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할로윈 이태원 대참사
[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할로윈 이태원 대참사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0.31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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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부회장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부회장

10월29일(금) 저녁 10시가 가까워지면서 이태원은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 젊은이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더니 곧이어 비명과 울음 그리고 사이렌소리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에 되어 모든 사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된 후 사고 지역 교통을 통제해 방송국과 신문사 차량들만 주차되어 있어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따로 없다. 30일부터 11월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이 되었고, 11번째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할로윈을 하루 앞둔 금요일 저녁에 할로윈을 즐기려고 모여든 젊은이들 153명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들은 쓰러지면서 그 위에 쓰러진 사람들에 눌려 압사당한 분도 계시지만 초기에는 서 있는 상태에서 실신하거나 압사당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람은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 근육과 횡경막을 움직여 호흡을 하는데 희생자들은 선채 사방에서 밀려든 강력한 압력으로 흉곽운동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숨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은 언제부터 인지 저녁만 되면 수많은 젊은이들도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금요일밤(불금)이 되면 이태원은 젊은이들 차지다. 나는 6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금요일날 퇴근을 하고 이태원역에 내리면 벌써 젊은이들로 이태원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들은 밤새 클럽에서 놀다 대부분은 돌아가지만 일부분은 술에 만취가 되어 본인이 춤추고 놀았던 클럽 손목 띠를 손목에 차고 새벽의 이태원을 어슬렁거린다. 이태원 대참사때처럼 10만명이 모이지 않더라도 술 먹은 젊은이들의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통제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찰들은 술 취한 젊은이들로 인한 교통마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마 그 날도 경찰들은 10만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나름대로 멋진 분장을 하고 모여들자 도로변에서 교통을 통제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119가 10시15분 구조요청을 받고 2분 후인 10시17분에 이태원에 도착했지만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에 진입하는 차량들도 수많은 젊은이들 인파로 인해 제대로 구조활동이 어려웠을 것이다.

할로윈 축제는 어느 기관이나 클럽 혹은 사람이 주도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괴기한 할로윈 분장을 하고 다른 곳에 가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겠지만 이태원은 그런 분장을 하고 모여도 누가 뭐라고 하기 보다는 그런 복장을 한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로 인식이 되어 연인들이 희귀한 할로윈 분장을 하고 모여든 것이다. 

그런데 사고가 나고 방송국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면 하나같이 사람이 이렇게 모이는데 대비가 부족했다느니 혹은 신고를 받고 출동이 늦어다느니 공권력에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다. 10만명의 젊은 혈기들이 즐기려고 모였는데 몇 명의 경찰들이 모여야 통제가 가능할까? 

실내라던가 아니면 할로윈 축제를 주관하는 단체가 있다면 경찰이 당부를 하고 함께 통제라도 해보겠지만 연인들이 쌍쌍으로 이태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즐기는데 어떻게 통제를 하라는 건지 전문가라고 얘기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마약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젊음+술+연인+분위기가 합해지면 마약보다 더한 흥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10월29일만큼은 무슨 사고가 날 듯한 징후를 느꼈다. 그날 지방에 갔다가 8시경에 양재역에서 이태원으로 오는 421번 버스를 탔다. 보통 때라면 버스도 여유가 있고 20분 전후면 이태원에 도착해야 하는데 강남역부터 할로윈 분장을 한 젊은 남녀들이 타기 시작했고 한남대교를 넘기 전 젊은이들로 버스는 만원이 되었다. 

그리고 차는 굼벵이처럼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태원이 이미 젊은이들도 뒤덮여 있던 상황이라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린 것이다. 나는 이태원 한 정거장 전인 폴리텍1대학 앞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 날은 버스에 사람이 많아 내리지 못하고 이태원까지 갈 뻔 했다. 

다행히 애인들과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한 젊은이들이 버스가 기어가자 버스에서 내려 걷기 위해 폴리텍에서 내리는 바람에 나도 내릴 수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아직까지 살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모였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뉴스에서는 할로윈 이태원 대참사를 속보로 전하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어제 내가 버스에서 만났던 멋진 분장을 한 젊은 연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괜찮을까? 

평상시 같으면 아침 식사 전 이태원으로 해서 남산 걷기를 해야 하는데 뉴스를 보고는 과거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기억나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난 1995년 6월29일도 사고가 나기 2시간 전에 삼풍백화점 앞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는데 붕괴사고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 날 뉴스에서 외국 장비들이 많은데 통역이 가능하신 분들이 있으면 와 달라는 방송을 보고 도움이 될까 해서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그때 맡았던 매캐한 냄새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하지만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이태원역 쪽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가려 했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이태원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데 이태원은 대참사가 일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어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그저 이태원 전역이 방송국과 신문사 차량들만 주차되어 있었고, 15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 앞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53명의 젊은이들이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와서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사람은 대참사전만 해도 없었다. 

먼저 젊은 나이에 대참사로 사망한 153명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들이 안전하게 하루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점 아쉽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경찰과 소방관 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이 여러분 부모나 친구만큼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고 사고가 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땀을 흘리면 노력한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려고 하지 말자. 그들도 참사 현장에서 죽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부회장
(사)푸른아시아(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 이사

(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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