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세대가 원하는 직장은 워라밸? 임금은 디폴트값
[기자수첩] MZ세대가 원하는 직장은 워라밸? 임금은 디폴트값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0.04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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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칭, 결국은 '임금'이 핵심
갈수록 벌어지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MZ세대가 직업을 선택할 때 우선순위가 임금보다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최근들어 이와 같은 맥락의 조사가 주로 진행되는 배경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줄어든 경제활동인구와 심화된 일자리 미스매칭에 의한 구인난에서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실직과 실업을 겪은 구직자들이 일자리 즉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전세계적인 구인난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특정 분야에서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직무, 직군에 관계없이 사람 한 명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은 구인난에서 주체가 되는 근로자, 그 중에서도 사회 초년생의 선호와 취업 경향에 쏠리기 마련이다. 이들의 구직 경향을 분석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늘어나는 구직단념자들은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자연스럽게 해당 시기에 속하는 연령대인 MZ세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에서 진행되는 조사 결과는 대부분 MZ세대가 복지와 근로시간 등 워라밸에 구인의 주요도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3년 5개월 기간 중 소셜 및 온라인 미디어에 나타난 MZ세대의 중소기업 취업 관련 데이터 26만 8329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도 이와 같은 기조는 일관되게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는 2019년에는 '자기성장가능성'이 40.5%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근무시간'이 2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올해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는 '자기성장가능성' 21.3%, '급여수준' 17.3%, '조직문화' 13.1% 순으로 조사됐다. 2019년에는 '근무시간'이 14.9%, '급여수준'이 14.4%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뿐아니라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롯해 다른 조사에서도 MZ세대가 워라밸을 중요시한다는 결과물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필두로 중소기업이 구인자인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근무 환경과 출퇴근시간을 보장하고 복지와 일과 생활 균형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중소기업 관계자 입장에서는 '뜬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요즘 구직자들에게 대기업급 수준의 임금은 중소기업이라할지라도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MZ세대들은 말한다. 임금이 곧 워라밸이라고. 따라서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할 수 있는 방책 마련은 중소기업의 워라밸이나 근로시간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면 중기의 구인난도 해결할 수 없다는게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중소기업 많은 관계자들이 구인난에 대해 방책을 얘기하다보면 일관된 결론은 하나다. "임금만 많이 준다면 누가 안오겠어요?"...

청년세대들이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는 과거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큰 몫을 기여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임금 구조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요즘에는 몇번의 검색만으로 초봉과 상여금, 공제금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당연히 구직자들의 눈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근로조건과 임금 모두 중소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대기업을 두고 구직자들이 중소, 중견기업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직자들의 평균 학력 수준과 구직을 위한 경험, 전문기술 습득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지다보니 중소기업에 경험을 쌓기 위해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점점 더 줄고 있다. 

예전보다 부모의 재정적 지원도 아쉽지 않으므로 '지금 당장 돈을 벌어야만 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도 적다. 중소기업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느니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낫다는게 요즘 세대들의 판단이다. 반면 고급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아 대기업에 취업하고자하는 경쟁률은 더 극심해지고 청년 체감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올해도 두 자릿수 수준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기업 내 우수 인력을 계속에서 잡아두기 위해 기업간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인상은 전년 대비 1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황에서 중소기업은 임금을 인상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 대기업은 공격적인 임금인상을 추진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2020년 기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59만원으로 2.04배의 차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임금 인상을 강제로 자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소득자와 중저소득자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재직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거나 고소득 근로자나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차이를 크게 벌리는 상여, 성과급에 대한 조세 체제를 개편하는 것 등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국내 임금 현황의 국제 비교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가정시 중소기업 임금)은 EU가 75.7, 일본이 68.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9.8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가 중소기업 근로자, 저소득 근로자의 실질 임금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경제적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들 근로자의 실질 임금을 방어하고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상대적 박탈감, 이질감을 줄일 수 있는 방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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