미달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점차 증가해 2018년 1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PISA 문항에서 다양한 매체에 대한 복합적이고 실제적인 읽기 텍스트가 제시되는 만큼,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적 읽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해력 격차 문제는 어린 10대 학생들이 아닌 중장년층의 성인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2013년 10월 OECD 조사 결과(OECD skills outlook 2013) 보고서에 의하면, 국제 기준에서도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문해력은 최상위권이지만 55~66세 인구의 문장 독해능력은 22개국 중 20위로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 소개한 3가지 사례처럼 성인들도 디지털 문서를 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정작 문서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기술을 학습하는 문자해독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이다.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리터러시(Literacy)가 디지털 플랫폼과 만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아 평가 및 조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성인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다 보니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이 증가하고 있다 보니 온라인상의 소통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 중 올바른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 몇 개의 사례나 경험으로 전체 또는 전체의 속성을 단정 짓고 판단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그리고 허위 정보를 가려내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인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르신들을 포함한 중장년의 성인들도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에 잘 적응하고, 디지털 시대의 소통 방법에 맞게 수용성을 넓히려면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학습의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세기를 맞이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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